적조…인간 건강·해양 생태계·식량안보까지 흔든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07 21: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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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유해 조류 번성, 이른바 ‘적조’ 위험이 커지면서 인간 건강과 해양 생태계, 지역사회의 식량안보를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일부 적조는 신경독소를 생성해 인간과 해양생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어, 장기적인 감시와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UC샌프란시스코(UCSF;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독성학자 매튜 그리블 박사는 적조를 포함한 유해 조류 번성이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리블 박사는 현재 UCSF와 유네스코의 협력을 통해 해양, 깨끗한 물, 인간 건강을 연결하는 연구·교육 허브 구축을 공동 주도하고 있다.

적조는 일반적으로 유해 조류 번성을 뜻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모든 유해 조류가 물을 붉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특히 ‘돔산(domoic acid)’을 생성하는 조류 번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 독소는 사람과 해양생물에게 발작, 단기 기억상실, 방향감각 상실 등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바다사자 등 해양포유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블 박사는 기후변화가 많은 조류 종에서 유해 번성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류마다 선호하는 생태 조건이 달라, 기후변화의 영향 양상은 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적조는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준 사례가 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는 산타크루즈 지역에서 돔산에 노출된 바닷새들이 방향을 잃고 이상 행동을 보였던 실제 사례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새들은 집과 가로등, 창문 등에 충돌하며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고, 이는 영화 속 집단 공격 장면의 착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조류 번성이 독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조류는 수천 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일부만이 인간과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 문제는 독성 조류가 인간 건강과 경제,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돔산 외에도 일부 조류는 ‘삭시톡신(saxitoxin)’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은 조개류에 축적돼 사람이 섭취할 경우 마비성 조개류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호흡에 필요한 흉부 근육이 마비돼 질식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독소 검출 기술 개선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독소를 직접 만들지 않는 조류 번성도 문제다. 대규모 번성 뒤 조류가 죽어 부패하는 과정에서 물속 산소가 고갈되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할 수 있다. 이는 어업과 식량, 지역경제에 의존하는 공동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위험 수준과 대응 역량도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공중보건 당국이 돔산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식품 안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어 인체 피해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반면 알래스카에서는 전통적 식생활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조개류와 해산물 채집 의존도가 높은 원주민 공동체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알래스카에서는 원주민 공동체가 주 전체 마비성 조개류 중독 사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UCSF 해양·인간건강센터는 알래스카 시트카 부족과 협력해 부족 주도의 독소 감시 체계를 지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채집한 조개류를 부족 실험실에 보내 안전성을 확인하고, 부족 직원들이 2주 간격으로 인근 해변을 점검해 위험 지역 정보를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런 공동체 기반 감시 모델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리블 박사는 특히 저농도 독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유해 조류 번성 보고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단기 피해뿐 아니라 만성 노출의 건강 영향까지 규명할 수 있는 정밀한 연구와 국제 연구 협력과 지역사회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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