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률 80%의 착시, 대한민국 순환경제의 질을 다시 묻다

재활용 통계 왜곡“양이 아닌 ‘고품질 순환’으로 전환해야”
2026년 직매립 금지 앞두고 생활폐기물·플라스틱 정책 전면 재설계 요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12-16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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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대한민국의 재활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수치 이면에는 ‘통계의 착시’와 ‘질 낮은 재활용’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활용의 양이 아닌 질, 처리 중심이 아닌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학계·입법·시민사회·지자체에서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

12월 15일 박홍배, 김주영, 박정, 강득구, 김태선, 이용우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재활용 기준을 다시 묻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목소리로 “현재의 재활용 정책은 순환경제가 아니라 처리경제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특히 열적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를 재활용 실적으로 포함시키는 국내 통계 방식이 국제 기준과 괴리돼 있으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물질 재활용률과 순환 성과가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폐기물 정의부터가 문제”… 순환자원 경계 불명확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발제를 통해 “정부가 어디까지를 폐기물로 보고, 어디서부터를 순환자원으로 볼 것인지 명확히 국민에게 설명하지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활용을 순환자원으로 가기 전 단계의 ‘눈속임’ 수준에 머물게 한 채, 통계상 재활용률만 높여온 것이 오늘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재활용률은 80%를 상회하지만, 이는 건설폐기물과 산업폐기물, 열적 재활용을 포함한 수치다. 생활폐기물, 특히 플라스틱의 고품질 물질 재활용 비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김 조사관은 “투명 페트병조차 단독 배출률 10%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열적 재활용은 재활용이 아니다
홍순명 한국환경기술사회 회장은 국내 재활용 통계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짚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OECD 국가들은 에너지 회수를 재활용으로 보지 않는다”며 “한국은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 실적에 포함시키면서 소각 확대를 정당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의 재활용률은 얼마나 많은 자원을 다시 순환시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처리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에 불과하다”며 “정책 목표를 재활용률이 아닌 폐기물 감량률, 재사용률, 고품질 순환자원 생산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환경제는 ‘환경정책’ 아닌 ‘경제정책’
허탁 한국환경한림원회장은 순환경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순환경제는 환경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라며 “재활용이 새로 사는 것보다 비싸다면 순환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전파상과 수선 문화가 사라진 이유 역시 경제 구조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허 회장은 유럽의 사례를 들어 “폐기물 종료(end-of-waste)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품질·안전·시장성을 충족한 자원은 폐기물이 아닌 제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전 과정 평가(LCA)를 통해 환경성과를 검증하지 않는 재활용은 오히려 환경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정책, 재활용 집착에서 벗어나야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한국의 자원순환 정책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었지만, 지속 가능하지 못했다”며 “재활용만 강조하는 구조에서 감축과 재질 단순화, 고품질 업사이클링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포장재 중심의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 없이는 직매립 금지와 탈플라스틱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재활용 우선순위 체계 도입 ▲물질별 재활용 기준 세분화 ▲고품질 재생원료 의무 사용 ▲재활용 인증 및 추적 시스템 강화 ▲지자체·시민·기업 참여형 순환경제 모델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26년이 분기점, 지금 바꾸지 않으면 갈등 폭발
2026년 수도권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재활용 기준 논의는 더 이상 학술적 담론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폐기물 처리 대안, 지자체 간 갈등, 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직결돼 있다. 김경민 조사관은 “지금처럼 통계로만 재활용을 이야기하면 국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고품질 순환자원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고, 어디로 가는지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의 폐기물을 내일의 자원으로 전환하되, 올바른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고는 이번 토론회의 핵심 메시지였다. 재활용률 80%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순환경제는 또 하나의 그린워싱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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