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우리 생활에서 사용된 물은 정화 과정을 거쳐 하천이나 바다로 방류된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깨끗하게 정화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이 바로 ‘하·폐수 방류수 수질 기준’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준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느슨한 편이며, 물 재이용과 에너지 자립화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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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수처리장 |
국내 방류수 기준, 여전히 ‘기본 정화’ 수준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연구진(강소은, 고유진, 김수연, 이다연, 구본영, 정석희)이 발표한 논문 「국가별 하·폐수처리장 방류수 수질 기준 비교 및 국내 기준 개선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한국의 하폐수처리장 방류수 기준은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질소(T-N), 총인(T-P) 등 주요 항목에서 OECD 주요국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독일·일본 등은 총질소 10mg/L, 총인 1mg/L 이하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시설에서 총질소 20mg/L, 총인 2mg/L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수질오염총량제를 도입하고 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하천의 부영양화(녹조 등)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해외는 ‘수질+에너지+탄소감축’ 통합 관리로 전환
선진국들은 단순히 오염물질 농도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자립형 하폐수처리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혐기성 소화공정을 통해 발생한 메탄가스를 전력으로 전환해 하폐수처리장의 70~100%를 자체 에너지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제로에너지 하폐수처리장’을 목표로 열·가스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 중이다.
이처럼 해외는 방류수 기준과 에너지 관리, 탄소저감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순환형 물 환경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제도는 앞섰지만 실질 이행은 미흡
우리나라도 「물환경보전법」과 「하폐수도법」을 통해 방류수 기준을 관리하고 있으나, 문제는 적용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방류수 기준은 전국 일률 적용이 많아 지역별 수질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역별 목표수질과 하폐수처리 효율을 연계하는 세밀한 기준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이용수 비율이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의 재이용수 활용률은 약 15%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40%, 싱가포르는 60% 이상이다. 물 부족 문제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방류수 재이용’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 논문의 연구진은 “지금까지는 하폐수처리의 효율성을 단순한 ‘오염물질 제거율’로만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탄소중립과 자원순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처리수 재이용 기준 명확화 ▲지역 맞춤형 방류수 기준 ▲에너지 자립화 설비 지원 등을 주요 개선방향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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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m³/일 이상의 공공 하수 처리 시설 용량에 따른 연간 에너지 소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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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기준 하수처리시설에 적용된 주요 에너지 생산원 현황 (소화가스 8.7%, 소수력 0.4%, 풍력 5.4%, 태양광 21.5%, 기타 64%) |
전문가들은 “이제는 하폐수처리장을 단순한 오염 저감시설이 아니라, 물과 에너지, 탄소를 함께 관리하는 ‘순환형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방류수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완화되어 있어, 미세오염물질이나 질소·인 등 영양염류 제거 효율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로 인해 하천의 녹조 발생, 수질 악화, 생태계 교란뿐 아니라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라는 이중 부담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하폐수처리 기준 강화와 더불어, 물관리와 에너지관리, 탄소중립 전략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대 정석희 교수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이 아닌, 하폐수처리 프로세스의 기술적 혁신을 통해 하폐수 고도처리 및 하폐수 에너지 자원화를 통한 탄소 저감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오염원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하폐수처리장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스마트 물순환 시스템’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지속 가능한 물환경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 체계와 정책 의지의 문제다. 지자체별 실태에 맞는 맞춤형 기준과, 에너지 효율·탄소저감 효과를 함께 고려한 통합 물환경 관리체계 구축이 지금 한국 물산업이 나아가야 할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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