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응용통계연구원 정동희 원장_환경정책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국민이 안심할 접점 찾는 일

제도 설계와 런칭까지 관여하며 환경정책 밑거름 마련해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22 13: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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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1993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환경공단에서 일해온 (사)한국응용통계연구원 정동희 원장은 자신의 경력을 “정책이 바뀔 때마다 새 제도를 만들고, 기준을 세워 안정화하는 일을 반복해 온 시간”으로 요약했다. 그가 현장에서 체감한 환경정책의 본질은 과학적 ‘정답’이라기보다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는 기준선을 사회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했다.

소각 성능검사부터 수질 TMS, 탄소제도 설계까지

▲정동희 원장 

환경공단에서 퇴직한 후 2023년부터 한국응용통계원의 기후환경에너지 부문 원장으로 재직해온 그는 지자체 기후·환경·에너지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현재는 기후·환경·에너지 분야 연구를 맡아 지자체의 기본계획, 정책 방향 설정, 실행전략 설계 등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가 공단에 들어갔을 당시, 정부 조직은 지금의 환경부가 아니라 환경처 시절이었다. 당시 소각시설은 지어놓고 성능검사를 거쳐야 가동할 수 있는데, 정작 그 검사 기능이 정부 체계 안에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소각 정책의 파생 업무로는 한때 사회를 뒤흔든 다이옥신 이슈가 뒤따랐다. 그는 “기준을 만들고, 제도와 법(입법부가 처리할 수 있도록 초안)을 뒷받침하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공단의 책무가 “민간이 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객관화·표준화가 필요한 영역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수질 TMS 구축 업무 도맡아
다음으로 그가 맡았던 업무는 수질관련 업무였다. 현장 단속 중심의 규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부딪히며 마찰과 봐주기 위험을 낳는다. 그는 이 지점이 “온라인·상시 감시 체계로의 전환”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그 상징이 굴뚝·수질 배출구에 설치하는 TMS(원격감시체계)다.
 

그는 대기(굴뚝) TMS가 먼저 도입된 배경에 대해 “매질이 대기→수질→폐기물로 갈수록 측정 난이도가 올라가고, 대기 측정 장비가 상대적으로 먼저 성능이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배출권거래제·목표관리제·탄소포인트…실무 설계와 런칭 함께
수질 TMS가 본격화된 2002~2003년 전후, 그는 기후 업무도 함께 맡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주요 탄소 제도들—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탄소포인트제 등—은 “재직 당시 실무자로서 제도 설계와 런칭까지 관여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환경 기준이 점점 더 세분화·정밀화되는 흐름에 대해 “전문성 요구가 커지는 건 당연하지만, 그 방향을 ‘과학적 인과관계의 완전한 입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환경 기준은 결국 사회적 요구와 수용성이 크게 작동하는 분야라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은 정답을 찾는 분야라기보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
 

예로 든 것이 다이옥신이다. 그는 일본과의 산업화 시기·규모 격차가 존재하더라도 “기준을 국민 눈높이로는 낮추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그는 동시에 “기준을 높게 가져가도, 이를 모두 실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고 현실적으로 한계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선수와 심판이 합쳐지면…검증이 약해질 수 있어
에너지와 환경을 묶는 정부조직 개편을 두고, 그는 찬반을 단순화하기보다 “정책 거버넌스의 검증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등장했던 논리가 ‘선수-심판론’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즉 에너지·환경 통합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두고는 “선수와 심판이 한 몸이 되면 검증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며 제도 설계의 시각에서 우려를 내놓은 것이다.
 

“생산하고 뛰는 쪽(산업)이 ‘내가 잘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는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통합이 되면, 큰 방향—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중심 탄소중립이 맞는지—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 업무를 감시하는 감사원처럼, 정책도 견제와 검증 기능이 분리돼 있을 때 “조심할 부분을 조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제도 운영 과정에서 소관이 기획재정부나 국무총리실 등으로 옮겨 다니는 ‘공 차기’가 반복되면 시장과 현장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동의…산지 훼손·간척지 잠식 반대
정 원장은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생에너지만으로 간다”는 메시지에는 우려를 갖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태양광·풍력의 변동성, 낮은 에너지 밀도, 그리고 부지 문제다. 그가 ‘대안 부지’로 꼽은 곳은 옥상, 주차장, 전통시장, 생활권 인프라 등이다. 반대로 농지·간척지·수상 설치 확대에는 “국력 손실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100GW 같은 보급 목표가 숫자 중심으로만 가면, 넓은 부지를 찾기 쉬운 농지·간척지로 정책이 밀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가 산업으로 연결되려면 공급망·제조 생태계가 함께 커야 한다. 그는 현장의 제도 설계를 돌아보며 “최저가 중심 입찰이 반복되면 값싼 수입 제품에 잠식돼, 투자 규모 대비 국내 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국 제품 의존이 커지는 구조가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생에너지의 ‘그늘’로 태양광 폐패널 문제도 강조했다. 일부 셀이 고장 났다고 패널 전체를 폐기하면, 재활용 가능한 자원까지 버려지는 일이 생긴다. 보관 과정에서 화재 위험과 유해물질 관리 문제도 뒤따른다. 따라서 전기차 폐배터리처럼 효율 저하 제품의 2차 활용 시장을 만든 사례를 들며 “태양광도 ‘쓸 수 있는 만큼 쓰는’ 재사용·재활용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론 부족…원전·SMR·수소까지 믹스가 현실
그는 원전 문제에서도 “위험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위험은 관리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유럽이 탈원전에서 속도 조절로 돌아서는 흐름을 거론하며, 재생에너지로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을 현실적 옵션으로 꼽았다. 초기 투자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병렬 증설이 가능하며, 수소 정책과도 결합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소 전략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영국처럼 기후·에너지·환경을 묶어 운영하는 국가 사례를 언급하면서도, 핵심은 “정책의 지속성과 검증 장치”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을 추진하면서도 비용 부담으로 난관을 겪는 현실을 예로 들며 “전환 의지는 산업 현장에 있지만, 에너지·수소 공급 기반이 전제”라고 말했다.

부산의 환경 장학재단으로 뜻깊은 선행
인터뷰 말미에는 뜻밖의 이야기도 나왔다. 정 원장은 부산에 있는 백강환경장학재단 운영을 돕고 있다고 했다. 백강환경장학재단은 환경 보전 및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적으로 2000년 설립, 부산 기반의 비영리 재단으로 주요 활동으로 환경 보호 분야의 학술연구나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젊은 연구자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백강환경장학재단은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와 더불어 젊은 연구자들 양성과 장학재단상을 수여해오고 있다.

또한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와 협력하여 자원순환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백강환경장학재단상을 수여해 학문적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재원은 원로 교수의 사비로 마련됐고, 가능하면 차상위 계층을 우선하되 유학생도 지원 가능하며 환경 전공자만 대상으로 제한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 성실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추천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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