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로이터 등 외신에 의하면 동남아시아가 기록적인 홍수로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태국 남부, 말레이시아 북부를 중심으로 일주일 넘게 이어진 폭우와 열대저기압이 겹치면서 홍수·산사태가 잇따라, 28일(현지시간) 기준 이 지역에서만 최소 3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이다. 연이은 폭우로 강과 계곡이 한꺼번에 불어나면서 여러 지역에서 산사태와 급류가 덮쳤다. 일부 마을은 흙더미와 토사에 매몰되거나, 도로가 끊겨 사실상 고립섬이 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따르면 수마트라 여러 주에서 발생한 홍수·산사태로 지금까지 170명 안팎이 숨졌고, 수십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구조대는 헬기와 보트를 동원해 고립 지역에 접근하고 있지만, 무너진 다리와 토사로 막힌 도로 때문에 구조가 지연되고 있다.
같은 기상 시스템은 말레이시아 국경과 맞닿은 태국 남부에도 엄청난 비를 쏟아부었다. 태국 재난당국은 남부 여러 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사망자가 처음 30여 명에서 빠르게 늘어나 29일 기준 16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재 피해를 입은 주민은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 정부는 피해 가구당 약 280달러 수준의 긴급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생계형 자영업자나 일용 노동자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핫야이의 한 대형 병원은 시신 안치 공간이 부족해 냉동 트럭을 추가로 동원했고, 일부 지방 자치단체는 대응 부실 논란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국경을 사이에 둔 말레이시아 북부 페를리스 주도 피해가 컸다. 당국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선 지금까지 최소 2명이 홍수로 숨졌고, 3만 명이 넘는 주민이 학교·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로 옮겨졌다. 기상청은 며칠 더 강한 비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계절성 몬순이 아니라, 복수의 열대저기압이 겹친 희귀한 폭풍 클러스터와 엘니뇨·라니냐, 인도양 쌍극자 같은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이클론 세냐르, 태풍 코토, 사이클론 디트와가 동시에 형성돼 인도양과 남중국해, 말라카 해협 일대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고, 그만큼 비가 한 번에 쏟아질 때 양도 극단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해수면 온도 역시 관건이다.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발생한 초과 열의 상당 부분을 바다가 흡수하면서, 따뜻해진 해수는 더 강하고 습한 폭풍 시스템을 키우는 ‘연료’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저지대 해안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배수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도로와 주거지, 산림 훼손으로 인한 토사 유출, 습지 매립 등이 어우러지며 홍수가 발생했을 때 물이 빠져나갈 공간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래의 예고로 본다. “지금까지의 온난화 수준에서 이미 이런 규모의 홍수가 나타나고 있다면, 추가적인 온난화를 허용할 경우 이런 장면은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일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따라서 반복되는 홍수 앞에서 재난 대응 체계와 도시계획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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