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앞 쓰레기를 남의 집 안마당으로?"
올해 1월 1일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처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생활쓰레기를 강원·충북 지역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려 하면서 지역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 |
| ▲ 각종 생활폐기물 |
‘재활용’의 탈을 쓴 편법 처리
환경단체와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시멘트환경문제해결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 동작구, 마포구, 강북구의 폐기물 처리 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범대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작구는 평택 소재 재활용업체를 통해, 마포구와 강북구는 원주 소재 재활용업체를 통해 생활폐기물을 강원·충북 지역 시멘트 공장으로 반입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시멘트 벨트로 불리는 강릉·동해·삼척·영월·제천·단양 주민 60만 명의 건강권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창순 시멘트생산지역주민협의회 사무총장은 “정부와 국회에서도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이 드러났음에도, 수도권 지자체들이 행정 편의주의에 빠져 적정 처리 원칙을 망각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멘트 공장의 생활폐기물 처리는 명백한 위법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법적 적정성이다. 범대위는 지난 2024년 8월 법제처의 법령 해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법제처는 “재활용업체는 생활폐기물을 재활용 대상 폐기물에 추가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즉, 재활용업의 지위를 가진 시멘트 공장에서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법령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지자체들이 지방계약법을 앞세워 재활용업체와 일방적인 계약을 체결하고 시멘트 공장 반입을 승인한 것은 ‘위법한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시멘트 공장 느슨한 대기오염 배출 기준 여전해
시멘트 공장은 일반 소각 시설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 기준이 현저히 낮다. 범대위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 시멘트 공장에 생활폐기물까지 추가로 반입될 경우, 대기 오염은 물론 최종 생산물인 시멘트의 안전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미 단양군과 삼척시는 관내 시멘트 업체에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받지 말라는 공식 입장을 전하거나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어, 지자체 간의 정면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배출지 처리 원칙 준수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우선 발생지 처리 원칙의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와 각 구청은 타 지역 시멘트 공장에 기댈 것이 아니라, 광역 소각장 건립에 속도를 내고 자체 처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환경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법제처 해석에 따라 생활폐기물의 시멘트 공장 반입 가능 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엄격한 단속과 지침이 필요하다.
오염물질 배출 기준 강화도 필수적이다.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처리 기준을 일반 소각장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여 주민들의 환경적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민관 거버넌스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수도권 지자체와 시멘트 벨트 지자체 간의 상생 협의체를 구성하고, 폐기물 처리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박남화 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3개 구청에 반입금지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단체 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쓰레기 폭탄’이 지방으로 전가되는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환경 정의를 둘러싼 사회적 진통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환경 보호를 위한 올바른 방향이지만, 그 과정이 일부 지자체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각 지자체에서 폐기물 처리에 방안에 대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떠넘기는 행위는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행위다.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위탁 처리가 아닌, 근본적인 폐기물 감량과 투명한 처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