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 환경유해물질 유엔까지 가야 하나

직업성 암 0.01%의 좁은 문, 죽은 자만 운이 없는가
김영민 | eco@ecomedia.co.kr | 입력 2013-11-05 17: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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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삼성 화성공장 특별근로감독 결과 2004건 위반 확인? 

“세정제 풀 죽일 때 나는 농약냄새나는 공간 눈 목 아파도 참아”

근로자 목숨 파리 목숨처럼, 재수없으면 산재, 인정받기는 별따기

 

“세척용 물질이 ****인데 물질보건안전자료에는 이것을 오래 맡으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고 쓰여 있고, 또 부착돼 있는데도 사람들이 잘 보지 않아요.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싶은데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공정은 아니고, 그 공정에서는 머리가 아파서 실제로 일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대개 사람들이 그 약품 탓을 하기 보다는, 그 사람 탓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요. 딴사람들은 잘 하는데 그 사람만 그렇다는 거죠. 환기시설이나 이런 게 딱딱 분리돼 있고 해서 냄새가 많이 안 난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있는 곳은 한 50~60평 되는데 ****을 건조하는 곳은 칸막이를 만들어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연기를 다 마시면서 일해요. 직접 다루는 분은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 그러는데, 정작 병원에 가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요”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일한 근로자들의 증언이다.

 

“2인 1조로 근무하다 둘 다 백혈병에 걸렸는데, 왜 산업재해가 아니죠?” 황상기씨(고 황유미씨 아버지)는 삼성서초본관에서 피켓을 잡고 이렇게 메아리 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보안요원으로 둘려 싸여 쫓겨나는 것 뿐이다.

 

2003년, 황유미씨는 국내 최고라 불리는 반도체 공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1년 8개월 만에 딸은 백혈병을 얻었고, 세상을 떠났다.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딸의 죽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황유미씨와 함께 2인 1조로 일했던 동료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딸의 백혈병이 산업재해일지 모른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2년 만에 나온 산재심사의 결과는 불승인이었다. 황유미씨가 일했던 작업장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 등의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산재 소송중 죽어가는 근로자는 늘어나고

황상기씨는 이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듬해 공단을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딸이 세상을 떠난 지 4년 만에 승소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다시 항소했다. 2013년 현재, 황상기씨는 여전히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 사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이들 중 직업성 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80명으로 늘었다. 직업성 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울산에 있는 한 자동차 공장에서도 암환자 찾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56명이 산재신청을 했고 이 중 7명이 산재로 승인됐다. 여기까지 현재 진행형인 대한민국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시리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암 환자 중 최소 4%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발생하는 암 환자 20만 명 중 단 0.01%만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

 

“나이는 27이구요. 이제 막 반도체 공정에 들어간 신입입니다. 맡은 업무는 플립칩 공정이라고 붙이고 검수하고 등등하는 일 입니다. 에폭시라는 접착제를 이용하구요. 풀방진복에 마스크쓰는 어셈블리라는 전공정인듯 합니다. 크린룸에서 일하구요. 회사는 파주쪽에 시****라는 회사구요. 삼성에서 웨이퍼를 받아서 반도체를 만들더군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실 나이가 많은관계로 지금 시작한다면 오랫동안 맘먹고 해야할텐데…”

 

걱정만 앞서고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그렇게 건강한 편이 아니라, 사실 급여가 많은 부분이랑 그래도 근방에서 이름있는 회사라 복지도 좋고해서 들어갔는데 지금이라도 마음 접고 다른 일을 해야할지, 괜히 걱정만 앞서서 도망치는게 아닌지 하는 걱정만 듭니다”라고 반올림 카페에 이런 글을 올렸다.

 

반도체 제조 공정 노동자들은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다만 사업장마다 공정별로 쓰이는 물질이 다를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고(안전수칙 준수 여부), 어떤 작업환경에서 일하는지(환기실태, 안전장치 가동 여부 등 )에 따라 노동자에게 미치는 유해성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종란 상임활동가는 “일단은 일하는 사업장이 어떤 곳인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안전수칙은 지키는지, 취급물질의 유해성은 제대로 알려주지 등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면서 “반도체와 공정과 사용물질이 매우 비슷하기에 LCD쪽도 환자가 적지 않게 있다.

 

현재까지 LCD쪽에서 백혈병, 뇌종양, 유방암, 재생불량성빈혈 등 제보자는 20여명이다. LCD의 어떤일을 하다가 백혈병이 발병되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발암물질 벤젠 등이 함유된 감광제, 각종 유기용제나 방사선에 노출이 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할 수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해 산재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지난 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삼성전자와 한국 정부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구체적 피해사실을 유엔인권이사회가 마련한 특별절차에 진정하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을 촉구했다.

 

유엔의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는 유엔인권이사회 산하의 대표적인 인권구제 메커니즘으로 특정국가의 인권상황을 다루는 국가별 절차와 특정한 인권문제나 침해유형을 다루기 위한 주제별 절차로 나뉜다.

 

이번 진정은 주제별 절차내 ‘위험물질 또는 유해폐기물 특별보고관’ 그리고 ‘건강권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한(Letter of Allegation)을 접수하며 진행하는데, 통상적으로 특별보고관에게 인권침해에 관한 정보가 접수가 되면 특별보고관측은 해당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사국에 서한을 보내 사실관계에 대한 정부 의견서를 요청하고, 사안에 따라 특별보고관 명의로 공개성명서(public statements)를 통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당사국의 시정을 촉구한다.

 

또한 중대한 사안의 경우 특별보고관의 현지방문도 이뤄지기도 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0년에, 그리고 2013년 5월에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직접 조사방문을 실시한 바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에게 모든 형태의 인권옹호 방해활동을 중단하고 관련 소송을 철회하며, 직업병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현재 피해사실의 조사를 위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제3자의 조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에게는 위험물질 관리를 위한 입법적 제도적 조치와 함께 피해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규정 및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하는 조치를 촉구했다.

 

 

 

직업성 암 산재 인정 하늘의 별따기

왜 직업성 암은 산재 인정을 받기가 힘들까.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자신이 일터에서 병에 걸렸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암의 경우, 일반 상해와 달리 질병의 유발 원인이 다양하고 잠복기가 길어 명확한 발병 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근로자는 업무에 관련된 자료에 접근이 차단된 경우가 많고, 과거에 일했던 작업장들이 환경을 개선하거나 폐쇄되면 과거 작업 환경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됐는지를 입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러다보니 노동계는 의학적, 과학적으로 발병인자와 질병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 입증을 조건으로 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와 달리 높은 직업성 암 산재 승인율을 보이는 프랑스는 '직업성 암은 유일하게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직업성 암의 산재 승인율은 우리나라에 비해 프랑스는 45배, 독일은 26배 높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1919년부터 암을 직업병이라고 인식하고, 직업병 목록에 암을 포함시켰다. 직업병 목록에 기재돼 있는 직업성 암과 유발인자의 종류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다양해, 그 동안 프랑스에서는 근로자들이 자신의 암이 직업병일지 모른다고 의심해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직업병이 의심되는 근로자는 회사의 산재의사를 통해 산재신청을 할 때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발암물질을 사용한 노동자의 의료기록을 50년간 보존할 의무가 있고, 이 의료기록을 통해 노동자들은 퇴사 후에도 본인의 암이 작업환경과 관련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산업안전보건법 누굴 위한 법?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난 지 6년. 하지만,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여전히 딸의 병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 근로자 2600만 명. 만약 당신이 일터에서 암에 걸렸다면 당신은 어떤 과정을 겪게 될 것인가. 우리사회는 아픈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은 늘 꼬리표를 달고 있다.

 

여기서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1, 2차 불산 누출 사고를 들여다 보자. 2013년 1월 27일 오후 1시 20분 경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 11라인에서 불산액이 배관 밖으로 누출됐다. 회사는 경보를 울리거나 작업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은 채 누출 부위를 비닐로 덮고 생산을 지속하다가 11시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누출 배관 수리를 지시했다.

 

화성 공장 내 화학물질 공급 시스템을 맡고 있는 STI서비스 노동자들은 1월 28일 자정을 지나 약 3시간 동안 1차 수리 작업을 마친 뒤 귀가했다가, 다시 현장으로 불려가 새벽 4시 30분경 약 8분간 2차 수리 작업을 했다. 당시 불산 저장 탱크가 있던 공간은 불산 증기로 가득 차 있었고, 이 노동자들은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할 겨를도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

 

2차 수리 후 다시 3시간 동안 같은 곳에서 3차 수리와 점검을 마친 직후 다섯 명의 노동자 모두 가슴과 피부의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가운데 34세 박 모씨가 이날 오후 2시경 사망했다. 이 사고로 고용노동부는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삼성 1934건, 하청업체 70건)을 확인했다. 2차 누출 사고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한지원 연구실장은 올바른 노동환경, 유해물질로 부터 보호받아야 진정한 글로벌 경쟁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기업의 환경경영 보고서가 부끄럽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국내 유해물질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 산업안전보건과 관련 세미나를 비공개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연이어 터진 화학물질 누출의 사고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아울러 반도체 근로자들의 이상한 희귀병에 대한 대책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참석자 명단을 공개할 수 없고, 이제 시작단계에서 추후에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제품 설비 보안상 완벽하게 차단한 공장 생산라인 비공개가 말해주는 것은 어쩌면 투명하지 못한 아찔한 줄타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사진제공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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