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 농업 현장에서 매년 대량으로 사용된 뒤 버려지는 플라스틱 멀치 필름이 재활용을 통해 매립 폐기물과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재활용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름에 달라붙은 토양과 수분, 식물성 잔재물 등을 사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워싱턴주립대학교(WSU) 연구진은 워싱턴, 캘리포니아, 네브래스카, 플로리다 등 미국 4개 주의 딸기 농장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멀치 필름을 수거해 재활용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별 토양 특성과 기후 조건에 따라 오염 정도와 재활용 소재의 물성이 크게 달랐지만, 적절한 세척과 건조·파쇄 등 전처리 과정을 거치면 모두 “기계적으로 건전한” 재활용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Cleaner Waste Systems에 게재됐다.
플라스틱 멀치 필름은 토마토, 멜론, 딸기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에 널리 사용된다. 작물 심기 전 토양 위에 얇은 필름을 덮으면 지온을 높이고 수분 증발을 줄이며 잡초 발생을 억제해 수확량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농업에서 해마다 사용되는 플라스틱 멀치 필름은 약 10억 파운드, 50만 톤에 달하며, 대부분은 사용 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문제는 이들 필름이 농장에서 사용되는 과정에서 토양, 수분, 식물 잔재물, 농약 성분 등에 오염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필름 자체도 매우 얇아 기존 재활용 설비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렵고, 전문 재활용 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농업용 플라스틱은 재활용보다 매립·소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지역별 차이가 재활용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워싱턴의 경우 점토질 토양과 습한 기후 때문에 필름에 토양이 많이 달라붙었다. 겉보기에는 세척된 것처럼 보여도 최종 재활용 제품에는 상당한 양의 토양 입자가 남았고, 이로 인해 재활용 소재는 더 단단하지만 유연성은 떨어지는 특성을 보였다. 반면 플로리다는 모래 성분이 많은 토양과 더운 기후 영향으로 필름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진은 재활용 필름으로 사출 성형 시편을 제작해 기계적 특성도 비교했다. 그 결과 재활용 필름으로 만든 제품은 새 필름을 재활용한 경우보다 강도는 높았지만, 더 뻣뻣하고 유연성은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오염물질이 많았던 워싱턴 시료에서 이러한 특성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농업용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를 위해 ‘현장 전처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름을 최대한 깨끗하게 회수하고, 건조와 파쇄 과정을 거쳐 재활용 공정에 투입해야 시장성 있는 재생소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농업용 멀치 필름 대부분이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원료 가격이 오르는 상황도 재활용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저자인 펀밀라요 아데시나는 “원유 가격 상승은 멀치 필름의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매립지로 가는 농업용 플라스틱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일은 경제적 효과와 환경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업용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한 폐기물 처리 차원이 아니라 자원순환과 탄소 저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농업 현장에서의 회수·세척 체계, 지역별 토양 특성을 고려한 전처리 기술, 농업용 플라스틱 전문 재활용 인프라가 함께 구축될 경우, 멀치 필름은 매립지로 향하는 폐기물이 아니라 재생 플라스틱 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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