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네 숲을 노랗게 물들인 상수리나무 숲이 주는 효과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4-20 09: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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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동네 산이 노랗게 물들었다. 상수리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많은 꽃을 피우고 그것이 가을에 많은 열매로 맺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상수리나무는 번식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하는 천이 초기종이다.

 

▲ 상수리나무를 가까이에서 촬영한 모습. 꽃을 줄줄이 달고 있는 모습이 모여 멀리서 보면 누렇게 보인다. <제공=이창석 교수>
상수리나무는 참나무 일종으로 잎이 좁고 길다. 잎 모양은 굴참나무와 비슷하지만 뒷면이 연두색이어서 많은 털로 덮여 흰색으로 보이는 굴참나무와 구별된다. 줄기를 덮고 있는 단단한 껍질도 두껍고 푹신푹신한 코르크질 껍질을 가진 굴참나무와 차이를 보인다.

 

상수리나무 숲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마을 주변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어 우리와 매우 친숙하다. 오늘날처럼 물자가 풍부하지 않던 옛날에는 땔감을 얻고, 비료용 소재를 구하며 가축의 먹이까지 얻어오던 숲이었기에 상수리나무 숲은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에 성립해 있다. 사람들이 이런 자원을 얻어 가며 간섭을 하면 그 숲은 가만히 자발적 과정을 통해 우리들이 입힌 상처를 치료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땅을 지켜 왔다. 즉 이 숲은 인간 간섭과 자연의 복원과정이 조화를 이룬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숲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마을 주변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상수리나무 숲 <제공=이창석 교수>

 

이 숲은 우리에게 친숙한 만큼 우리에게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 또한 다양하고 크다. 이 맘 때 쯤 이 숲에 가면 원추리나물을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식용으로 삼을 수 있는 식물이 많다. 우선 고사리가 있고 화살나무 잎도 나물로 삼고 있다. 계절이 조금 더 지나면 참취가 자라며 또 다른 나물을 제공한다. 가을이 되면 노란 싸리버섯을 제공하고, 추어탕의 필수 양념인 산초나무와 초피나무 열매도 이 숲에서 얻을 수 있다. 초피나무는 남쪽지방에 자라 중부지방에 주로 자라는 산초나무와 생육환경이 구분되고, 줄기에 나는 가시가 마주 나 어긋나는 산초나무와 형태적으로도 구별된다.

 

이 숲이 우리에게 주는 무엇보다도 큰 선물은 묵의 소재가 되는 그 열매이다. 상수리나무는 참나무 중에서도 특히 열매를 많이 맺어 거의 구황작물 수준으로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왔다. 봄철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 흉년이 들면 상수리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어 우리 민족이 배를 곯지 않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로 봄철에 비가 많이 오면 풍년이 들지만 상수리나무는 열매를 많이 맺지 못한다. 많은 비가 수생식물인 벼의 생육에는 도움을 주지만 상수리나무의 수정을 방해한 결과다. 아무튼 이만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오랜 기간 함께 살아 온 상수리나무 숲이다.

 

▲ 산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마을 주변으로 여기저기 상수리나무 숲이 보인다. <제공=이창석 교수>

 

여기까지 소개한 것은 상수리나무 숲이 우리에게 제공해 온 옛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상수리나무숲은 우리에게 더 큰 미래의 선물도 구비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이루어 낼 탄소흡수원으로서의 역할이 그 선물이다. 상수리나무숲의 탄소흡수능력은 소나무 숲의 두 배 가량으로 매우 크다. 지금 우리나라의 숲은 1960년대와 1970년대 국가가 주도한 대규모 조림사업으로 탄생한 숲들이 많다. 리기다소나무숲, 아까시나무숲, 일본잎갈나무숲, 사방오리나무숲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숲을 이루는 주요 수종은 천이 초기종으로 수명이 짧아 지금쯤 노쇠하여 탄소흡수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이들 숲을 교체할 때가 되었다. 마침 산림청에서도 수종 갱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계획에서 뜬금없는 외래종 도입 계획은 눈에 띄지만 상수리나무숲 조성 계획은 눈에 띄지 않는다. 외래종 문제는 선진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환경문제다. 오염문제와 달리 문제의 잠재성과 연속성 때문이다. 따라서 외래종 관리로 드는 비용이 전 세계로 치면 매년 1조 유로가 넘을 정도로 엄청 많다. 그런 외래종 확산에 외래종의 인위적 도입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산림청의 탄소흡수원 확보계획에서 많은 비용과 에너지까지 투자하며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보다는 외래종 못지않게 큰 탄소흡수능력을 발휘하는 상수리나무숲이 주는 미래의 선물을 외면하지 말기를 소망한다.

 

말이 나온 김에 탄소중립계획에 대한 소망 하나를 더하고 싶다. 탄소 중립은 우리가 문명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과 자연의 탄소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어 대기 중에 탄소를 남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유발하는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요즘 전국의 산림을 돌아보면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에너지를 얻겠다고 숲을 베어내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면 탄소발생량은 줄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탄소흡수량도 주는 셈이니 탄소 수지 측면에서는 득이 될 수 없다. 마치 돌탑에서 아랫돌 빼서 위에 얹어도 탑의 높이가 높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수지에서 얻는 것도 없으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잃는 것이니 득보다는 실이 많다. 특히 기후변화 시대에 극단기후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여름에 우리가 경험한 것과 같은 큰비가 내리면 산사태와 함께 홍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반대로 산에서 숲이 사라지면 수년 전 우리가 경험한 바와 같은 물 부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숲이 발휘하는 기후변화 완화기능도 저하되어 기후변화 진행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해 외부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저감 기능도 떨어진다.  

 

▲ 탄소흡수능력이 뛰어난 상수리나무숲을 베어내고 그곳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 이러한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얻으면 탄소발생량은 줄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탄소흡수량도 주는 셈이니 탄소 수지 측면에서는 득이 될 수 없다. 마치 돌탑에서 아랫돌 빼서 위에 얹어도 탑의 높이가 높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수지에서 얻는 것도 없으면서 그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잃는 것이니 득보다는 실이 많은 사업이다. <제공=이창석 교수>

 

이 모든 우려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마을 주변의 상수리나무숲을 지키고 늘려나가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을 이루어내고 탄소중립도 이루어낼 수 있는 선진 환경정책이다. 이런 환경정책을 실천에 옮기려면 시민들의 협조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상수리나무는 아주 많은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우리가 상수리나무숲을 만들려고 해도 묘목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가 상수리나무 열매로 묵을 만들어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식량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기호식품을 조금 줄여 먹고 남는 열매로 묘목을 생산하고 그것으로 상수리나무숲을 이루어내면 그 숲은 기후변화 유발하는 탄소 먹고 미세먼지도 잡아 쾌적한 환경을 이루어내며 적어도 수백 년을 이어온 것처럼 우리와 함께하며 아낌없이 주는 숲으로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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