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회암지대의 생태

글.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8-03 1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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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한반도에서 석회암 지대는 강원도 영월, 정선, 삼척, 강릉, 충청북도 단양, 제천, 경상북도 문경과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황해도 등의 북한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그림1).

 

▲ (그림1) 한반도의 석회암지대 <제공=이창석 교수>


석회암은 동물의 뼈나 조개껍데기 등이 퇴적되어 형성된 탄산칼슘(CaCO₃)을 주성분으로 하는 퇴적암이다.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석회암은 약 4~6억 년전인 하부 고생대의 캠브리아기에서 오르도비스기에 한반도가 적도 근처인 저위도 지역에 위치하고 있을 때, 얕은 바다에 쌓인 탄산염 퇴적물이 암석화되었다. 그 이후 중생대에 한반도를 포함한 주변의 대륙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아시아 대륙과 충돌한 후 융기되어 현 위치에 분포하게 되었다.

석회암은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 침식되면서 매우 특이한 지형을 형성해왔다. 카르스트 지형은 석회암이 빗물 등에 의해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이다. 석회암 지형은 크게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1차 지형(석회동굴, 돌리네, 우발라, 탑 카르스트 등)과 지하수에 녹아 있던 탄산칼슘이 침전되어 형성된 2차 지형(종유석, 석순, 석주 등)으로 구분된다.

석회암지대의 생태는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에 위치한 덕항산 인근을 대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그 출발은 덕항산 주능선에서 모암이 노출된 암반에서부터 토심이 증가함에 따라 출현하는 식생을 소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 사진=이창석 교수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 작품 카르스트 지형에는 어떤 식물들이 살까? 그 지형이 매우 험하여 접근이 쉽지 않지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곳에 담긴 생태를 읽어보기로 하자(사진1). 덕항산주능선에는 암반이 노출된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신갈나무 군락을 중심으로 한 활엽수림이 성립해 있다. 그러나 이곳은 해발고도 1,000m 정도로 비교적 고도가 높은 지대로서 아고산 식생인 전나무가 드물게 출현하고 있다(사진2).

암벽으로 접근해보니 아찔한 절벽에개박달나무와 회양목이 붙어 자라고 있다(사진3). 그 밑으로는 돌단풍, 돌양지꽃, 바위사초 등이 자라고 있다. 오랜 세월 이처럼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그 환경에 적합하게 적응. 진화해왔기 때문에 이름 앞에 ‘돌’이나 ‘바위’ 같은 접두어가 붙어 있다. 개박달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 자주 출현하는 식물이다. 회양목은 오늘날 조경용으로 도처에 많이 심고 있지만 이러한 석회암지대를 생육지로 삼은 대표식물이다. 돌단풍은 본래 하안 또는 해안 절벽에 자주 출현하는 식물이지만 이처럼 고도가 높은 곳에서도 바위 틈에 뿌리를 내려 넉넉하지 않게 공급되는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돌양지꽃은 대부분의 바위산에 단골로 출현하는 식물이다. 그러나 서울 주변의 바위산에서는 우리들이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강해서인지 그 수가 점차 줄어드는 경향이어서 안타깝다. 바위사초는 뿌리를 길게 뻗어 물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사진=이창석 교수

 

건물 벽면과 거의 같은 수준의 수직 암벽에도 식물이 자라고 있다(사진4). 앞서 언급한 돌단풍, 돌양지꽃 및 개박달나무에 더해, 벌깨풀, 돌마타리, 붉은병꽃나무, 산조팝나무등이 붙어 자라고 있다. 곳에 따라서는 해안 절벽에 주로 출현하는 소사나무도 나타나고 있다. 벌깨풀, 돌마타리 및산조팝나무는 석회암 지대 노암지에 자주 출현하는 단골식물이다. 벌깨풀은벌깨덩굴과 비슷하게 생겨 붙여진 이름으로 바위용머리라고도 불린다. 돌마타리 (Patriniarupestris)는 마타리와 생긴 모습은 거의 차이가 없다. 다만 그 크기만 작아 그 축소형 같아 보인다. 돌마타리는 방향성 식물로 심한 "고린내"와 같은 냄새가 풍긴다. 그 냄새는 기온이 높을수록 더 강하게 난다. 종명 rupestris는 ‘바위 겉에서 자란다’는 뜻이다. 붉은병꽃나무는 대부분의 바위산에 거의 단골 수준으로 출현하는 식물이다. 소사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중부 이남의 해안이나 섬 지방에 주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곳은 내륙이고 깊은 산속이다. 그런 점에서 이곳에서 소사나무가 출현하고 더구나 큰 군락을 형성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따라서 그 성립배경은 앞으로 생태학자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장소를 옮겨 보면 새로운 식물의 조합도 보인다. 이번에는 산조팝나무, 붉은병꽃나무, 벌깨풀, 바위사초, 뻐꾹채 등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사진5). 뻐꾹채가 새로 등장하였다. 뻐꾸기가 울면 그 소리를 듣고 피어나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선조들의 자연 관찰력이 예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지식은 자연을 가까이하여 체득한 지식일 것이다. 선조들의 이처럼 예리한 자연관찰력이 오늘날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가 우려하며 그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기후변화 정도를 평가하는데 오락 도구 화투가 의미있는 기준 역할을 하고 있다. 화투는 각각의 달을 대표하는 식물을 담고 있다. 그것이 만들어질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에서는 음력을 사용하였다. 음력과 양력은 대략 한달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화투에 나타난 월별 대표 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phenology)이 양력을 사용하는 오늘날의 월별 계절현상과 거의 일치한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의 계절현상이 한달 가량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필자가 오늘날의 과학기술을 적용하여 평가한 결과, 벚꽃의 개화일과 신갈나무의 개엽일이 100년에 2주정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화투가 만들어진 후 경과된 기간에 대입하면 식물의 계절현상이 한달 가량 빨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조들의 예리한 자연관찰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암벽의 다른 면을 보니 이곳에는 붉은병꽃나무, 돌마타리, 돌양지꽃, 벌깨풀 등과 어울려 구절초와 가는대나물이 자라고 있다(사진6). 구절초(九折草)는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면 약으로 유용하다는 것에서 이름이 유래한다. 이때가 구절초 꽃이 만발하는 시기이다. 구절초는 예로부터 꽃이 달린 식물체 전체를 말려 부인병, 치풍, 위장병 등에 사용해 왔다. 오늘날은 그 꽃이 단아하고 아름다워 조경용으로도널리 활용하고 있다. 가는대나물은석회암지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분포하는 식물로 자생지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석회암 광산 개발로 인해 그 자생지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호가 요구된다.

장소를 다시 옮겨보니 이곳에는 백리향, 바위사초, 새 등이 개박달나무와 함께 석회암 절벽에 정착해 있다(사진7). 백리향은 그 향기가 백리까지 퍼질 정도로 강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식물은 높은 산이나 바닷가 바위 위에서 잘 자란다. 열악한 환경스트레스에는 잘 견디지만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으며 약용식물 및 향미료로의 활용가능성도 높은 식물이다. 새는 바위산에 단골로 출현하는 식물로서 독특한 방식으로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뿌리가 발달하기도 하였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수분 소실을 줄이는 특성이 있다. 즉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 소실을 줄이기 위해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은 낮에는 마치 시들어 죽은 모습으로 잎을 늘어뜨리며 강한 햇빛을 피해 체온을 낮추며 이를 통해 수분 소실을 줄이고 있다. 그러다가 해가 기울며 기온이 낮아지면 다시 원 모습을 회복한다. 식물이 나름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이창석 교수

경사가 다소 완만해진 석회암 암벽으로 바위사초, 돌마타리, 벌깨풀, 구절초, 돌양지꽃, 산조팝나무, 붉은병꽃나무, 개박달나무 등이 모여 자라고 있다(사진8). 환경조건이 다소 양호해지니 식물의 식피율이 늘어나고 그 종류도 늘어나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이 개선되면 종 다양성이 늘어난다. 따라서 이러한 종 다양성은 어떤 환경의 안정성의 바탕이 되고, 나아가 그들이 살아가며 발휘하는 생태적 기능을 통해 그 환경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활동의 영향으로 종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환경의 안정성과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굳이 환경 윤리까지 거론할 필요도 없이 그들이 발휘하는 다양한 생태계서비스 기능을 통해 혜택을 얻는 인간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노암지를 벗어나 토심이 깊어지면 식물의 높이가 높아지고 식피율도 크게 늘어나 숲이 만들어진다(사진9). 소사나무가 숲의 상층을 이루고 하층은 회양목이 지배하고 있다. 이 숲의 맨 위층에는 신갈나무, 고로쇠나무, 복자기나무 등이 섞여 자라고 있다. 작은 키 나무층에는 생강나무, 회목나무, 쇠물푸레, 댕강나무 등이 섞여 있다. 풀 종류로는 노루귀, 민둥갈퀴, 좀개미취, 삽주, 둥굴레 등이 자주 보이고 예쁜 꽃을 가진 솔나리와하늘말나리도 종종 눈에 뜬다.  

 

▲ 사진=이창석 교수


▲ 사진=이창석 교수

여기서 산 아래로 더 내려가 토심이 더 깊어지면 숲의 주인이 굴참나무로 바뀐다. 굴참나무는 참나무의 한 종류로 잎이 좁고 긴 측면에서 상수리나무와 유사하다. 그러나 그 잎의 뒷면에 털이 밀생하여 흰색으로 보이고 줄기에 코르크가 발달하여 상수리나무와 구별된다. 생육지도 차이를 보인다. 상수리나무숲은 주로 저지대 인가 주변의 완만한 산자락에서 숲을 이루는 반면에 굴참나무숲은 고도가 보다 높고 경사도 급한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능선이나 암반 가까이에도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잎 뒷면에 밀생한 털과 줄기에 두툼하게 발달한 코르크층이 수분 소실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석회암 유래 토양은 특히 배수가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참나무 자체가 가진 특성과 토양이 가진 이런 특성이 함께 작용하여 석회암지대에는 굴참나무숲의 면적이 다른 지역에서보다 넓은 편이다.


굴참나무군락은 굴참나무가 숲의 맨 위층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가끔씩 소나무가 섞여 난다. 중간 키 나무층은 소사나무가 지배하고 소태나무, 피나무, 혹느릅나무, 복자기나무, 생강나무 등이 섞여 자라고 있다. 작은 키나무층은산조팝나무, 조록싸리, 산팽나무 등이 이루고 있다. 풀 종류로는 둥굴레, 큰기름새, 알록제비꽃, 고깔제비꽃, 하늘말나리, 비짜루 등 다양한 식물이 출현하고 있다.

 

▲ 사진=이창석 교수


장소를 계곡으로 옮기면 말채나무, 가래나무, 물푸레나무, 고로쇠나무 등이 어울려 숲을 이루고 있다. 중간 키나무층은 소사나무, 소태나무, 돌배나무, 생강나무등이 어울려 있는데 사면에 성립한 굴참나무군락과 비교하여 소사나무가 줄어드는 양상이다. 작은 키 나무층은 박쥐나무, 산조팝나무, 광대싸리 말발도리, 고추나무 등 다양한 종류가 어울려 있다. 풀 종류로는 알록제비꽃, 고깔제비꽃, 민둥갈퀴, 짚신나물, 하늘말나리, 거북꼬리, 새머루 등 매우 다양한 식물이 출현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석회암지대에는 독특한 식물들이 모여 특이한 식생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바탕을 이룬 모암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사람들은 그곳의 이용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생물다양성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한 자원이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를 이루는 토대가 되고, 모든 사람이 의존하는 생태계서비스의 기본이 된다. 생물다양성은 모든 생명체의 풍부한 정도, 즉 생물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가를 의미한다. 그 종류는 생물을 구분하는 기본단위가 되는 종(species)이 될 수도 있고, 같은 종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gene) 또는 그 종들을 담고 있는 그릇인 생태계(ecosystem)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연구를 통해 정립된 생태이론에 따르면 서식지 면적이 넓어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할 때 다양한 종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종이 여러 환경에 자랄 때 유전자의 다양성이 높아져 높은 생물다양성을 갖추게 된다. 더구나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이 서식처 파괴와 서식처 질의 저하임을 고려 할 때 생태계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존의 기본이 된다. 생물다양성을 이루는 바탕인 생태자원으로서 석회암지대가 중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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