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탄소배출과 물 사용, 전력망 부담이 주요 환경·경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알리안츠 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 ‘Code, carbon, kilowatts: AI’s hidden toll and the race to green the grid‘는 AI 산업의 환경 영향을 단순한 전력 사용량이 아니라 전력망의 탄소집약도, 데이터센터 건설과 장비 제조 과정의 배출, 물 소비까지 포함한 시스템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는 2025년 5,8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설치 용량은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5년 약 515TWh에서 2030년 약 1,110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AI 업무량은 이미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의 15~2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0%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제는 같은 AI 연산이라도 어느 나라의 전력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탄소배출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동일한 데이터센터 업무도 전력망의 배출계수에 따라 최대 24배까지 배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수력·원전 비중이 높아 전력 1kWh당 배출량이 30gCO₂ 미만인 반면, 인도네시아·인도·말레이시아 등 일부 신흥 데이터센터 시장은 600gCO₂/kWh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384gCO₂/kWh, 526gCO₂/kWh 수준으로 평가됐다.
데이터센터의 실제 탄소발자국은 기존 추정치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배출량을 약 2억8,600만tCO₂로 추산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존 추정치보다 약 57% 높은 수준이다. 전력 사용에 따른 간접배출인 스코프2가 2억1,800만tCO₂로 전체의 76%를 차지했고, 서버·반도체·건물·전력 설비 등 제조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코프3 배출도 6,600만tCO₂로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배출은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관련 배출량만 따로 보면 2025년 기준 약 4,300만~6,000만tCO₂로 추산됐으며, AI 서비스가 검색,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AI 관련 배출 가운데 추론 단계, 즉 이미 구축된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사용하는 과정이 약 8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전력망 탈탄소화 속도에 따라 향후 배출 경로는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력망의 탄소집약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데이터센터 배출량은 2030년 6억4,300만tCO₂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연간 기후 피해 비용은 현재 약 680억 달러에서 2030년 1,540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도 제시됐다. 반면 전력 부문 탈탄소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컴퓨팅 수요 증가에도 데이터센터 배출량은 2030년 약 3억2,900만tCO₂ 수준으로 억제될 수 있다.
다만 전력망이 깨끗해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부각된다. 현재는 전력 사용에 따른 스코프2 배출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전력망 탈탄소화가 진전되면 서버, 반도체, 냉각 설비, 건물 자재 등에 내재된 스코프3 배출 비중이 커진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스코프3 배출이 전체 데이터센터 탄소발자국의 절반 가까이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저탄소 AI’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뿐 아니라 반도체·서버·건설 자재 공급망의 탄소 저감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 사용도 AI 확산의 숨은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데이터센터는 2025년 약 8,140억 리터의 물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1조3,000억~1조8,000억 리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스위스의 연간 물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물 사용의 상당 부분은 데이터센터 현장 냉각뿐 아니라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석연료와 원전은 냉각수 수요가 큰 반면, 풍력과 태양광은 운영 단계의 물 사용이 적어 전력망 탈탄소화는 탄소뿐 아니라 물 사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보고서는 한국을 전력망 신뢰도와 송배전 효율은 높은 국가로 평가하면서도, 물 스트레스가 큰 지역 중 하나로 언급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 확보뿐 아니라 지역 물 자원, 주민 수용성, 규제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AI가 반드시 기후 부담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AI가 에너지, 산업, 건물, 교통 부문에서 효율 향상과 자원 최적화를 이끌 경우 2035년까지 전 세계 CO₂ 배출을 연간 약 14억t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배출을 상쇄하고도 약 7억5,000만tCO₂의 순감축 효과를 낼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이러한 효과는 AI 기반 감축 기술이 실제 산업 전반에 빠르게 확산될 때 가능하다.
결국 보고서는 그린 AI 실현의 핵심이 데이터센터 내부 효율 개선에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AI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청정 전력 확대, 전력망 보강, 자원 사용 정보의 투명한 공개,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가격 신호, 그리고 AI를 활용한 실질적 감축 기술 확산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연산 능력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낮은 탄소와 물 부담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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