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 살롱 <백석, 흰 당나귀> 2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19-12-10 13:27:10
  • 글자크기
  • -
  • +
  • 인쇄
▲ 백석, 흰 당나귀

<백석, 흰 당나귀>는 필자가 처음 계획했던 대로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모인다. 시인뿐만이 아니라 화가, 국악인, 사진작가 등이 이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예술혼을 얻어가기도 한다.


필자도 이곳에서 문화 예술인과 일반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인물시를 쓰고 있다.
사계절이 오가는 이곳 창밖을 바라보면서 시인 백석의 연인인 자야의 백석에 대한 사랑을 생각해본다.

 

자야가 대원각 터를 법정 스님에게 기증할 당시 약 2만3,140㎡(7,000평)였던 부지의 시가는 1,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금 1,000억 원이라고 해봐야 휴전선에 가로막혀 만날 수 없는 옛 연인 백석의 시 한 줄에 비하면 의미 없는 액수였다. 자야는 “그깟 1,000억 원,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말한 뒤 미련 없이 대원각 터를 기증했다. 1999년 11월 자야는 ‘나 죽으면 눈 많이 오는 날 뼈를 이곳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유언대로 그녀의 유골은 경내에 뿌려졌고 지금은 공덕비 하나만 남아 있다.


이처럼 시는 위대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무척 어렵지만, 시인들의 자부심만큼은 재벌들 못지않게 크다.


 <백석, 흰 당나귀>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된다면 문예지를 창간하여 시인들에게 원고료를 제대로 주고 싶은 것이 필자의 꿈이다. 지금 문예지들은 원고료가 턱없이 적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 문예지들을 발간하기 때문일 것이다. 꿈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지금<백석, 흰 당나귀>의 재정 상태로는 요원한 꿈인 것 같다. 그렇지만 ‘서촌시대’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필자의 시를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경복궁 지나/ 금천시장을 건너오면/ 흰 당나귀가 당신을 맞이할 거예요/꽃피지 않는 바깥세상일랑 잠시 접어두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아요/뜨거운 국수를 먹는 동안/ 흰 꽃들은 서둘러 떠나고/ 밀려드는 눈송이가/ 창문을 두드려요

펄떡이던 심장이 잔잔해졌다고요?/흰 당나귀를 보내드릴게요/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지낸/ 푸릇푸릇했던 당신의 옛이야기를/ 타박타박 싣고 올 거에요

흰 당나귀가 길을 잃었다고요?/바람의 말과/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오세요/불빛에 흔들리는 마가리가 보일 겁니다/ 우리 잠시, 흰 당나귀가/ 아주까리기름 쪼는 속도로/
느릿느릿 읽어주는 시를 들어보자고요 (-「흰 당나귀를 보내드릴게요」 전문)

 

- 글쓴이 박미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졸업(현대시 전공)
고려대학, 한국방송대학, 서울디지털대학 강사 역임.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세계일보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연재 중.
시 살롱 <백석, 흰 당나귀>대표.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