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행복해야 사람이 행복하다

편집국 | eco@ecomedia.co.kr | 입력 2010-12-01 14: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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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아침운동 삼아 춘천의 공지천변 산책로를 걷는다. 이때 도청 각 실국의 간부님들을 한 분씩 청해 함께 걸으면서 도정현안이나 애로점 등을 듣고, 논의하는 시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예전에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데이트를 하러 춘천에 온 기억도 있지만, 짙은 새벽안개에 젖은 몽환적인 강변의 아침 풍경이 환상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키가 크던 코스모스가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이내 져 버리고 이젠 물가의 나뭇잎들에 단풍이 한창이다. 올해는 비가 잦은데다 무더운 더위로 예년보다 조금 늦었지만, 그만큼 색은 더 곱고 선명한 색감을 감상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일제히 남하하는 단풍전선은 또 하나 강원도가 연출하는 장관이다.

이렇게 아침운동을 하면서 얽힌 실타래가 풀려가고, 구상이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띄는 것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강원도의 자연과 문화, 스토리 등을 잘 디자인하여 강원도를 ‘아시아의 스위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춘천의 집다리골 일대, 횡성의 풍수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의 천년 숲, 강릉의 명품소나무 군락지, 고성 화진포 등 지역의 대표적 명소들을 더욱 차별화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자연은 놀라운 치유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요즈음, 속도와 경쟁으로 지치고 메마른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마케팅 방안도 적극 고민 중이다. 일본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아토피치유센터는 얼마 전에 있었던 홍천의 서울대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기공식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또 육체 못지않게 중요해진 정신건강을 위해 미국 아리조나주의 세도나 명상센터 같은 명상과 치유의 숲 조성도 생각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허파라는 말처럼 국내 산림이 만들어내는 산소발생량의 22%를 도내 산림에서 생산하고 있다. 설악산, 정동진 등의 산소 농도도 전국에서 제일 높게 조사됐다. 서울보다 산소가 3% 많은 것으로 한마디로 공기가 맛있고 달다는 얘기이다. 이런 이유로 도심에서 시달린 심신도 강원도에서 자고 일어나면 훨씬 개운하다. 이러한 강원도의 숲길을 골프 라운딩 하는 것처럼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걷게 하면 그 숲길을 가는 동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온전한 자연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강원도가 갖고 있는 강은 어떠한가. 주지하다시피 물이 자원이 되고, 경제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나 강원도는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여서 이곳에서 동서로, 남북으로 한반도의 혈류가 되어 면면히 흐르고 있다. 강은 이렇게 모든 생명이 시작되고, 문명을 발생시킨 모태가 되어 왔다. 1급수의 싱싱한 물들이 한민족의 생생한 역사를 끌어안고 유유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강을 살리고, 가꾸고, 지키자는 운동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물은 지형을 따지지 않는다. 웅덩이가 있으면 메우고, 갈라진 곳이 있으면 채우며 아래로 흘러갈 뿐이다. 우리 선조들은 예전부터 물을 스승으로 삼아 인생의 지혜를 얻어 왔다. 아침산책을 하며 바라보는 강은 조용하지만 바다같이 큰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자연이 제 혼자 아름다운들, 정작 그 안에 깃들이고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일까.

물이 니편, 내편을 가르며 흐르지 않듯이 우리도 이제는 진보니 보수니 하며 다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때 젊은이들의 피를 끓게 하였던 이데올로기는 이제 시대의 유물로 남게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앞에 펼쳐진 자연이, 유유하게 흐르는 저 강물이 어떠한 이념도 없어서 평화로운 것은 아닐까. 이렇게 평화나 행복은 딱딱하거나 경직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들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 고약한 존재일 수 있다. 인간이 일군 문명자체가 어머니 대지가 주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들 자신의 질료조차 다 자연에서 얻어온 것인데, 그 고마움을 모르는 오만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이다. 자연 덕분에 이만한 인류발전을 갖고 왔으니만큼, 이제 우리 인류가 자연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연이 행복해야 인간이 행복하다. 이는 나라가 부강해야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연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우리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될 것이다. 거창한 일도 아니다. 불필요한 자연의 훼손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거나 전구하나 더 끄는 습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꽃을 심거나 나무를 심는 작은 행동으로도 자연은 몇 배로 되갚아준다. 경영학적으로도 완전 수지맞는 장사다. 그야말로 요새말로 이만한 윈윈 전략이 따로 없는 것이다.

얼마 전, DMZ를 돌아봤다. 오랜 기간 냉전의 상징으로 남아 있던 지역이었다. 그렇지만, 그곳에 핀 꽃과 나무와 강은 아름다웠다. 아마 지금은 남·북 양측의 총부리를 비웃듯 단풍이 화사하게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단으로 인한 상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곳 역시 바꾸어 나갈 것이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평화와 환희의 장소로 바꾸어 갈 것이다. 그것이 인간과 전쟁, 자연과 인간이 함께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곳에 피어나는 꽃과 나무가 완전한 평화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오랜 상처에 조금씩 새살이 돋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엔가 거창해지고, 복잡해진 필자의 심사와는 상관없이 강물은 평화롭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상쾌하다. 갑자기 몇 년 전 잠을 자다가 꾼 꿈속에서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그 꿈에서 들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의연해라. 책의 소리에도, 사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라. 그러나 강과 산과 바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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