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성분뿐 아니라 입자의 모양과 노출 기간도 물고기의 바이러스 감염 피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나일론 재질이라도 길고 가느다란 섬유형 미세플라스틱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무지개송어는 둥근 입자에 노출된 경우보다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
미국 윌리엄앤드메리대학교 버지니아해양과학연구소(VIMS) 연구진은 무지개송어를 대상으로 나일론 미세섬유와 구형 나일론 입자가 감염성조혈괴사바이러스(IHNV) 감염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Environmental Toxicology and Chemistry에 발표됐다.
IHNV는 무지개송어를 비롯한 연어과 어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북미를 포함한 양식산업에서 생산 손실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체 가운데 하나다.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물고기를 직접 죽이는지에 그치지 않고, 오염물질 노출이 감염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8주 동안 어린 무지개송어 800마리를 40개 실험수조에서 관찰했다. 물고기들은 길고 가느다란 나일론 미세섬유 또는 작고 둥근 나일론 입자에 노출됐으며, 일부는 실험기간 전체에 걸쳐, 다른 일부는 바이러스 감염 전이나 이후에만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됐다. 실험 중반에는 일부 송어에 IHNV를 노출시킨 뒤 생존율과 바이러스 배출량을 추적했다.
분석 결과 실험 전 기간 동안 나일론 미세섬유와 바이러스에 함께 노출된 송어의 생존율은 약 39%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에만 노출된 송어의 생존율은 약 56%였다. 반면 바이러스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의 생존율은 약 86%였다.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미세섬유에 노출된 송어가 바이러스에만 노출된 경우보다 사망할 위험이 약 두 배 높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나일론 재질이라도 작고 둥근 미세플라스틱 입자에서는 바이러스 관련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노출 시기도 영향을 미쳤다. 바이러스 감염 약 4주 전부터 감염 이후까지 계속 미세섬유에 노출된 경우 사망률 증가가 통계적으로 뚜렷했다. 감염 전에만 섬유에 노출된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은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바이러스 감염 이후에만 노출됐을 때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연구진은 미세섬유의 길고 단단한 형태가 물고기의 아가미 등 외부와 맞닿는 상피조직을 손상시켜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기 쉬운 경로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면역반응을 방해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구체적인 기작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논문 주저자인 메러디스 에번스 실리 연구원은 미세플라스틱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항상 직접적인 치사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며, 다른 환경 스트레스나 병원체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간접 영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미세플라스틱을 하나의 동일한 오염물질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미세플라스틱은 재질뿐 아니라 크기와 형태, 표면특성, 경도 등이 크게 다르고, 이러한 물리적 특성이 생물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합성섬유 의류나 어망, 로프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는 수중환경에 널리 퍼져 있어 양식장과 자연 수계에서의 실제 노출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이 통제된 실험실 조건에서 이뤄진 만큼 자연환경이나 상업 양식장에서 동일한 영향이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입자 농도와 크기, 노출기간을 달리하고 실제 양식시설에서 어떤 유형의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상업용 송어 양식업체와 협력해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을 파악하고 생산비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 관리에서도 단순한 총량 규제뿐 아니라 어떤 형태의 입자가 실제로 더 큰 생물학적 위험을 일으키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정 형태나 재질이 감염병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향후 환경 모니터링과 오염저감 전략, 보다 안전한 소재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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