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산, 탄소 넘어 물·토지 부담까지 키운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04 22: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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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뿐 아니라 물 사용, 토지 점유, 전자폐기물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환경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유엔대학 연구진의 분석이 나왔다. AI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때 탄소 배출량만 볼 것이 아니라 물과 토지 발자국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엔대학 물·환경·보건 연구소(UNU-INWEH)는 최근 보고서 「AI의 에너지 사용 환경 비용: 탄소, 물 및 토지 발자국」을 통해 AI와 데이터센터의 환경 비용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5년 약 448TWh에서 2030년 945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일부 국가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뛰어넘는 규모로, 데이터센터가 사실상 국가 단위의 전력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에 따른 물 발자국은 약 9조3000억 리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인구 13억 명의 연간 기본 가정용 물 수요와 맞먹는 규모다. 토지 발자국도 1만45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구 32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대도시권 면적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AI의 환경 비용이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과소평가돼 왔다고 지적했다. 기존 논의는 주로 대규모 AI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AI 시스템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전기는 발전과 냉각 과정에서 물을 필요로 하고, 에너지 인프라와 공급망은 토지 이용 부담을 동반한다. 즉 AI의 전력 사용은 탄소, 물, 토지라는 세 가지 발자국을 동시에 남긴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 발자국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석탄 발전에서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하면 전기의 탄소 발자국은 줄어들 수 있지만, 물 사용과 토지 점유는 오히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보고서는 “저탄소”가 곧 “저수자원” 또는 “저토지”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단일 지표만으로 AI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면 환경 부담이 다른 지역이나 다른 자원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AI 에너지 논의의 초점이 ‘훈련’에서 ‘추론’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언어모델을 처음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훈련 과정도 많은 에너지를 쓰지만, 모델이 실제 서비스에 배포된 뒤 사용자 요청에 계속 응답하는 추론 단계가 전체 AI 에너지 사용량의 80~9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GPT-3 훈련에는 약 1.3GWh의 전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GPT-4 훈련에는 50~70GWh가 사용됐다는 추정도 있다. 그러나 모델이 상용화된 이후에는 하루 수십억 건의 사용자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큰 에너지 수요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ChatGPT가 하루 약 25억 개의 프롬프트를 처리하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를 연간 전력 사용량으로 환산하면 단일 서비스만으로 약 383GWh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AI 작업 유형에 따른 에너지 차이도 컸다. 일반적인 대화형 챗봇 질의는 기본적인 텍스트 분류 작업보다 약 200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AI 이미지 한 장을 생성하는 데는 기준 작업의 약 1450배에 이르는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 짧은 AI 생성 동영상 하나는 스팸 분류 20만 건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AI 모델 선택, 프롬프트 길이, 출력 형식, 해상도, 기본 출력 길이 같은 요소들이 모두 환경 발자국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의 상당수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하기보다 서비스의 기본 설정에 의해 보이지 않게 이뤄진다. 이에 따라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저전력 모델 사용, 출력 길이 제한, 기본 해상도 조정 등 수요 측면의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효율성 향상만으로 AI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어렵다고도 경고했다. 기술 발전으로 개별 질의당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더라도, 비용이 낮아지고 접근성이 높아지면 사용량이 급증해 전체 자원 소비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이 개선될수록 소비가 증가하는 ‘제번스 역설’과 유사한 현상이다.

AI 인프라의 혜택과 부담이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일랜드에서는 2023년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21%를 차지해 도시 가정 전체의 전력 소비량을 넘어섰다. 전력망 부담이 커지면서 아일랜드 전력망 운영기관은 더블린 주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2028년까지 사실상 제한했다.

물 부족 지역의 사례도 언급됐다. 멕시코 케레타로에서는 장기 가뭄 속에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으며, 우루과이에서는 2023년 가뭄으로 몬테비데오의 담수 매장량이 고갈된 상황에서 물 집약적인 데이터센터 계획이 논란이 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 사용자를 위한 AI 서비스가 특정 지역의 전력망과 수자원에 집중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NU-INWEH의 미르 마틴 박사는 “데이터센터 입지와 물 스트레스 지역을 함께 보면 같은 지역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며 “그 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해당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비대칭성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비용은 일부 지역이 부담하고 혜택은 다른 지역이 가져가는 기존의 불평등한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지털 격차도 환경 정의의 문제로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AI 전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가는 32개국에 불과하며, AI 전문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의 90% 이상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집중돼 있다. 반면 150개 이상의 국가는 주권적 AI 컴퓨팅 인프라에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핵심 광물 채굴과 전자폐기물 처리 부담은 저소득 국가와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전략적 이익은 소수 국가에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하드웨어의 생애주기 부담도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AI 인프라가 2030년까지 매년 최대 250만 톤의 전자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매년 에펠탑 약 250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동시에 AI 반도체와 서버 장비에 필요한 핵심 광물은 환경 규제가 약한 지역에서 채굴되는 경우가 많아, 공급망 전반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책임 있는 AI 생태계를 위한 여섯 가지 원칙으로 투명성, 설계 단계의 효율성, 형평성과 환경 정의, 생애주기 책임, 국제 협력, 지속 가능한 사용을 제시했다. 정부에는 AI 인프라를 에너지 계획, 수자원 관리, 토지 이용 허가 체계에 포함하고 표준화된 환경 발자국 보고를 요구할 것을 권고했다. 기업과 개발자에게는 모델 선택과 기본 출력 설정, 라우팅 결정을 환경 발자국을 좌우하는 설계 요소로 다룰 것을 주문했다.

데이터센터 운영자와 전력·수자원 유틸리티에는 입지 선정과 에너지 조달을 환경적 의사결정으로 보고 누적 영향 평가를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투자자에게는 전력, 탄소, 물, 토지 발자국을 AI 인프라 포트폴리오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지역사회와 시민사회는 데이터센터 배치 논의에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야 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고충 처리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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