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염병과 기후변화 속 ‘식량안보’ 빨간불

곡물 공공비축으로 애그플레이션 사태 막아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11-03 10: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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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 김명화 기자] 전 지구적 감염병과 기후위기가 상존하면서 식량에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는 곡물 수출제한 조치나 이동제한 등의 우려로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농촌의 현실과 식량안보 상황을 짚어본다.

지난해 대비 10~30% 이상 소출 줄어

지난여름 사상 초유의 긴 장마와 태풍을 거치며 농작물 수확량에도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었다. 10월 현재 수확철에 접어든 농촌에는 기후변화 위기를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소출이 지난해 대비 10~30% 이상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경기도 안성에서 가을걷이를 하던 농부 김현재 씨는 “올해 벼는 낱알이 실하지 않은 쭉정이가 많아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절반은 감소할 것 같다“며 ”농사를 짓는 일이 매년 힘들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이웃 논에서 벼 수확이 한창인 농부 오정수 씨도 “올해 긴 장마 탓에 벼가 해를 본 날이 많지 않았으니 덜 여물고 수확량이 줄어든 건 당연하다”며 “쌀 소비 둔화까지 겹치는 상황에서도 쌀을 수매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투입된 농사자금도 빠지지 않아 식구들 먹을 것밖에는 팔고 말고 할 것도 없다”고 걱정이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놔 농촌 현장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통계청은 지난 8일 ‘2020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63만1000톤으로 전년(374만4000톤)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년 대비 11만 톤 정도의 생산이 감소한 데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10월 말 기준 정부양곡 재고는 106만 톤 수준으로, 2020년산 수확기 공공비축(35만 톤 추가 포함)까지 감안하면 수급이 불안정하더라도 정부의 공급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쌀 소비 감소세와 정부양곡 재고 수준을 고려하면 수급은 균형 범위에 들 것이란 답변이다. 


하지만 매년 경작지는 72만6432ha로 전년(72만9814ha) 대비 0.5%나 감소했다. 건물 건축과 공공시설 등의 개발로 경지면적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논에서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부의 지원 사업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는 공익직불제(쌀과 밭작물 등 품목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농업인이 식품안전과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공익 창출에 기여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 도입 등 양정제도 개편에 따라 새로운 쌀 수급 안정 장치를 제도화한 첫해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공공비축, 산지유통업체 벼 매입자금 지원 등으로 수확기 중 올해 생산량 약 60%를 안정적으로 매입할 것”이라며 “피해 벼 매입과 수급 동향에 따라 산물 벼 인수도 등 필요한 수급 안정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11일 ‘2020년산 쌀 수급안정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우선 수확기 출하 물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흡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산지 유통업체에 지원하는 벼 매입자금을 3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6.5% 높이고 피해 벼도 농가가 희망하는 물량을 11월 말까지 매입한다고 밝혔다.

식량 공급 불안정성 증가 


국내 식량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로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것도 가축들이 먹는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7%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국내 식량자급률은 56.2%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45.8%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김 장관은 “2009년 당시 전년에 과잉 부족이어서 수급 차원에서 조정을 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콩 부분의 자급률 하락에 대해서는 “내후년 55.4% 목표치인데 상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했다. 곡물도 목표치에 대한 자급률이 2009년에 29.6%인데 비해 지난해는 21.0%로 감소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32%로 목표치를 세웠으나 쉽지 않다는 대답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중앙 언론지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철저하게 식량 안보 비축에 노력하고 있다는 대답뿐 감염병과 기후변화 등으로 심각해질 수 있는 식량위기 상황울 대비한 자급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곡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쌀, 밀, 콩이다.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가장 많은 밀은 자급률이 1%대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또 보리 32%, 콩 25%, 옥수수 4% 등도 해외에서 빗장을 걸어 잠그면 곧바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7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곡물 수출을 중단하는 국가들이 속속 발생했다. 베트남은 쌀을, 러시아는 밀과 쌀, 보리 등 모든 곡물을, 세르비아는 밀과 설탕, 식용유를, 카자흐스탄은 밀과 설탕, 가자, 당근, 양파를, 파키스탄은 양파를 각각 중단했다. 이에 따른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경우 국내 식량위기가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실행 계획 없어
전문가들은 2008년 곡물가격 급등으로 전 세계가 식량위기론까지 대두했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대규모 식량 수입국으로서 마냥 느긋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농업(agriculture)과 물가상승(inflation)을 함께 이르는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을 주도해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상황을 말한다. 따라서 돈이 있어도 필요한 식량을 못 사올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4%로 하향했다. 전염병과 더불어 기후변화 또한 중대한 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식량위기는 10년 혹은 20년을 주기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농촌뿐만 아니라 기업이 감염병과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로 인식하여 반드시 체계적으로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나마 국내 식량자급률이 높은 쌀도 그동안 2009년 56%에서 2015년 50%였던 것이 2018년에는 46%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5년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없는 상태다.

정부 예산서 농업 철저히 소외
감염병의 장기화와 기후변화에 세계적인 식량위기가 닥칠 경우 현재의 식량 조달 체계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삼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 제123조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고, 그나마 예산 편성된 것마저도 집행률이 저조한 실정이다“고 했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추경예산에서도 또 내년 정부예산에서도 농업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쌀은 자급하고 있으나 시장개방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곡물은 해외 의존도가 높으므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식량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식량 안보는 인구 증가, 천재적 재난, 전쟁 등을 고려하여 국가가 일정량의 식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병과 기근은 앞으로도 자주,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득이 증가하고 수급여건이 양호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급률을 갖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식량 위기에 대처해야 정치와 사회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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