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개똥벌레 천사

글. 박미산 시인
사진. 김석종 작가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8-03 10: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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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김석종 사진작가

 

개똥벌레 천사

-차한수


개똥벌레는
천사다

어둠과 환희를 마시는
열병을 앓다가

사랑이 식은
험한 길을

오열하는 별빛 아래
죽음처럼 몽롱한 잠을 위해*

춤을 추며
달려가는

개똥벌레는
천사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서『뜨거운 달』, 서정시학, 2015

일본, 중국, 몽골을 차한수 시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시에 대해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본에서의 밤이
지금도 한 컷의 사진처럼 선명하다.
우리는 삼나무 숲이 있는,
찬란하게 오열하는 별빛 아래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는 어둠과 환희를 마시며 열병을 앓던 청년기를 지나
사랑이 식은 험한 길을 거쳐 죽음처럼 몽롱한 잠을 위해 춤을 추며 달려가는
노년기에 접어든 천사 같은 시인이었다.
이국의 말들이 섞여 있는 7월의 밤하늘에
삼나무 사이로 개똥벌레는 지나가고
그는 지문이 다 닳은 옛날이야기를 하고
옛날 노래도 나지막하게 불렀다.
우리들이 앉아있던 거친 풀들이 눈을 찌르고
끄덕이던 고개들이 한쪽으로 구부러졌다.
한 사람이 쓰러지고
두 사람이 쓰러지고
풀들은 지금도 자라는데
얼마 전, 차한수 시인은 춤을 추며 저 먼 하늘나라로 갔다.
그는 개똥벌레 천사가 되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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