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 시시닷컴> 안아주기-나호열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1-01-27 17: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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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기 (나호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무를, 책상을, 모르는 사람을
안아 준다는 것이
물컹하게 가슴과 가슴이 맞닿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대, 어둠을 안아 보았는가
무량한 허공을 안아 보았는가
슬픔도 안으면 따뜻하다
마음도 안으면 따뜻하다
가슴이 없다면
우주는 우주가 아니다 

 

『타인의 슬픔』, (연인M&B,2008) 

 

 

서양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서로 안고 가벼운 입맞춤을 나누지만, 그들과 달리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악수가 고작입니다.


그들과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나 내 가족만을 안아줍니다. 모르는 사람은 절대 안아주지 않습니다.


저는 한동안 단전호흡 수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단학 도우들은 수련하기 전이나 수련이 끝난 후엔 반드시 안아줍니다.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마음과 마음을 따뜻하게 나누는 것이지요.


처음 입문한 사람들은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이내 익숙해집니다. 상대를 안는 것은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우린 가끔 야외 수련도 갑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가면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와 무한한 바다와 조그마한 풀들과 야생화를 안아줍니다.


나무가 ‘사랑한다.’ 속삭이고 바다는 더 너른 가슴으로 우리를 품어주고 풀들과 야생화는 방긋 방긋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심지어 어둠도 무량한 허공도 슬픔도 안으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제임스 앨런은 “인간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자유롭게 가꿀 수도 있고 야생의 들판으로 버려둘 수도 있다. 그러나 가꾸든 내버려 두든 무언가는 반드시 자라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언제 안아주기를 했는지 아득합니다. 안아 줄 따스한 가슴이 없다면 마음의 정원이 황폐해집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기 전에 올해는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따뜻한 빛이 쏟아지는 마음으로 서로 안아주면 딱딱했던 마음이 물컹해지지 않을까요?


글 : 박미산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박사졸업(문학박사), 시집(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사진 : 김석종 / 연세대,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사진학과 졸업 / 개인전 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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