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먹은 갯강구, 수명 차이 없었지만 해독·DNA 복구 유전자 반응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06 2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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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해안에 밀려온 스티로폼을 먹은 갯강구에서 수명이 유의하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이물질 해독과 DNA 복구 등에 관여하는 장내 유전자 발현이 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 뚜렷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생물학적 반응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일본 규슈대학교 농학부 오시마 유지 명예교수 연구팀은 갯강구가 발포폴리스티렌(EPS)을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생물학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했다.

EPS는 국내에서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 플라스틱이다. 가볍고 물에 잘 뜨기 때문에 어업용 부표와 수산물 상자, 포장재 등에 널리 사용되지만 바다로 유출되면 먼 거리까지 이동해 해변에 쌓인다. 햇빛과 파도, 마찰에 노출된 EPS는 작은 조각으로 쉽게 부서져 해안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갯강구(Ligia spp.)는 바위 해안과 방파제 주변에 사는 등각류다. 해안에 쌓인 해조류와 유기물 잔해를 먹으며 분해와 영양물질 순환에 기여한다. 연구팀은 앞선 현장조사에서 갯강구가 해안에 버려진 EPS를 갉아 먹은 뒤 훨씬 작은 조각으로 배설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갯강구가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거나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큰 EPS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으로 물리적으로 잘게 부수고 다시 환경에 퍼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EPS 섭취가 갯강구 자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 노출시험을 실시했다. 야외에서 채집한 갯강구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는 시판 EPS 보드 조각만 일주일 동안 제공하고, 대조군에는 먹이를 주지 않았다. 이후 생존기간을 관찰하고 장의 유전자 발현과 미생물 구성을 다중오믹스 기법으로 분석했다.

EPS를 먹은 갯강구의 평균 생존기간은 27.8일, 절식 대조군은 31.6일이었다. EPS 섭취군이 평균 3.8일 짧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따라서 연구 조건에서는 EPS 섭취가 갯강구의 수명을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볼 수 없었다.

수명과 달리 소화기관의 유전자 발현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EPS를 먹은 갯강구에서는 외부 화학물질의 대사와 배출에 관여하는 사이토크롬 P450, UDP-글루쿠론산전이효소, 황산기전이효소 유전자의 발현이 높아졌다.

이 효소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의 화학구조를 바꾸고 체외로 배출하기 쉬운 형태로 전환하는 해독 과정에 관여한다. DNA 복구와 관련된 유전자 한 종류의 발현도 증가했다. 반면 식물성 섬유를 분해하는 효소를 포함한 일부 소화효소 유전자의 발현은 낮아졌다.

다만 해독이나 DNA 복구 관련 유전자가 활성화됐다는 사실만으로 EPS가 실제 DNA 손상이나 질병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는 갯강구의 장이 EPS 섭취에 반응했다는 분자 수준의 신호이며, 이러한 발현 변화가 성장과 번식, 대사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장내 미생물 분석에서는 보다 제한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개체별 미생물 다양성과 미생물군의 전체적인 구성은 EPS 섭취군과 대조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희귀한 일부 미생물은 EPS 섭취군에서만 발견됐다. 메탄을 생성하는 고세균 속인 메타노스피릴룸(Methanospirillum)을 포함한 고세균 3개 분류군과 박테리오파지 한 과가 EPS를 먹인 3개 시료 모두에서 검출됐지만 대조군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EPS 노출에 따라 일부 희귀 미생물의 출현 양상이 달라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분석 시료가 적고 전체 미생물 다양성과 군집 구성에는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던 만큼, EPS가 갯강구의 장내 미생물군을 광범위하게 변화시켰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하다. 메탄생성 고세균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메탄 생성량이 증가했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이번 실험은 EPS만 먹인 집단과 아무 먹이도 주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다. 따라서 자연 먹이를 정상적으로 섭취한 갯강구와 EPS에 노출된 갯강구의 건강상태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노출기간도 일주일로 짧아 장기간 EPS를 섭취했을 때 성장과 번식, 행동, 생존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판 EPS 보드에 포함된 첨가제와 노화된 해양 EPS의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해안 동물이 플라스틱 쓰레기 주변에서 단순히 살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섭취하며, 이를 더 작은 입자로 파쇄하는 동시에 체내에서는 분자 수준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갯강구를 해안 EPS 오염의 영향을 추적하는 잠재적인 지표생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업·포장 분야에서 사용하는 EPS 제품의 설계와 회수, 폐기 방식을 개선하고 해안에 유출된 EPS를 잘게 부서지기 전에 수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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