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기 60기 가운데 39기는 2038년까지 설계수명 30년에 도달한다. 반면 나머지 21기는 2040년에도 설계수명이 남는다.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종료 목표를 지키려면 이 21기의 가동을 설계수명보다 앞서 중단해야 하므로, 폐지 시점과 사업자 보상 방안 등을 정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가 9월 18일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이 21기를 2037~2039년에 단계적으로 폐지하되, 최대 10기는 전력수급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보전원으로 보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LNG 발전과 양수발전, 배터리 저장장치,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 설비와 사업을 전환하는 선택지도 거론됐다.
39기는 수명 도래, 21기는 조기 폐지 대상
![]() |
우선 기존 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27기를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유지한다. 일부 LNG 설비는 기존 발전소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이나 호남권의 전력 수요를 고려해 배치하는 방향이 검토된다. 이어 2038년까지 폐지될 12기는 양수발전 대체를 우선 검토하고, 나머지 21기는 2037~2039년 조기 폐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양수발전과 배터리 저장장치는 다른 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공급하는 설비다. 석탄발전의 연간 발전량을 무엇으로 채울지와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할지는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설비 개수나 정격용량만 맞춰서는 대체 계획이 완성되지 않는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증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공급량도 변수다. 송용현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이에 대해 실제로 부족한 예비설비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전망과 재생에너지의 피크 시간대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설비가 달라지는 만큼, 계산에 앞서 비상용 석탄발전기 보존 규모부터 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운전 중단 뒤 설비 보존…‘안보전원’의 경계
가장 첨예한 쟁점은 최대 10기의 석탄발전기를 비상용으로 남기는 안보전원 방안이다. 평상시 전력시장에는 참여하지 않되 전력수요 급증 등에 대비해 기동 능력을 유지하거나, 연료 공급 위기에 대비해 설비를 보존하다 필요할 때 재가동하는 유형이 제시됐다.
빠른 가동이 필요한 설비는 인력과 연료, 정비 체계를 유지해야 하고, 장기간 보존하는 설비는 재가동 준비 기간과 복구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유지비 부담 주체와 비상 상황의 판단 기준, 보존 종료 시점을 정해야 한다.
기후와 대기오염 문제도 남는다. 박시원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이 미세먼지 관리에 민감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오래된 소규모 설비를 남긴다면 배출 저감 성능과 보강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가동 시간과 배출량의 상한이 모호하면 비상용 보존이 사실상 폐지를 늦추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주기적인 기동이 필요한 설비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그러나 간헐적으로 운전하는 발전소에 포집설비를 설치·유지하는 비용과 실제 감축량은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 도입 계획만으로 비상 발전의 배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석탄 대신 LNG…탄소중립 부담 이어질 수도
LNG 발전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공급 공백을 줄일 대안으로 제시됐다. 열 수요가 충분한 지역에서는 LNG 열병합발전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LNG 역시 화석연료다. 2030년대에 건설한 발전소를 장기간 운영하면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발제자도 2030년 이후 신규 LNG 열병합발전에는 장래 배출 규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석탄을 대체한 LNG 설비가 훗날 다시 조기 폐지하거나 비용을 들여 전환해야 할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는 다른 경로도 활용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박명덕 박사는 독일이 사업자로부터 조기 폐지 보상액을 제안받는 역경매와 계통 안정성 심사를 함께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2024년 9월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닫았다. 독일의 법정 전국 폐지 시한은 2038년이며, 2030년으로 앞당긴 일정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갈탄발전 등 일부 지역에 해당한다. 국가마다 발전소 연식과 전력망, 보상체계가 달라 제도를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건설된 민간 석탄발전소의 보상이 주요 과제다. 강릉에코파워 측은 과거 정부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투자한 설비를 조기 폐지한다면 손실 보상과 대체 사업 기회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해안 송전 제약으로 낮아진 이용률과 수익을 보상액 산정에서 사업자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체적인 손실과 책임 범위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석탄발전의 경제성을 둘러싼 시각도 갈렸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환경비용 상승으로 경제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사업자는 송전망 건설 지연과 계통 제약도 이용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맞섰다. 잔존 가치에 어떤 원인과 미래 발전량을 반영하느냐에 따라 보상액이 달라지는 만큼 산정 과정의 공개가 중요하다.
특별법 마련…개별 발전소 폐지 시한은 별도 과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와 폐지지역을 지원하는 특별법은 2026년 9월 15일 공포됐으며, 2027년 9월 16일 시행된다. 발전사업자는 원칙적으로 폐지 예정일 2년 전까지 고용안정·재배치 계획, 지역경제영향조사, 주민·노동자 의견수렴 결과 등을 포함한 폐지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지역전환 협의체와 발전소 부지·항만·계통설비 재활용을 지원할 근거도 담겼다.
![]() |
다만 이 법이 개별 발전기의 2040년 이전 폐지 날짜를 정하는 것은 아니다. 박시원 교수는 특별법이 폐지 절차와 지원 근거를 마련했지만 어느 발전소를 언제까지 반드시 닫을지는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일정이 담기더라도 민간 설비의 조기 폐지를 위한 법적 근거와 보상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수 있다. 안보전원으로 보존하는 발전소와 해당 지역의 지원 개시 시점도 구체화해야 한다.
지역전환을 준비하기에 ‘폐지 2년 전’이라는 시한이 충분한지도 과제다. 석탄발전기 28기가 있는 충남은 폐지 영향이 집중될 지역이다. 여형범 충남연구원 실장은 발전소 부지와 항만, 송전설비를 지역의 다음 산업을 만들 자산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전력 저장 거점으로 활용할지, 다른 산업에 제공하거나 생태적으로 복원할지 결정하려면 더 긴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폐지 뒤 전력망 사용권도 지역의 미래와 연결된다. 특별법은 발전소 기반시설을 재활용하는 사업자에게 전력계통 사용 우선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적용 사업과 절차는 후속 규칙과 사업 결정에 달려 있다. 지역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해도 전력망에 연결할 수 없다면 부지 활용은 제한될 수 있다.
폐지 일정과 전력·지역 전환 함께 설계해야
2040년 탈석탄을 실현하려면 발전기 60기의 폐지 날짜와 함께 대체 전력 공급, 비용 부담, 지역전환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 정부는 설비별 폐지 순서와 수요·공급 여건 변화에 따른 조정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안보전원을 남긴다면 가동 조건과 배출량, 유지비, 보존 종료 시점까지 밝혀야 한다.
따라서 탈석탄 목표에 이르는 경로가 여전히 논쟁 중임을 보여줬다. 또한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함께 달성하고, 사업자와 노동자·지역이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남은 10여 년의 설비 운영과 투자, 보상과 전환 일정을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겨두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