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름 강우대 북상, 한반도 폭우·폭염 복합위험 커졌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24 2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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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동아시아의 여름 강우대를 형성하는 전선이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늦여름에는 이동거리가 20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로 한반도에서는 폭우와 고온다습한 열 스트레스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KAIST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인 김형준 AI·미래학과 교수 연구팀은 APEC기후센터(APCC) 연구진과 함께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7년간의 고해상도 기후자료를 분석해 동아시아 여름전선의 장기적인 위치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게재됐다.

동아시아 여름전선은 중국과 한반도, 일본 등에 여름철 장맛비를 가져오는 핵심 기상시스템이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나는 경계에서 형성되며, 전선의 위치에 따라 어느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지가 달라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선과 관련한 강수는 동아시아 전체 여름 강수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특히 6월과 9월에는 전체 강수량의 약 절반이 전선과 연관돼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동안 기후변화 연구에서는 주로 지구온난화에 따라 장마와 전선성 강수의 강도가 얼마나 세지는지에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강수 강도뿐 아니라 전선이 실제로 어디에 위치하는가도 장기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ERA5 재분석 자료에 자동 전선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공간해상도 약 25㎞의 자료를 이용해 47년간 6시간 간격으로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분석 결과 최근 20년인 2006~2025년의 여름전선은 과거 1979~1998년에 비해 여름철 전반에 걸쳐 더 북쪽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상 폭은 늦여름에 가장 컸다. 9월 10~30일 전선의 평균 위치는 과거보다 약 213㎞ 북쪽으로 이동했다. 장마철의 주요 활동기간인 6월 25일~7월 15일에도 약 146㎞ 북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늦여름 전선은 중국 장강 유역과 제주도 남쪽 해상에 주로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해수면 온도 상승과 대규모 대기순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전선의 북상은 비가 내리는 지역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나타나는 지역도 함께 달라지면서 강수와 열 스트레스의 공간적 분포가 동시에 변화했다.

장마철 주요 활동기간에는 전선이 평년보다 북쪽에 위치한 해에 한반도를 포함한 북부 지역의 강수량이 증가했다. 반면 전선 남쪽 지역에서는 고온에 따른 열 스트레스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 같은 효과는 늦여름에 더욱 뚜렷했다.

전선이 북쪽에 위치한 해에는 한반도 전역에서 전선성 강수량이 크게 증가한 동시에 열 스트레스도 0.4℃ 이상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열 스트레스를 평가하기 위해 기온뿐 아니라 습도의 영향을 함께 반영하는 ‘습구흑구온도(WBGT)’를 사용했다.

WBGT는 기온과 습도, 복사열 등을 고려해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열 부담을 평가하는 지표다. 습도가 높을수록 땀이 잘 증발하지 않아 체온을 낮추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같은 기온에서도 열사병 등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은 비가 많이 내리는 동시에 열 스트레스도 높은 날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했다.늦여름 전선이 북쪽으로 이동한 해에는 강수량과 열 스트레스가 모두 평년 이상인 날이 전선이 남쪽에 머문 해보다 약 8~19배 자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기온과 강수량 자체가 증가하는 추세를 통계적으로 제거한 뒤에도 이러한 복합현상은 약 3~9배 빈번했다.

이는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많아진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전선의 위치 변화 자체가 폭우와 열 스트레스의 동시 발생을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재난관리에도 시사점을 준다.

통상 국내 여름철 자연재난 대응은 7~8월 집중호우와 폭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전선의 북상이 늦여름까지 이어진다면 9월에도 집중호우와 고온다습한 날씨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연구진은 특히 9월 말까지 홍수 예방과 온열질환 대응을 별도의 재난으로 분리하기보다 하나의 복합위험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한반도에서는 늦여름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강한 전선성 강수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폭우가 반복되면 침수와 산사태 같은 수해뿐 아니라 야외 노동자와 고령층의 온열질환 위험까지 동시에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따른 장마 변화가 단순히 ‘비가 많이 오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강우대 자체가 언제, 어디에 위치하는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반도가 동아시아 여름전선의 장기적인 북상 경로에 놓이면서 앞으로는 장마 종료 시점이나 가을철 강수 특성을 과거의 계절 구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향후 기후적응 정책에서도 집중호우와 폭염을 각각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두 위험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을 고려한 복합재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연구는 한반도의 ‘여름 재난 기간’ 자체가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9월까지도 강한 비와 열 스트레스가 함께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홍수와 폭염 대응을 늦여름까지 연장하는 새로운 기후적응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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