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산단 방류수서 PFAS 17종 검출…반도체 폐수 관리 사각지대 드러나나

환경단체 4곳, 정량값 단순 합계 9.01㎍/L 공개…단쇄 PFAS 88.4% 차지
반도체 공정서 PFAS 사용 가능성…“배출원 추적·반복 모니터링·관리기준 마련해야”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10-19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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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경기 평택 고덕산업단지 종단 방류구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17종이 검출되면서 산업폐수의 PFAS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일부 PFAS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양한 PFAS가 산업폐수를 통해 수계로 유입될 가능성을 고려해 배출원 조사와 처리시설의 제거 효율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환경운동연합과 서평택환경위원회, 평택환경행동, 환경운동연합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덕산단 종단 방류수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방류수에서 PFAS 17종이 정량 검출됐으며, 개별 물질의 정량값 단순 합계는 약 9.01㎍/L로 나타났다.

물질별로는 PFBA가 4,240ng/L로 가장 높았고, PFPeA 1,830ng/L, PFHxA 1,200ng/L, PFHpA 695ng/L 순이었다. 이들 단쇄 과불화카복실산(PFCA) 4종은 전체 정량값 단순 합계의 약 88.4%를 차지했다. PFOA 339ng/L, PFNA 239ng/L, PFDA 158ng/L 등 장쇄 PFCA도 함께 검출됐다.


단체들은 이번 결과가 PFOA와 PFOS 등 일부 대표물질 중심의 조사만으로는 산업폐수에 포함된 다양한 PFAS의 배출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검출된 PFBA와 PFPeA, PFHxA 등 단쇄 PFAS까지 조사 대상과 관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공정과 PFAS 연관성…배출원 규명은 과제
고덕산업단지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시설과 관련 산업이 집적된 곳이다. 반도체 제조업은 PFAS 사용과 폐수 배출 가능성을 점검해야 하는 산업 분야 중 하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전기·전자 부품 산업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포토레지스트와 반사방지막 등 포토리소그래피 관련 소재에 PFAS가 사용될 수 있다. 회로 패턴 형성, 식각, 세정 등 여러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조성에 따라 PFAS가 폐수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 학술연구에서도 반도체 제조시설의 폐수에서 단쇄 PFAS와 대체물질이 주요 검출 물질군으로 확인됐다. 2026년 10월 1일 온라인 공개된 ‘유해물질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연구는 한 반도체 제조시설의 폐수처리 계통 7곳과 주요 처리공정을 분석해 PFAS의 처리 효율이 물질과 공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일부 처리계통에서는 유입량보다 유출량이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됐으며, 연구진은 측정되지 않은 전구물질이 처리 과정에서 다른 PFAS로 전환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 폐수처리시설을 거친다는 사실만으로 PFAS가 충분히 제거된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단쇄 PFAS는 일부 기존 처리기술로 제거하기 어려울 수 있어 물질별 특성에 맞는 처리기술과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국제 연구 결과가 고덕산단의 검출 원인을 직접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분석 결과만으로는 고덕산단에서 검출된 PFAS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비롯됐는지, 특정 기업이 배출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산업단지 내 사업장별 약품 사용 내역과 공정별 폐수 성분, 처리시설 유입수·방류수의 비교 분석을 통해 실제 배출원을 추적해야 한다.



‘영원한 화학물질’…방류 이후보다 배출 단계 관리가 중요
PFAS는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장기간 잔류하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린다. 물질별로 독성과 이동성, 생물축적성은 다르지만, 일부 PFAS는 수계에서 장기간 잔류하고 기존 정수·폐수처리 공정으로 제거하기 어려워 환경 관리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단체들은 이번 검출 결과를 일회성 조사로 끝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덕산단 종단 방류구는 산업단지 내 처리폐수가 최종적으로 모여 하천으로 방류되는 지점인 만큼, 방류구 상·하류 수계 조사와 반복 측정을 통해 PFAS의 유입 경로와 이동 특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입수와 방류수의 농도를 비교하는 동시에 실제 방류량을 확인해 물질별 배출 부하량을 산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농도만으로는 수계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물질을 확대하고, 분석 과정에서 측정되지 않은 전구물질과 대체물질의 존재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PFAS를 먹는물 기준만으로 관리하지 않고 산업 배출원 조사와 사용 제한, 폐수처리 기술 개발 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 EPA는 여러 산업 분야의 PFAS 배출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반도체 제조업을 포함한 전기·전자 부품 산업의 배출 특성에 관한 추가 자료 확보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먹는물 수질기준과 산업폐수 배출기준은 목적과 적용 대상이 다른 만큼, 국내 산업폐수 관리기준은 물질별 위해성과 환경 잔류성, 분석 방법, 처리기술의 실효성 등을 고려해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사용·배출정보 공개와 정부 관리기준 마련해야
기업의 책임 강화도 주요 쟁점이다. 단체들은 기업이 공정에서 사용하는 PFAS의 종류와 사용량, 폐수 배출량, 처리 방식 등을 파악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폐수처리시설을 거쳐 방류된다는 이유로 개별 배출기업의 관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복적으로 PFAS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발생 공정과 배출경로를 조사하고, 공정 개선과 처리기술 보완을 통해 수계로 배출되는 양을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체 가능한 물질에 대해서는 사용 저감과 대체 전환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정부에 ▲산업단지와 폐수처리시설의 PFAS 실태조사 확대 ▲방류수와 하천 수계 모니터링 연계 및 반복 조사 ▲기업의 PFAS 사용·배출·처리정보 공개와 실질적인 배출 저감계획 수립 ▲산업폐수와 수계에 적용할 PFAS 관리기준의 단계적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번 검출 결과는 산업단지 방류수에 다양한 PFAS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기존 폐수처리와 수질 모니터링 체계가 이를 충분히 포착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향후 핵심은 검출 사실을 넘어 실제 배출원과 배출량, 처리 효율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 결과를 관리기준과 기업의 저감 조치로 연결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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