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반도체 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수에 표준 검사 목록에 없는 과불화화합물이 섞여 있다면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미국 코넬대 데미안 헬블링 교수 연구팀은 고해상도 질량분석으로 미확인 물질을 찾아내고, 인공지능(AI)으로 대체물질을 선별하며, 맞춤형 고분자로 폐수 속 오염물질을 포집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과불화·폴리플루오로알킬물질(PFAS)은 열을 견디고 물을 밀어내는 성질 때문에 조리기구 코팅, 소방용 포말, 식품 포장재,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 쓰인다. 탄소와 불소 사이의 강한 결합은 이런 성능을 뒷받침하지만, 환경에 배출된 뒤에도 분해되기 어렵게 한다. PFAS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이유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질량분석기로 물 시료에서 다양한 분자 신호를 수집한 뒤, 계산 도구로 PFAS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패턴을 찾는다. 이 방식은 미리 정해진 물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화합물을 찾는 데 쓰인다. 연구팀은 반도체 업계와 협력해 회로 패턴을 만드는 포토리소그래피와 재료를 깎아내는 플라즈마 식각 공정에 관련된 PFAS의 특성을 분석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오염원을 추정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소방용 포말, 매립지, 하수처리장, 산업시설에서 얻은 시료의 화학적 특성을 학습시킨 뒤, 오염이 발견된 지점의 물질 조합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오염원 후보를 좁히면 추가 조사와 정화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헬블링 연구팀은 IBM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서 기업이 공급망의 어느 단계에서 PFAS를 쓰는지 파악하고, 대체 후보를 찾도록 돕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AI는 후보 물질이 기존 공정에 필요한 성능을 낼 가능성과 함께 환경에 오래 남거나 생물에 축적될 가능성을 예측한다. 실험에 앞서 검토 대상을 좁혀, 기존 물질을 비슷한 유해성을 지닌 다른 물질로 바꾸는 유감스러운 대체를 줄이려는 접근이다.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PFAS에는 분자 나노스펀지라 불리는 고분자 소재를 적용한다. 이 소재는 물에 녹아 있는 PFAS를 선택적으로 붙잡는다. 연구팀은 고분자의 작용기를 바꿔 산업별로 서로 다른 PFAS에 맞게 소재를 설계해 왔다. 포집한 물질은 별도의 화학 처리 공정에서 분해하는 방식이다. 대량의 물에 낮은 농도로 퍼진 PFAS를 먼저 모으면, 분해 공정에서 처리해야 할 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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