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없이는 관리도 없어...과학자들,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의무보고 촉구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05 22:19:54
  • 글자크기
  • -
  • +
  • 인쇄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플라스틱 오염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각국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무역과 사용, 재활용·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통 기준에 따라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는 과학계의 제안이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캠퍼스(UCSB)와 중국 칭화대학교 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정책 제언에서 유엔 플라스틱협약에 의무적인 국제 보고체계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떤 고분자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제품과 원료가 국가 간에 어떻게 거래되는지,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해 어디에서 재활용·소각·매립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플라스틱 관련 통계는 국가마다 분류와 조사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완제품 안에 포함돼 국경을 넘는 플라스틱이나 첨가제, 비공식적으로 처리되는 폐기물, 환경으로 유출되는 양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종류와 제품에 대한 국제 분류체계와 표시 기준을 마련하고, 공통 측정방법과 국가별 자료 저장소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 대상에는 플라스틱 생산·소비량과 수출입, 제품별 사용량, 폐기물 발생량, 재활용·소각·매립량 및 오염 집중지역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논문을 이끈 칭화대 취안인 탄(Quanyin Tan) 교수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데이터와 보고 문제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우려가 이번 연구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UCSB 브렌환경과학경영대학원의 롤런드 가이어 교수는 최종 협약에 실질적인 보고 의무가 포함되지 않는 상황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그는 “측정하지 않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며 생산 감축이나 재활용 목표에 합의하더라도 기준선과 이행 결과를 측정할 자료가 없다면 정책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확정된 협약문에 보고 의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최종 조약 자체가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진은 향후 협약문을 작성할 때 구속력 있는 측정·보고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위한 국제 보고체계가 전혀 새로운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오존층 파괴물질의 생산과 소비, 무역량을 당사국이 매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스톡홀름협약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을, 미나마타협약은 수은의 사용과 배출을 관리한다. 파리협정도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이행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협약의 대상과 규제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된 측정 기준과 정기적인 국가 보고가 목표 설정과 이행 평가의 기초가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가이어 교수는 각국이 플라스틱 생산량을 어느 수준까지 줄일 것인지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생산량과 사용 화학물질, 무역량, 폐기물 발생량과 최종 처리 경로를 파악하는 데에는 먼저 합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체계는 플라스틱을 모두 같은 위험물질로 취급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고분자와 첨가제, 제품의 용도와 사용기간, 폐기 방식에 따라 환경·건강 위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해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유엔환경총회는 2022년 3월 결의안 5/14를 채택하고 플라스틱의 생산과 설계, 폐기를 포함한 전 생애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마련에 착수했다. 그러나 2024년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1부 회의(INC-5.1)에 이어 2025년 8월 제네바에서 열린 2부 회의(INC-5.2)도 최종 합의 없이 끝났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유해화학물질 규제, 재정지원 및 규제조치의 법적 구속력을 둘러싼 국가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보고체계 제안은 오는 9월 16∼17일 UCSB와 세계경제포럼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동 개최하는 전문가 워크숍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결국 국제 보고체계는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책 자체라기보다 어떤 정책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반에 가깝다. 연구진은 플라스틱협약이 선언적 목표에 머물지 않으려면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데이터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해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