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도, 버스정류장도 기후위기 앞에 안전하지 않았다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지방선거 후보에 기후안전 생활권 공약 제안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28 11: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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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학생들이 매일 오가는 길과 머무는 공간이 기후재난에 충분히 대비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동·청소년들의 현장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원과 학교, 버스정류장, 골목길 등 일상 공간 곳곳에서 폭염과 집중호우에 취약한 구조가 확인되면서, 아동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권 단위의 기후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는 오는 6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자들에게 정책 공약 채택을 요청하는 ‘아동환경권 보장을 위한 기후안전 생활권 조성 정책 제안’을 발간했다. 


이번 제안서는 지난 1월 발족한 ‘아동청소년 기후위원회’ 활동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기후위원회 소속 아동·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지역의 공원, 학교 주변, 버스정류장, 상업시설, 주거지 골목 등을 직접 걸으며 기후위기가 일상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이를 통해 생활권 자연환경 확충,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 자연환경 접근성 및 공기질 보장이라는 3대 정책 과제를 도출했다.

아동청소년 기후위원 29명은 서울, 경기, 전북, 광주, 울산, 경남, 경주 등 전국 곳곳에서 총 145개 장소를 직접 점검했다. 조사 대상은 공원·녹지, 공공기관, 대중교통 거점, 상업시설, 주거지역·골목 등 5개 유형으로 나뉘었다.

평가 기준은 자연체험, 생태환경, 기후대응, 이용환경, 환경 질, 개방성, 체류환경 등 7개 영역이었다. 조사 결과 2점 만점 기준으로 공간 유형별 평균 점수는 공원·녹지가 1.66점으로 가장 높았고, 공공기관 1.65점, 주거지역·골목 1.58점, 대중교통 거점 1.22점, 상업시설 1.13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중교통 거점과 상업시설은 기후대응 기능이 가장 취약한 공간으로 평가됐다. 전체 평가 영역 가운데서는 체류환경이 0.83점으로 가장 낮았고, 환경 질도 1.21점에 그쳤다. 아이들이 잠시 머물거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 폭염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생활권 전반에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장 조사에서 확인된 문제는 다양했다.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 거점에는 폭염이나 집중호우 때 몸을 피할 쉼터가 충분하지 않았다. 공원도 녹지 공간이라는 이름과 달리 기후 적응 기능은 제한적이었다. 일부 가로수는 지나친 가지치기로 그늘을 만들지 못했고, 빗물받이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공원 바닥 상당 부분이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 역시 안전한 녹지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방과 후나 주말에는 학교 문이 닫혀, 학생과 지역 주민들이 학교 내 녹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상업시설과 주거지역에서도 흡연구역 미분리, 담배꽁초로 인한 배수구 막힘, 소비를 전제로 한 녹지 이용 제한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조사에 참여한 아동·청소년들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활공간에서 이미 체감되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아동청소년 기후위원회는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자들에게 3대 핵심 공약을 제안했다.

첫 번째 과제는 ‘생활권 자연환경 확충’이다. 기후위원회는 집에서 도보 300m 이내에 그늘과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과도한 가로수 전정을 제한하고, 유휴공간과 공공시설 부지를 개방형 녹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 등하굣길 300m 구간에는 선형 녹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두 번째 과제는 ‘기후 적응 인프라 구축’이다. 공원 내 투수성 흙바닥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고, 학교 반경 500m 통학로의 투수포장 비율도 3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신규 조성 공원의 산책로는 절반 이상을 투수성 재료로 만들고, 침수 취약지역의 배수시설 점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세 번째 과제는 ‘자연환경 접근성 및 생활환경 공기질 보장’이다. 폭염 시 공공시설의 냉방 공간을 개방하고, 대중교통 거점 쉼터에는 실내공기질 관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스정류장 100m 이내에 금연부스와 녹지를 확충하고, 방과 후와 주말에는 학교 녹지를 지역사회에 개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후위원회는 이번 제안서를 각 정당 정책위원회에 발송하고, 아동환경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지방선거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아동청소년 기후위원회는 “이번 활동을 통해 아동도 환경 문제를 직접 탐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기후위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재단이 2025년 전국 어린이·청소년 1,0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환경인식 조사에서는 ‘생태계 보전 정책이 시급하다’는 응답이 40.7%로 나타났다. 이번 기후위원회 소속 30명을 대상으로 한 별도 설문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의견이 기후 정책 수립에 충분히 반영된다”는 문항은 5점 만점에 2.23점에 그쳤으며, 만점을 준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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