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감축, 기후 대응 넘어 에너지 안보 해법으로 부상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07 22: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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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에너지 부문의 메탄 배출을 줄이면 기후변화 완화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강화에도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생산·운송 과정에서 새어 나가거나 태워지는 메탄과 가스를 줄이면, 연간 최대 2,0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IEA는 최신 보고서인 「글로벌 메탄 추적기 2026」을 통해 2025년 화석연료 부문의 메탄 배출량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감소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와 기업이 감축 조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지 부문 전체로 보면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는 분석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짧지만, 단기 온난화 효과가 훨씬 강한 온실가스다. 특히 석유·가스 생산시설, 석탄광, 파이프라인, 가스 처리시설 등 에너지 부문은 주요 메탄 배출원으로 꼽힌다. 따라서 메탄 감축은 단기간에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 대응 수단 중 하나로 평가된다.

IEA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메탄 감축 목표를 내놓았고, 현재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메탄 배출 저감 약속의 적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 배출량은 기대만큼 줄지 않아 목표와 이행 사이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IEA 수석 에너지 경제학자인 팀 굴드는 “최근 몇 년 동안 각국과 기업들은 메탄 문제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지만,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라며 “목표는 정책, 실행계획, 실제 행동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메탄 감축이 현재의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가스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차질 우려는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가스 시스템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메탄 저감 조치를 시행하면 단기간에 약 150억㎥의 가스를 시장에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IEA의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더 크다. 전 세계 석유·가스 사업장에서 메탄 누출을 줄이면 연간 약 1,000억㎥의 가스를 확보할 수 있고, 비상 상황이 아닌 가스 플레어링을 없애면 추가로 약 1,000억㎥를 절약할 수 있다. 합산하면 연간 2,000억㎥ 규모로, 이는 국제 가스 시장의 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다.

플레어링은 석유 생산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가스를 포집하지 않고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뿐 아니라, 불완전 연소나 설비 문제로 메탄이 대기 중으로 직접 방출될 수 있다. IEA는 메탄 누출과 불필요한 플레어링을 줄이는 것이 기후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표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부문 메탄 배출량의 약 70%, 약 8,500만 톤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로 줄일 수 있다. 여기에는 석유·가스 부문 배출량의 4분의 3, 석탄 부문 배출량의 약 절반이 포함된다. 2025년 평균 에너지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3,500만 톤 이상의 메탄 배출은 순비용 없이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감축 가능한 물량은 더 커질 수 있다.

IEA는 특히 석유·가스 상류 부문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석유·가스 메탄 배출량의 약 80%가 탐사·시추·생산 등 상류 활동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설비 점검, 누출 탐지 및 수리, 가스 포집, 플레어링 감축 등은 이미 기술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며, 비용 대비 효과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각국의 규제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최근 석유·가스 상류 부문에 대한 강력한 메탄 규제를 도입했으며, 브라질, 가나, 카자흐스탄 등도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정책이 배출 감축을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위성 관측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현재 궤도에 오른 수십 개의 위성은 대규모 메탄 배출 사건을 포착하고, 정부와 사업자에게 경고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IEA는 유엔 국제메탄배출관측소(IMEO)와 협력해 대규모 배출 사건에 각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도 제시했다.

IEA는 메탄 감축이 더 이상 기후정책의 부수적 과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대기질 개선을 함께 달성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새 가스전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시스템에서 새어 나가는 가스를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IEA 분석은 메탄 감축이 이미 검증된 기술과 정책 수단으로 실현 가능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관건은 각국과 기업이 선언한 목표를 실제 규제, 투자, 현장 관리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 위기가 동시에 심화되는 상황에서 메탄 감축은 가장 즉각적이고 실용적인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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