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초순수, 반도체 경쟁력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공정소재로 부상 3/3

‘더 깨끗한 물’에서 ‘검증 가능한 리스크 제어’로 전환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6-30 11: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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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KAIST 강석태 교수는 ‘초미량 분석기술 확보를 통한 초순수 기술개발’에 대해 발표하면서 초순수 기술의 마지막 관문이 분석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초순수는 겉으로 보기에는 물이지만, 반도체 공정에서는 전기, 공기, 화학약품, 반도체 소재와 함께 핵심 공정소재로 기능한다. 2024년 기준 초순수 사용량은 2억2000만톤에 달하고, 반도체가 가장 큰 수요처로 제시됐다. 그러나 국내 초순수 소재·장치·설계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평가돼, 기술 자립과 시장 확대가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분석기술의 중요성은 먹는 물과 초순수의 차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먹는 물의 핵심 질문이 “마실 수 있는가”라면, 초순수의 핵심 질문은 “반도체 공정에 사용할 수 있는가”다. 즉 미생물, 탁도, 중금속, 유기물 등 일반적인 수질항목을 넘어,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 관리되고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선폭이 2nm 수준까지 미세화되는 상황에서는 수십 나노미터 입자는 물론, 입자 전구체와 반응성 실리카, 금속, 과산화수소 등 극미량 물질까지 관리 대상이 된다.
 

강 교수는 2021년 이후 초순수 수질관리의 패러다임이 ‘더 깨끗한 물’에서 ‘검증 가능한 리스크 제어’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총유기탄소나 입자 총량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율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전구체 물질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AI 상관예측을 통해 직접 측정이 어려운 영역까지 제어하며, 총량 중심 관리에서 단일 원인 중심 관리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또한 ESG, 물 부족, 방류규제 강화에 따라 초순수 재이용이 확대되면서, 재이용수 기반 초순수 품질 리스크 관리도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순수, 더 이상 공장 뒤편의 수처리 설비 아니야

또한 분석기술이 국산화의 속도와 품질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회사 입장에서는 고순도 초순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신규 공정 적용 근거를 마련하며, 수질 문제 발생 시 원인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초순수용 특화 소재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며, 제품 품질을 보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분석기관 입장에서는 초순수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분석인력을 육성하며, 기술 무기화에 대응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사례로 제시된 KEITI 초순수 프로젝트는 배관 거칠기와 입자 침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CPVC, PP, PVDF, SUS304 등 배관 소재별 표면 거칠기와 입자 침착 특성을 비교해, 배관 소재와 표면 특성이 초순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국산·외산 파이프의 용출 특성 비교도 중요한 분석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초순수 배관 국산화가 단순한 소재 대체가 아니라, 표면, 용출, 입자, 장기 운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돼야 함을 의미한다.
 

결국 초순수 기술개발의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초순수는 반도체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보이지 않는 소재로 인식돼야 한다. 둘째, 분석기술은 소재·부품·장비 개발만큼 중요한 무형의 전문 영역으로 육성돼야 한다. 셋째, 분석기술은 단순히 수질을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어떤 소재와 장비를 사업화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
 

반도체 경쟁이 공정 미세화와 공급망 안정성의 싸움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초순수는 더 이상 공장 뒤편의 수처리 설비가 아니다. 그것은 수율과 직결되는 공정소재이자, 국가 전략산업을 떠받치는 물 인프라다. 국내 초순수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산 장비 개발, 장거리 공급망 설계, 에너지 절감, 재이용수 활용, 초미량 분석기술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야 한다. 초순수 기술의 미래는 ‘깨끗한 물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검증 가능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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