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물 부족, 양적인 것으로 설명 못한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12 2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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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에서 물 부족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는 단순히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뿐 아니라 수질까지 물 부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양의 물이 존재하더라도 오염 정도나 수온에 따라 가정과 농업, 산업, 발전 부문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경제발전 등을 고려해 미래의 부문별 물 수요와 수질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npj Clean Water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물 부족은 강과 호수, 지하수 등에서 확보할 수 있는 담수량과 사용량의 차이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물이 존재하더라도 오염되거나 지나치게 따뜻해 특정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면 사실상 ‘이용 가능한 물’이 줄어드는 것과 같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기후변화는 강수량과 하천 유량뿐 아니라 수온에도 영향을 준다. 폭염이 장기화되면 강물의 온도가 높아져 발전소와 산업시설의 냉각용수로 사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들어 물 부족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이들 지역에서는 장기적으로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가정용 물 수요가 감소하거나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담수 공급이 줄어들더라도 생활용수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상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물 부족 문제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강과 호수의 수온도 상승한다. 발전소와 일부 산업시설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데, 취수하는 물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냉각 효율이 떨어지고 환경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결국 물의 양이 충분하더라도 온도가 너무 높아 사용할 수 없다면 발전소의 출력 감소나 가동 중단, 산업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물 안보를 평가할 때 ‘몇 톤의 물이 있는가’뿐 아니라 ‘그 물이 특정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가’를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경제발전과 인구 증가도 미래 물 부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구와 산업활동이 증가하면 생활·농업·산업용수 수요가 동시에 늘어난다. 문제는 물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하·폐수 배출과 오염물질 발생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하천 유량까지 감소하면 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더 적은 물에 섞이면서 오염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즉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 감소’와 ‘남아 있는 물의 수질 악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부문별 영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일부 산업시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질의 물도 사용할 수 있지만, 사람이 직접 사용하는 생활용수나 농작물 생산에 이용되는 농업용수는 보다 높은 수질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수질이 악화될수록 가정과 농업 부문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한정된 양질의 물을 두고 부문 간 경쟁도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미래의 물 부족은 농업과 산업, 도시가 단순히 같은 물을 놓고 경쟁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용 가능한 수질의 물’을 누가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이 가장 큰 물 부족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지역은 현재도 이용 가능한 양질의 담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앞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분석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인구 증가 등에 따라 가정용 물 수요가 최대 1,22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물 사용 증가로 인한 수질 악화까지 고려하면 실제 물 부족 수준은 거의 2,000%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수량만 고려하는 기존 접근이 일부 지역의 미래 물 부족 위험을 크게 과소평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과 에너지 부문에서는 특히 수온 상승이 중요한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과 가뭄으로 강물의 유량이 줄고 수온이 높아지면 발전소와 공장이 냉각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생산시설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산업공정과 에너지시스템 자체의 전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냉각수 의존도가 높은 발전방식을 개선하거나 물 사용 효율을 높이고, 하수처리수와 재이용수 등 대체 수자원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미래의 물 부족을 단순한 ‘수량 부족’으로 바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경제발전은 물의 양뿐 아니라 수온과 오염 정도까지 변화시키며 실제 이용 가능한 물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물 안보 정책도 취수량 확보에만 집중하기보다 수질 관리와 물 재이용, 부문별 수질 기준에 따른 물 배분, 수온 상승에 대비한 산업·에너지 시스템 개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여러 국가가 공유하는 하천과 유역에서는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국가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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