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강·수돗물·빗물서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 검출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24 21: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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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뉴질랜드 일부 강과 수돗물, 빗물, 저장탱크 물 등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생물학적 활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제한된 지역에서 채취한 시료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연구인 만큼, 결과를 전체 식수의 안전성 문제나 인간의 생식 건강 피해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 생리학과 연구진은 물에 섞인 여러 화학물질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미치는 종합적인 영향을 측정하는 생물검정법을 개발하고, 이를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 일대의 여러 수원에 적용했다. 연구 결과는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호수와 하천 등 자연 수로 3곳을 비롯해 샘물, 정수형 음수대, 가정용 수돗물, 빗물 저장탱크, 빗물과 시판 탄산수 제품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한 자연 수로 세 곳에서는 모두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이 나타났다. 수돗물과 일부 샘물·저장탱크 물, 빗물, 생수에서도 활성이 검출됐지만, 한 곳의 샘물과 정수형 음수대 한 곳, 조사한 생수 제품 가운데 한 제품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같은 수원에서도 시료 채취 시점에 따라 활성 정도가 크게 달라졌다. 이는 강우량과 농업·도시 유출수, 하수 유입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오염 신호가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가정용 수돗물은 한 달 간격으로 다시 검사했을 때 유사한 활성이 관찰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분석법은 개별 화학물질의 농도를 하나씩 측정하는 방식과 다르다. 물 시료를 농축한 뒤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물질들의 결합된 생물학적 효과를 시험관 안에서 측정한다. 천연·합성 호르몬뿐 아니라 농약과 가소제, 산업용 화학물질 등이 섞여 있을 때 나타나는 순효과를 선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석법의 에스트라디올 검출 한계는 1㎖당 1피코그램이었다.

일부 자연 수로 시료를 고해상도 질량분석기로 추가 분석한 결과에서는 살충제와 플라스틱 관련 물질, 합성·천연 스테로이드 계열 물질 등이 잠정적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연구진은 물에서 나타난 전체 에스트로겐 활성을 어떤 물질이 얼마나 유발했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논문 책임저자인 앨리슨 헤더 오타고대 교수는 “이번 결과가 모든 물이 마시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며 “일반적인 수원 가운데 일부에서는 에스트로겐 유사 신호가 확인된 반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수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야생동물의 생식과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물속 생물은 낮은 농도에도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생식 건강과 내분비 질환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고 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섭취량이나 인체 노출, 건강 결과를 조사하지 않았다.

시험 과정에서 물 500㎖를 고체상 추출법으로 농축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검출된 활성은 수돗물이나 생수를 그대로 마셨을 때의 직접적인 위해 수준을 뜻하지 않으며, 음용수 기준을 초과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표본 역시 더니든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수원과 생수 제품에 한정됐다. 연구진도 빗물에서 나타난 활성이 대기 오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은 아직 가설을 제시하는 단계이며, 생태계나 사람의 건강 영향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고 논문의 한계로 명시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법을 기존의 화학성분 검사와 미생물 검사에 더하면 우선 정밀조사가 필요한 수원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관리에 활용하려면 반복 조사와 함께 개별 원인 물질을 확인하는 정밀분석, 처리 전후 비교, 장기 노출과 건강 영향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분석법을 개발한 생명공학기업 인시투젠(InsituGen)의 지원을 받았다. 책임저자인 헤더 교수는 이 회사의 직원이자 주주이며, 공동저자 다수도 회사 소속이다. 해당 분석법과 관련해서는 특허도 출원돼 있다. 따라서 후속 독립 연구를 통한 분석법의 재현성과 현장 적용성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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