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부 유럽 원전, ‘가뭄 리스크’가 새 변수…기후탄력성 투자 확대 전망

신규 원전·SMR 확대와 함께 냉각수 확보 등 기후탄력성 중요성 부각
한국, 가뭄 대응 기술·한미 기술-시공 협력으로 중동부 유럽 원전시장 경쟁력 강화 필요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22 1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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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디어=김한결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가뭄이 중동부 유럽 원전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여름 다뉴브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이 감소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가뭄 위기 이후 중동부 유럽의 원전 주요 정책과 시사점」에 따르면, 이번 가뭄 사태를 계기로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원전 확대뿐만 아니라 원전의 기후변화 대응력, 이른바 ‘기후 탄력성(Climate Resilience)’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도 관심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뉴브강 수위 하락에 원전 가동 차질
2026년 7~8월 중동부 유럽을 강타한 가뭄은 원전 운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등 다뉴브강 유역 국가에서는 하천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원전 가동이 중단되거나 출력이 감축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천 수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질 경우 발전소 운영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가뭄으로 인한 원전 발전량 감소는 전력 공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료에 따르면 중동부 유럽의 도매 전력가격은 위기 이전인 7월 1~27일과 비교해 위기 기간인 7월 28일~8월 24일 평균 약 20~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극한기후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전력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원전 확대와 함께 ‘기후탄력성’ 중요성 커져
가뭄에 따른 원전 운영 차질에도 불구하고 중동부 유럽의 원전 확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17일 전력화 행동계획(Electrification Action Plan)을 발표하고 EU 최종에너지소비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3%에서 2040년 46%까지 높이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력 수요 확대와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할 때 원전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가뭄은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기후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동부 유럽에서는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 6개국이 총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체코 6기, 슬로바키아 5기, 헝가리 4기, 불가리아 2기, 루마니아 2기, 슬로베니아 1기다. 폴란드와 세르비아도 향후 원전 도입을 계획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특히 체코는 두코바니 원전 4기와 테멜린 원전 2기 등 총 6기, 3,972MWe 규모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과 원전 분야 협력이 추진되고 있다.

향후 원전시장이 확대될 경우 발전소 자체의 안전성과 경제성뿐만 아니라 가뭄·폭염 등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와 운영 능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대형원전 이어 SMR 도입 논의도 확대
이번 가뭄을 계기로 중동부 유럽에서는 대형 원전 신규 건설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SMR은 대형 원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 수요와 입지 여건에 따라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번 자료가 제시한 것은 향후 도입 검토 및 실증 확대에 대한 전망으로, 가뭄 대응 측면에서 SMR이 대형 원전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까지 제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가뭄 사태가 원전의 종류와 관계없이 발전시설이 극한기후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평가하고 관련 설비와 운영체계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미국·프랑스 간 원전시장 경쟁 구도
중동부 유럽 원전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자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정학적·안보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동부 유럽 신규 원전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입지가 축소되고, 한국·미국·프랑스를 중심으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가격 경쟁력과 시공 역량, 미국은 외교·안보 협력과 핵연료 공급망 다변화, 프랑스는 EU 차원의 정책금융과 원전 기술 역량 등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향후에는 한 국가가 원전사업의 모든 분야를 단독으로 수행하기보다 원자로 기술과 연료 분야는 미국이 담당하고 한국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맡는 형태의 협력 모델도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자료는 불가리아 사례와 같은 기술·시공 분야의 전략적 연합이 향후 중동부 유럽 원전사업의 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전 수주 경쟁력, ‘기후위기 대응’까지 확장해야
이번 중동부 유럽 가뭄 사례가 국내 원전산업에 던지는 핵심 과제는 원전 수주 경쟁의 기준이 단순한 건설비와 시공능력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역량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뭄으로 인한 냉각수 부족은 원전 운영뿐만 아니라 전력 공급 안정성, 전력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규 원전사업에서 수자원 확보와 기후위험 평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KIEP는 한국이 중동부 유럽 원전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가뭄 대응 기술을 확보하고 한·미 간 기술-시공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결국 향후 원전 수주 경쟁에서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기술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폭염 등 극한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설계·운영하는 역량이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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