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국가물관리위원회 3기가 출범했지만, 현장의 평가는 기대보다 냉정한 편이다. 물관리 기본법 시행 이후 1기와 2기를 거치며 제도적 틀은 갖췄지만, 정작 실행력과 책임성, 갈등 조정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물개혁포럼, 서왕진 국회의원, 적응사회포럼 주최로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바란다’라는 토론이 열렸다.
3기 출범했지만 미완의 문제도 있어
이날 토론에서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3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무엇을 새로 할 것인가보다, 지금까지 하지 못한 일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였다. 물관리위원회는 법적으로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설계됐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그 위상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우세했다. 토론회에서는 2019년 1기 출범 이후 벌써 3기까지 왔지만 “기대만큼 부합하지 못한 면들이 있었다”는 평가가 공개적으로 나왔고, 위원회 안팎에서도 그 한계를 더는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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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전경(AI생성형 이미지) |
토론에서는 신규 댐 정책 폐기, 4대강 사업 마무리, 낙동강 수질 문제, 반도체 용수 문제, 강릉 물 부족 문제 등이 대표적인 미해결 과제로 거론됐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현안들 앞에서 위원회가 정면 돌파보다 ‘통합 물관리’나 ‘취수원 다변화’ 같은 추상적 표현으로 정책을 포장해 왔다는 점이다.
김좌관 국가물관리위원장은 “3기 위원회는 최종 심의·의결 기구로서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우선 과제로 4대강 재자연화 로드맵, 수량 총량관리(홍수량·유량 배분 등), 농업용수 부담 구조 검토, 지역 주민 참여형 수질관리 등을 언급했다.
이어서 김건하 한남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유역 중심 통합물관리와 과학·데이터 기반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기술보다 거버넌스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고, 유역위 권한·재정·법적 구속력·전담조직 강화, 갈등의 제도적 수용, 시민사회를 감시자가 아닌 공동 설계자로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물을 지역 경쟁력과 산업입지, 물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격상해야 한다고 봤다.
신규댐..당장의 물수요 대응 어려워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실제로 다뤄야 할 핵심 쟁점은 이미 분명하다. 우선 신규 댐 문제만 봐도 그렇다. 토론에서는 신규 댐이 사회적·환경적으로 갈수록 건설이 어려워지고, 공사 기간도 10년 이상 걸려 당장 필요한 물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공유됐다. 그럼에도 정책은 기존 수자원의 최적화보다는 여전히 대규모 공급 확대 논리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대강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3기 위원장도 4대강 재자연화 로드맵 구상을 언급하며 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지만, 토론장에서는 이미 오래전 정리됐어야 할 사안을 여전히 구상 중 수준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위원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비판적 시선이 깔려 있었다. 실제로 토론에서는 4대강 사업 정리를 너무 쉽게 봤고, 결국 2년이 지나도록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자성이 나왔다. 더구나 세종보 처리 과정에서는 2021년과 2023년의 절차가 서로 다르게 작동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위원회의 권한과 재정은 어디에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구조적 한계는 더 근본적이다. 토론에서 반복해서 제기된 핵심은 “위원회에 권한과 재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물관리 체계는 데이터와 기술, 제도는 상당 수준 축적했지만, 정작 이를 집행으로 연결할 법적 강제력과 예산 권한, 상근 사무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역물관리위원회 역시 부합성 심의와 갈등 조정 역할을 법적으로 부여받고 있으나, 실제로는 권고와 심의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법적 구속력이 약하고, 전담 조직도 부실하며, 예산은 따로 움직여 유역 차원의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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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생성형 이미지 |
충남대학교 이광야 교수는 농업용수를 단순히 “절약해서 다른 데 돌릴 물”로 보지 말고, 독립적이고 동등한 물관리 주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예산·제도 변화 없이 농민에게 절수만 요구하는 접근은 부당하며, 물 절약으로 생긴 이익이 다시 농민에게 돌아가는 환류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동국대학교 송미영 교수는 3기 의제는 새것을 찾는 데 있지 않고, 1·2기가 끝내지 못한 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는 방향제시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댐 정책 폐기, 4대강 문제 마무리, 강릉 물 문제와 반도체 용수 및 낙동강 수질 같은 현안 집중을 주문했다. 또 실행력의 핵심은 막연한 거버넌스가 아니라, 우선 위원회와 부처 사이의 관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위원회와 부처의 거버넌스”가 3기가 가장 먼저 붙들어야 할 과제가 제시됐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지방정부와 주민, 산하기관까지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협의체를 꿈꾸기 전에, 우선 환경부와 농식품부, 산업 관련 부처를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제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면 협의의 장을 넘어,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세우는 정치적·제도적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민사회, 감시자에서 공동설계자가 되어야
또 다른 축은 유역 거버넌스의 실질화 문제였다. 발표자들은 물 문제를 개별 시설의 찬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유역 전체 최적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보나 지천댐을 둘러싼 갈등도 결국은 개별 시설의 존폐 여부보다, 유역 전체의 물·생태·안전·지역수용성을 어떻게 함께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서로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도 “문법이 다르다”는 표현처럼, 각 이해당사자가 완전히 다른 언어로 문제를 말하고 있다. 이 차이를 조정하고 합의를 만들어야 할 위원회가 오히려 절차를 서두르거나, 위에서 정해진 방향을 추인하는 데 그친다면 거버넌스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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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에 함께한 사람들 |
토론에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전환 요구가 제기됐다. 시민사회는 더 이상 감시자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공동 설계자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생활 기반의 문제 인식은 중앙정부가 생산하는 정형화된 수치보다 더 구체적이고 더 정책 친화적일 수 있다. 대청호 유역의 불법 소각 지도를 만들고, 쓰레기 발생 지점을 기록한 시민사회의 활동 사례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물정책이 놓친 현장 데이터를 어떻게 정책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시민 기반의 자료와 경험이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서 체계적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참여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참고자료 정도로 취급해 왔다면, 그 역시 형식적 거버넌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정책 우선순위와 절차적 정당성 있어야
결국 이날 토론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3기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성공하려면 ‘새 비전’보다 ‘묵은 숙제’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댐, 4대강, 낙동강 수질, 강릉 물 부족, 반도체 용수, 농업용수 조정 같은 현안을 비켜간 채 또 다른 슬로건과 또 다른 아젠다를 내세운다면 3기 역시 길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위원회가 스스로를 실행기관처럼 포장하거나, 반대로 권한 부족만 탓하며 책임을 미루는 태도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물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부처를 조정하고 유역 갈등을 드러내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결정이 뒤집히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세우는 것이다. 그 기본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3기는 실행의 시대가 아니라 실패의 반복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3기 국가물관리위원회 앞에 놓인 과제는 새 길을 찾는 일이 아니다. 이미 알고도 미뤄온 길을 제대로 걷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그럴듯한 수사가 아니라, 미완의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책임, 정권과 부처를 넘어서는 일관성, 그리고 갈등을 피하지 않는 결단이다. 물관리위가 이번에도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한다면, 물정책의 실패는 더 이상 제도의 미비 때문이 아니라 책임 회피의 결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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