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법, 숲에 있다”…배출 저감 넘어 ‘흡수원 전략’ 시급

도시·산림 정책 전환 요구, “자연 모방형 생태 숲으로 가야”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4-21 13: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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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한동안 주춤했던 미세먼지 문제가 다시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흐릿해진 하늘은 단순한 시야 저하를 넘어 국민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심혈관계 질환 등 중대한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는 배출 저감 중심의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현재의 대기질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을 ‘발생원’과 ‘흡수원’ 간 균형 붕괴로 진단한다. 특히 국외 유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을 흡수·완화하는 전략은 더 이상 보완적 수단이 아닌 핵심 정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한강 북단에서 바라본 여의도 모습.


일부 지역에서 추진된 대규모 식재 사업 역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나무의 양적 확대에 집중한 결과, 기대했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 검토보다 관행적 식재 방식이 반복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림 정책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다. 노령림의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벌채 후 어린 숲으로 전환하려는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성숙한 숲은 다양한 연령대 식생이 공존하는 안정된 구조를 통해 지속적인 탄소 저장과 생태적 균형을 유지한다. 반면 대규모 벌채는 토양 온도 상승과 유기물 분해를 촉진해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천 주변 버드나무숲 제거 역시 홍수 예방이라는 명분과 달리 탄소 저감과 미세먼지 흡수 기능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식물은 진화 과정에서 표면적을 극대화해 기체와 입자를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숲은 단순한 경관 요소가 아니라 미세먼지와 탄소를 동시에 관리하는 고도화된 자연형 공기정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얼마나 많이 심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와 종으로 숲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나무의 잎과 가지는 토양 면적 대비 훨씬 넓은 표면적을 형성해 미세먼지를 흡착·침적시키고, 공기 흐름을 완화해 대기 중 확산을 억제한다. 동시에 증산작용을 통해 주변 온도를 낮추며 대기 순환 개선에도 기여한다. 이는 숲이 단순한 녹지가 아닌 복합적 환경조절 시스템임을 보여준다.

 

▲ 암사생태공원에서 바라본 구리시 방면, 미세먼지가 없어 가시거리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도시에서도 이러한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붕 녹화, 벽면 녹화, 생울타리, 소규모 공원 등 다양한 형태의 녹지 조성은 제한된 공간에서도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수공간과 결합할 경우 기온 저감 효과가 강화돼 미세먼지 확산 억제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다만 효과적인 도시 숲 조성을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요구된다. 우선 지역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자생종을 중심으로 식재해야 하며, 잎의 거칠기나 기공 밀도, 표면 왁스층 등 미세먼지 흡수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큰키나무-중간키나무-관목-초본이 어우러진 다층 구조를 형성해 자연에 가까운 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법은 ‘자연의 원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평지와 산지, 계곡과 능선에 따라 다양한 식생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 생태계는 이미 최적의 대기 정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도시·산림 녹지 조성 방식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인위적인 배치에 머물러 있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배출 저감과 함께 과학적·생태학적 접근을 통한 흡수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보여주기식 식재를 넘어 자연을 모방한 ‘생태 숲’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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