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장기간 가뭄으로 낮아진 지하수위는 며칠간 비가 내린다고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기후와 지질, 지형, 지하수 이용량 등에 따라 회복 속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지하수 시스템을 가뭄 이후 회복 능력에 따라 분류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문학자 산드라 하우스비르트(Sandra Hauswirth)는 장기간 가뭄 이후 지하수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하고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를 분석해 지하수 시스템의 회복력을 유형별로 구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 Water’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 개발한 공간 해상도 1㎞ 수준의 고해상도 전 지구 지하수 모델을 활용했다. 이를 토대로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다양한 지하수 가뭄 사례를 분석해 가뭄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과 이후 회복 과정의 차이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지하수 회복에는 기후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지질과 지형 역시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특히 강수 변동성뿐 아니라 지하수층의 구조와 주변 지형 조건 등이 가뭄 이후 지하수위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특성을 토대로 지하수 시스템을 회복력 수준에 따라 분류했다. 전체 조사 지역 가운데 약 57%는 가뭄 이후 빠르고 안정적으로 수위가 회복되는 ‘회복력이 높은(resilient)’ 지하수 시스템으로 나타났다.
반면 약 15%는 ‘취약한(vulnerable)’ 시스템으로 분류됐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질·지형적 제약과 높은 기후 변동성 등이 지하수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약 26%는 반복적인 가뭄이 잇따라 발생하는 ‘불안정한(unstable)’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런 지역에서는 한 차례 가뭄에서 회복하기 전에 다시 가뭄이 발생하면서 지하수 시스템의 회복 능력이 점차 낮아지고 가뭄의 영향도 크게 누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고해상도 전 지구 지하수 모델을 활용해 지하수 가뭄 이후 회복 특성을 세계적 규모에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연구진은 기후뿐 아니라 지역별 지질·지형 조건과 인간의 지하수 이용이 지하수 회복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분석 방법을 활용하면 지하수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조기에 파악하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하수 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농업용 관개 등을 위해 지하수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지하수위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스페인, 인도, 중국 화북평원 등에서는 서로 다른 회복 유형이 복잡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지하수 개발 압력이 낮은 지역과 비교하면 취약하거나 불안정한 지하수 시스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수량만으로 지하수 가뭄의 종료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표에서는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된 것처럼 보여도 지하 깊은 곳의 지하수는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 취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기후가 회복되더라도 인간의 지속적인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회복 속도가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는 주로 지역별 지하수 회복 특성의 공간적 차이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과거뿐 아니라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미래에는 지하수 회복 능력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분석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극심한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경우 지하수는 단순한 예비 수자원을 넘어 장기간 물 부족을 버틸 수 있는 핵심 완충 자원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지역별 지하수 회복력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지하수 이용과 가뭄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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