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대양을 오가는 대형 선박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강과 운하의 내륙선박이 전 세계 선박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내륙선박의 배출은 일부 주요 강에 집중돼 있어 향후 해운 탈탄소화 정책에서 내륙수운을 별도의 주요 배출원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중국과학원 생태환경연구센터와 우한이공대학교, 베이징사범대학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전 세계 내륙수로를 운항하는 선박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CO₂ 배출량을 산정했다. 연구 결과는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됐다.
그동안 자동차와 항공기, 대양을 운항하는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강과 운하를 운항하는 화물선과 여객선 등 내륙선박의 배출 규모를 전 세계적으로 정밀하게 산정한 자료는 부족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집된 약 200억 건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자료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박이 운항하는 전 세계 1만2289개 강과 운하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2022년 전 세계 내륙선박에서 발생한 CO₂는 1억6400만±158만 톤으로 추정됐다. 이는 연구진이 산정한 전 세계 수상 선박 CO₂ 배출량의 24.7%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선박이 운항하는 내륙수역은 전 세계 항해 가능한 해양 및 내륙 수역 면적의 약 0.4%에 불과하다. 좁은 하천과 운하에 선박 활동과 배출이 매우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내륙선박의 CO₂ 배출량은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선박 운항 활동과 경제적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배출량의 지역적 편중도 컸다. 전체 내륙선박 CO₂ 배출량의 약 69%가 단 20개 주요 강에서 발생했다. 여기에는 중국 양쯔강을 비롯해 유럽의 라인강과 다뉴브강, 미국 미시시피강 등 세계 주요 물류 수로가 포함됐다.
선박 종류별로는 화물선의 영향이 가장 컸다. 화물선이 전체 내륙선박 CO₂ 배출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해 내륙수운의 핵심 배출원으로 나타났다.
내륙선박의 배출량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대양 선박보다 기술적으로 복잡하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지만 내륙수로에서는 지형이나 통신환경 때문에 신호가 끊기는 경우가 있다. 또 기존 방식으로 떨어져 있는 두 위치를 직선으로 연결하면 굽이치는 강을 운항하는 선박이 마치 육지를 가로질러 이동한 것처럼 계산되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에 연구진은 복잡한 하천망을 따라 실제 선박 항로를 복원하는 궤적 보완·경로 재구성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후 복원된 이동경로와 선박의 크기, 엔진 등 기술적 특성을 결합해 연료 사용량과 CO₂ 배출량을 산정했다.
강은 유역에서 유입된 유기물이 분해되고 토양 탄소가 흘러들면서 자연적으로 대기 중에 CO₂를 방출한다. 연구진은 내륙선박에서 나오는 CO₂가 동일한 항해 가능 하천에서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CO₂ 규모의 약 80%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즉 일부 주요 하천에서는 자연적인 ‘강-대기 탄소교환’과 인간의 선박 운항에서 발생하는 CO₂가 비슷한 규모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항해 가능한 강을 자연적인 탄소순환과 인위적인 교통 배출이 겹치는 ‘하이브리드 탄소 환경(hybrid carbon environment)’으로 설명했다. 기존 하천 탄소 연구에서 자연적인 CO₂ 방출에 비해 선박이라는 인위적 배출원이 상대적으로 간과돼 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륙선박의 배출량은 경제활동뿐 아니라 강의 수위와 계절, 기후조건에도 영향을 받았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량이 감소하고 운항조건도 달라진다. 반대로 물류수요가 증가하거나 항행조건이 좋아지면 선박 활동이 늘어 배출량 역시 증가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내륙선박 배출이 사회경제적 수요와 수문·기후적 항행 능력의 결합에 의해 결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24.7%라는 수치가 내륙수운이 도로나 철도보다 화물 운송 효율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연구는 전 세계 내륙선박의 절대적인 CO₂ 배출 규모를 추정한 것이며, 화물 1톤을 1㎞ 운송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같은 운송수단별 탄소효율을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니다. 따라서 내륙수운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려면 수송량과 운송거리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구분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연구는 해운 분야의 탄소중립 정책이 대형 원양선박뿐 아니라 강과 운하의 내륙선박까지 확대돼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특히 전체 배출량의 약 70%가 20개 주요 하천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들 수로에서 선박 효율 개선과 저탄소·무탄소 연료 전환, 노후선박 교체 등을 우선 추진할 경우 상대적으로 집중적인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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