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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형 |
반면 우리 주변에서는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 농업부산물, 하수슬러지 등 막대한 양의 바이오폐기물이 매일 발생한다. 이들 폐기물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악취와 수질오염, 온실가스 배출을 일으키지만, 적절한 변환기술을 적용하면 전기와 열, 비료,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지역 에너지 자원으로 바뀔 수 있다.
이제 바이오폐기물을 단순히 처리하고 없애야 할 환경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이오폐기물은 AI 시대에 필요한 분산형 에너지이자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자원이다.
습식과 건식 공정을 하나로 연결하다
바이오폐기물은 수분 함량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달라진다.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처럼 수분이 많은 폐기물은 미생물을 활용한 혐기성 소화에 적합하다. 이 과정에서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바이오가스가 생산되며, 이를 발전과 열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
농업부산물과 목질계 폐기물 등 비교적 수분이 적은 바이오매스는 반탄화나 열분해 공정을 통해 바이오차와 바이오오일, 합성가스로 전환할 수 있다. 혐기성 소화 후 남은 소화액도 고액 분리해 고형분은 건조·열분해하고, 액상 부분은 적절한 정제와 품질관리를 거쳐 액비나 수경재배용 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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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습식 혐기성 소화와 건식 반탄화·열분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면 폐기물의 성상에 따른 처리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와 합성가스는 가스터빈이나 열병합발전 설비에 투입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생산된 에너지는 인근의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에 공급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원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바이오에너지의 장점이다.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와 설비의 연속 운전이 뒷받침된다면 하루 24시간 전력과 열을 공급하는 지역 분산형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과 탄소 저장을 동시에
통합변환 시스템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산물은 바이오차다.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제한된 조건에서 열분해하면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인 바이오차가 만들어진다. 바이오차를 토양에 투입하면 바이오매스가 분해되면서 대기로 돌아갈 탄소의 일부를 비교적 장기간 토양에 저장할 수 있다.
바이오차는 토양의 물리적 특성을 개선하고 수분과 양분의 보유 능력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원료와 제조 조건, 오염물질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는 대기·수질 오염물질을 흡착하거나 중금속의 이동성을 낮추는 소재로도 활용 가능하다. 탄소저장 효과가 객관적으로 측정되고 검증된다면 탄소크레딧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바이오폐기물 통합변환 시스템은 폐기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바이오가스와 합성가스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바이오차를 통해 탄소를 저장하며, 소화액과 부산물을 농업에 되돌려 보내는 순환구조를 만든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여러 공정을 조율하는 AI
다만 혐기성 소화와 건조, 반탄화, 열분해, 가스화, 발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투입되는 폐기물의 종류와 수분 함량, 유기물 농도가 계속 달라지고 온도와 산도, 가스 발생량도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특정 공정에서 발생한 작은 변화가 뒤 단계의 에너지 생산량과 바이오차 품질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기서 AI는 통합변환 시스템의 운영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우선 각 공정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원료 성상과 온도, 산도, 수분, 가스 조성, 에너지 생산량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야 한다. 축적된 시계열 데이터는 장단기기억 신경망(LSTM)이나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해 메탄 발생량과 반응 안정성, 적정 소화시간 등을 예측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강화학습은 온도와 교반 속도, 수분 함량, 건조시간, 열분해 온도와 같은 운전 조건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플랜트와 동일한 가상공장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을 이용하면 운전 조건을 실제 설비에 적용하기 전에 가상공간에서 시험할 수 있다. 설비 고장이나 공정 이상을 미리 감지하고 에너지 생산을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AI는 하나의 장치를 제어하는 수단이 아니라 여러 변환공정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통합 운영체계가 돼야 한다.
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이 시스템은 바이오폐기물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농축산 지역이나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우선 실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200톤 규모의 바이오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원료의 성상과 공정 조건에 따라 약 5∼10MW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실증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생산된 전기와 열은 인근 스마트팜이나 수직농장,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고, 바이오차와 액비는 다시 지역 농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업 수익도 전력 판매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폐기물 처리비와 전력·열 판매, 바이오차 판매, 비료 및 토양개량제 활용, 탄소크레딧 등을 결합한 복합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하다. 스마트팜 입장에서는 전기요금과 난방비, 비료비를 줄일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폐기물 처리 부담과 매립·소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에너지를 무조건 ‘무탄소’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폐기물의 수집과 운반, 전처리, 건조, 설비 운영 과정에서도 에너지와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료별 전 과정 평가와 실제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바이오차의 탄소저장 지속성, 대기오염물질 배출, 소화액과 바이오차의 안전성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발전량 역시 원료의 종류와 함수율, 가스 생산수율, 설비효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증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를 바이오에너지만으로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이용해 일정한 전력과 열을 공급하는 분산형 에너지원으로서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와 바이오에너지를 결합한다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지역 마이크로그리드도 구축할 수 있다.
AI 시대의 에너지 전략은 거대한 발전소를 더 짓는 것에만 있지 않다. 지역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지역의 에너지로 전환하고, 그 에너지를 다시 데이터산업과 농업에 공급하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해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적인 ‘무탄소’ 구호가 아니라 실제 감축량과 경제성, 환경안전성을 입증하는 실증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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