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국경 장난감 12%, 유해금속 기준 초과 가능성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07 2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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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장난감 가운데 12%가 양국 안전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금속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엘패소 텍사스대학교(UTEP)와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 자치대학교 공동연구진은 엘패소와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판매되는 장난감 333개의 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했다. 국경 양쪽 시장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을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첫 이중국가 연구다.

연구진은 휴대용 X선 형광분석법(XRF)을 이용해 납과 카드뮴, 비소, 크롬, 니켈, 아연, 티타늄 등 잠재적 우려 원소를 측정했다. XRF는 제품을 훼손하지 않고 표면이나 부품의 원소 조성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그에 따르면 전체 장난감의 78%에서 조사 대상 원소가 한 종류 이상 검출됐다. 세 종류 이상의 원소가 함께 확인된 제품도 전체의 12%였다.

가장 자주 검출된 원소는 아연으로 전체 제품의 47.7%에서 확인됐다. 이어 니켈 34.2%, 티타늄 28.5%, 크롬 6.6%, 비소 5.4%, 카드뮴 4.5%, 납 2.7% 순이었다. 하지만 원소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장난감이 독성이 있거나 건강에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아연처럼 인체에 필요한 원소도 있으며, 위해성은 농도와 화학적 형태, 제품에서 빠져나오는 양, 접촉 방식과 노출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78%라는 수치를 ‘유해 장난감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다 우려되는 결과는 일부 어린이용 장신구에서 나왔다. 니켈은 전체 시료의 3분의 1 이상에서 검출됐으며, 한 제품의 측정 부위에서는 니켈이 사실상 주성분으로 나타났다. 다른 4개 제품에서도 해당 부품의 니켈 함량이 60%를 넘었다.

니켈은 피부에 장기간 접촉하면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XRF로 측정한 총니켈 함량만으로 피부에 실제로 방출되는 양이나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납은 전체 장난감의 2.7%에서 검출됐으며 대부분 저가 어린이용 장신구였다. 일부 장식용 금속 부품에서는 납 함량이 최대 67%로 측정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진 혈중 납 농도는 없으며, 낮은 수준의 노출도 지능 저하와 행동·학습 문제에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소는 18개, 카드뮴은 15개 제품에서 검출됐으며 해당 제품은 모두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구매한 것이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비소 및 무기비소 화합물과 카드뮴·카드뮴 화합물을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로 분류한다.

다만 XRF는 원소의 존재와 총량을 측정할 뿐 비소의 유기·무기 형태나 크롬의 산화상태 등 구체적인 화학 형태를 구분하지 못한다. 검출 결과만으로 해당 제품이 발암 위험을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연구진은 전체 시료 중 40개, 약 12%에서 미국과 멕시코의 장난감 안전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의 금속 농도가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금속 농도가 기준보다 12% 높았다는 뜻이 아니라, 조사한 제품 가운데 약 12%가 기준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제품 종류에 따른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에도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구매한 장난감은 엘패소 제품보다 기준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약 3배 높았다. 전체 표본의 약 41%를 차지한 어린이용 장신구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제품군으로 분류됐다.

한편 미국은 12세 이하 어린이용 제품의 접근 가능한 부품에 함유된 총납 농도를 100ppm 이하로 제한한다. 반면 장난감에 적용되는 일부 다른 금속 기준은 침이나 위액 등에 얼마나 녹아 나오는지를 측정하는 용출량 또는 이동량을 기준으로 한다.

XRF는 제품 표면이나 부품에 포함된 총원소량을 측정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장난감을 빨거나 씹고, 피부에 착용했을 때 금속이 실제로 얼마나 체내로 이동하는지는 보여주지 못한다. 공식적인 안전기준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침과 땀, 위액 등의 조건을 모사한 용출시험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연구는 엘패소와 시우다드후아레스의 일부 소매점에서 구매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미국과 멕시코에서 판매되는 모든 장난감의 안전성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어린이용 장신구 비중이 전체 표본의 41%로 높았다는 점도 전체 검출률을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제품과 사람이 일상적으로 국경을 오가는 지역에서는 서로 다른 안전기준과 검사체계가 규제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경을 넘나드는 어린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의 검사기준을 조화시키고, 원료와 금속 성분에 대한 표시를 강화하는 한편 정기적인 시장 감시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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