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브라질에서 재활용되거나 재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고형폐기물에서 잠재적으로 유해한 염소화 유기인 에스테르가 광범위하게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물질들은 산업계에서 난연제와 가소제로 사용돼 왔으며, 일부는 내분비계와 생식계에 영향을 미치고 발암 가능성도 제기되는 화합물이다.
브라질 상파울루주립대학교(UNESP)와 영국 버밍엄대학교 연구진은 건설·철거 폐기물, 폐차 차량, 덮개 가구, 유아·아동용 제품 등에서 채취한 고형폐기물 샘플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시료에서 염소화 유기인 에스테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에 게재됐다.
염소화 유기인 에스테르는 열적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다양한 제품에 사용돼 왔다. 가구와 매트리스에 들어가는 폴리우레탄 폼, 전자제품의 플라스틱 외장재, 어린이용품, 건축용 단열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트리스(1-클로로-2-프로필) 인산염(TCIPP), TDCIPP, TCEP 등이 가장 흔히 쓰이는 물질로 꼽힌다.
문제는 이들 화합물이 제품 사용 과정이나 폐기 이후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출은 해당 물질이 들어 있는 제품과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제품이 마모되거나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먼지를 흡입하거나 섭취하는 방식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어린이 제품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카시트, 유아용 매트리스, 플라스틱 장난감, 폴리우레탄 폼이 포함된 제품 등에서 이들 화합물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제품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고, 장난감이나 손을 입에 넣는 행동이 잦아 성인보다 노출 위험이 클 수 있다.
연구진은 총 207개 샘플을 수집해 분석했다. 샘플은 건설·철거 폐기물, 폐차 차량, 덮개 가구, 보육·아동용 제품 등 네 범주에서 확보됐다. 해당 범주는 브라질에서 염소화 유기인 에스테르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은 폐기물군으로 선정됐다. 시료는 상파울루주 소로카바 대도시권의 차량 해체 시설, 건설·철거 폐기물 매립지, 재활용 협회, 가구 제조·수리 업체 등에서 수집됐다.
연구를 이끈 UNESP의 환경공학자 데이비드 부르고스 멜로는 “분석 결과 샘플의 95%에서 낮은 농도라도 이들 화합물 중 적어도 하나가 검출됐고, 13개 시료는 우려 수준을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는 고형폐기물이 단순히 버려지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다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매년 약 8,100만 톤의 도시 고형폐기물과 4,640만 톤의 건설·철거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재활용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상품 생산에 투입되지만, 오염물질에 대한 충분한 검사와 선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해 화학물질이 다시 제품과 환경으로 순환할 수 있다.
일부 난연제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분류돼 스톡홀름협약 등 국제 조약을 통해 규제되고 있다. 브라질도 2004년부터 이 협약에 가입해 있다. 그러나 기존 제품에 이미 포함된 물질은 규제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유감스러운 대체 문제도 보여준다. 과거 브롬화 난연제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로 인정돼 규제 대상이 됐지만, 이후 염소화 유기인 에스테르가 대체물질로 사용됐다. 그러나 이들 대체물질 역시 독성과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문제가 있는 화학물질을 또 다른 문제 물질로 바꾸는 결과가 됐다는 것이다.
부르고스 연구원은 “브라질은 재활용 목표를 갖고 있고, 국가 고형폐기물 정책을 통해 전자제품의 역물류를 촉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필요하지만, 화학적 분류 없는 재활용은 순환경제를 오염물질 재순환의 통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순환경제가 단순히 폐기물을 다시 쓰는 방식만으로 완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재활용 확대와 함께 폐기물 속 유해 화학물질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독성 물질이 새로운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어 화학물질 모니터링, 폐기물 선별 기준, 재활용 노동자 보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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