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식품 포장재 PFAS 규제 시행돼...피자 상자·배달용기도 관리 대상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8-14 21: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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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유럽연합(EU)이 식품 포장재에 포함된 과불화화합물(PFAS)에 대해 엄격한 농도 제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피자 상자와 패스트푸드 포장지, 베이커리용 종이봉투, 전자레인지용 팝콘 봉투 등 물과 기름에 견디도록 가공한 식품 포장재가 주요 관리 대상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Regulation EU 2025/40)’이 회원국 전역에서 일반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2025년 2월 11일 발효됐지만 산업계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주요 조항은 2026년 8월 12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집행위원회는 “엄격한 기준을 초과하는 PFAS가 포함된 식품 접촉 포장재는 더 이상 EU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은 EU에서 생산된 포장재뿐 아니라 역외에서 수입돼 EU 시장에 처음 공급되는 제품과 포장재도 포함한다.

PFAS는 탄소와 불소의 강한 화학적 결합으로 인해 자연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합성화학물질군이다. EU 규정은 식품 접촉 포장재에 대해 세 가지 PFAS 농도 기준을 제시한다. 표적 분석에서 검출되는 개별 PFAS는 25ppb, 표적 분석으로 측정한 PFAS의 합계는 250ppb 이상이면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고분자 PFAS를 포함한 전체 PFAS에는 50ppm 기준이 적용된다.

총불소 농도가 50㎎/㎏을 초과하면 제조업체나 수입업체는 해당 불소가 PFAS에서 비롯된 것인지, 다른 불소계 물질에서 나온 것인지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품의 적합성은 시험 결과와 공급망 자료 등이 담긴 기술문서로 증명해야 한다.

규정 적용일 전에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예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의 시행 지침에 따르면 8월 12일 이전에 이미 EU 시장에 출시된 포장재는 회수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적용일 전에 생산됐더라도 8월 12일 이후 처음 시장에 공급되는 식품 포장재는 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재생원료가 포함된 포장재에도 별도의 예외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EU에 식품이나 포장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종이와 플라스틱 같은 주재료뿐 아니라 발수·발유 코팅제, 접착제, 인쇄 잉크와 첨가제에 PFAS가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종이 포장재라고 해서 반드시 PFAS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원료 공급업체의 성분 확인서와 시험성적서 등 공급망 전반의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특정 PFAS 노출이 백신 반응을 포함한 면역반응 저하, 출생 체중 감소 등 어린이의 발달 영향, 콜레스테롤 증가, 신장암·고환암을 비롯한 일부 암 위험 증가와 연관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시에 PFAS의 종류와 노출 수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저농도 장기 노출의 위험에 대한 연구가 계속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EU에서 발생한 포장폐기물은 7970만 톤으로, 주민 1인당 177.8㎏에 달했다. 이 가운데 종이·판지가 40.4%로 가장 많았고 플라스틱 19.8%, 유리 18.8%, 목재 15.8% 순이었다. 전체 포장폐기물의 재활용률은 67.5%였지만 플라스틱 포장폐기물은 1인당 35.3㎏ 가운데 14.8㎏만 재활용됐다.

EU는 별도의 조치가 없을 경우 포장폐기물이 2030년까지 19%, 플라스틱 포장폐기물은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 쇼핑 확대와 배달·이동 중 소비 증가, 일회용 소포장 제품의 확산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새 규정에 따라 회원국은 2018년을 기준으로 1인당 포장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최소 5%, 2035년까지 10%, 2040년까지 15% 줄여야 한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2028년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EU는 2028년부터 포장재의 재질과 분리배출 방법을 그림문자 중심으로 표시하는 통합 라벨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재사용 포장재에는 재사용 가능 여부와 반환 방법을 확인할 수 있는 라벨과 디지털 정보도 제공한다.

2029년부터는 3리터 이하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병과 금속 음료 용기의 연간 분리수거율을 중량 기준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보증금 반환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2030년부터는 모든 포장재가 최소한 재활용 가능 등급을 충족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플라스틱 포장에는 용도별로 정해진 비율의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하며, 전자상거래·운송용 포장은 상자 내부 빈 공간의 비율을 원칙적으로 50% 이하로 줄여야 한다. 2035년부터는 포장재가 기술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수준을 넘어 실제로 대규모 수거·선별·재활용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도 2030년부터 제한된다. 호텔 객실에 비치하는 미니 샴푸와 로션 용기, 비누를 싸는 개별 포장, 식당 안에서 소비되는 음식과 음료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소스·설탕·크리머 등의 일회용 소포장이 대상이다.

한편 독일·덴마크·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은 2023년 유럽화학물질청(ECHA)에 광범위한 PFAS 제한안을 제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대체물질이 있는 소비재에서는 PFAS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적절한 대체재를 확보하지 못한 핵심 산업 용도는 엄격한 조건과 전환기간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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