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ㅣ이호 (주)고비 부회장]

1908년 최초로 뚝도에 정수장을 설치해 수돗물을 공급한 이래 111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의 근대 상수도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2018년 말 기준 상수도 보급률은 99.2%로 전 국민이 상수도를 이용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유엔(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도 우리나라 수돗물이 122개국 중 8위에 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수요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그 이유와 실태를 알아보고 다음호에 이어서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글쓴이주>
먹지 않는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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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 직접 음용률이 7.2%에 그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는 5.3%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1%대고 △네덜란드 87% △스웨덴 86% △스위스 86% △칠레 60% △호주 54% △캐나다 46% △일본 46% 등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수돗물 음용 실태는 공공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상수도의 신뢰도가 바닥 수준임을 보여준다. 요금 현실화율이 낮기는 하나, 수도요금을 지불하면서도 생수를 별도로 구입하거나 정수기를 따로 설치해 물을 음용하는 등 수요자들의 경제적 부담과 폐용기로 인한 환경부담도 늘고 있다. 2017 수돗물 음용 실태조사에서도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유 중 ‘낡은 수도관과 물탱크’가 41.7%로 가장 높게 나타나, 수돗물의 수송과정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한 수돗물 욕구 증대
2019년 5월 인천, 2019년 6월 서울 문래동 녹물 사고 등 최근 연이어 발생한 수돗물 수질 사고는 수돗물에 대한 수요자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안전하고 건강한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국민적 욕구가 증대되고 수돗물 공급·관리 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높아졌다.
그동안 우리 상수도는 정비·보급이라는 개발 시대 패러다임으로 거의 모든 국민이 수도 혜택을 누리는 양적인 성장을 이뤘고 정수처리 고도화를 위한 노력으로 맑은 물 생산 능력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나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요자가 체감하는 수돗물의 수질은 정수처리 이후의 물이 아닌 수도관 망을 통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수질이다.
수질사고가 발생하면 당국은 과학적인 수질검사 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만 일반 국민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국민의 수돗물 불신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검사 결과보다 감정적인 우려와 그동안 우리나라 수질사고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와 같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음용수 공급이 매우 절실하다.
관망 수질관리 중요성
수돗물의 수질은 상수원의 원수 수질과 정수장의 정수처리 공정 및 송수·배수·급수관망에서의 수질특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관리된다. 최근에 발생한 수질사고는 대부분 송수·배수·급수관망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수질 유지에 불리한 금속 재질의 수도관이 주 관종으로 매설돼 있고 관로의 노후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기후변화 등으로 상수도관로의 생물학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수도 당국은 음용률 향상과 수질 보전을 위해 노후관 교체사업 추진, 재염소 투입 설비 설치, 정기적인 관로 진단 및 청소 등 송수·배수·급수 관망의 유지관리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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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노후관 교체사업에 대해 환경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10년 이하 수도관에서도 이물질이 5∼30%까지 나온다는 통계가 있다”며 “(노후관을 타깃으로 삼을 게 아니라)상수도 관망의 종합적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듯이 우리의 수도에 대한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통해 음용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수처리된 수돗물을 수송하는 송수·배수·급수 관망에서의 수질관리가 중요하다. 관망에서의 수질은 수도관 재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국내외의 연구 성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으나 그동안의 관행 등으로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수돗물의 2차오염 우려
수돗물은 강·저수지 등 자연 상태의 물을 상수원으로 하여 정수장에서 정수처리를 거쳐, 배수지에서 재소독 등의 조치 후 수도관망을 통해 수요자에게 수송된다. 수돗물의 수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수원, 정수장, 가정의 수도꼭지에 이르기까지의 관리가 모두 중요하다.
정수장에서 정수처리되어 생산된 수돗물은 수요자에게 수송되는 과정에서 수질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2차적인 수질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구온난화를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는 수돗물의 생물학적 안정성을 파괴하고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생물막(biofilm)을 비롯한 송수·배수·급수 관망의 미생물학적 안전성에 관한 논의와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수돗물의 2차오염이란 정수장에서 정수처리된 수돗물이 수요자 측의 수도꼭지까지 공급되는 전 과정에서의 수질변화 즉, 송수·배수·급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질오염을 말한다. 이러한 수돗물의 2차오염은 완벽하지 못한 정수처리로 인해 수송과정에서 송수·배수·급수 관망과 반응해 발생하는 오염과 배수지·배수탑·저수조 등에서 발생하는 오염 그리고 송수·배수·급수 관망 내부에서 발생하는 오염 등 다양한 원인과 형태로 발생한다. 수돗물은 송수·배수·급수 계통에서 수도관을 통해 수송되므로, 수질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수도관 재질을 사용하는 것과 시설을 적절하게 관리·운용하는 것은 수요자가 믿을 수 있는 수돗물 공급에 있어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송수·배수·급수관로에서 수도관 재질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하여 대표적인 2차오염 유발 요인인 △수도관의 부식 및 관내 침전물에 대해 이번 호에서 먼저 살펴보고, 다음 호(5월호)에서 △잔류염소 및 소독 부산물 △미생물의 재생장(Regrowth)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 수질관리 선진국인 네덜란드의 사례도 참고하고자 한다.
수도관 부식과 침전물
상수도관로의 대표적인 2차오염은 수도관의 부식에 의한 철(Fe), 망간(Mn) 등의 용출과 이로 인한 붉은 물, 검은 물 등의 녹물 발생과 탁수로 인해 수돗물 음용에 심미적인 영향을 미치며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에 위해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인천과 포항 수질사고의 수질분석 결과 인천의 경우 △망간 39.6% △아연 1.9% △구리 0.5%, 포항의 경우 △망간 43.5% △알루미늄 30.4% △철 5.5% △아연 2.2% △구리 1.2% 등이 검출됐고, 수도관 내부에 부착된 생물막의 탈리(脫離)가 발생했으며, 일부 지역에서 염소소독 부산물로써 발암물질로 알려진 트리할로메탄(THMs)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수도관의 부식과 침전물은 관내 생물막 형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소독제인 잔류염소의 소비를 증대, 잔류염소의 소독력을 감소시키고 관로의 노후화를 촉진한다. 금속 소재 수도관의 내면에 코팅, 도장 등 부식방지 조치로 내식성(耐蝕性)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기존의 금속관에 비해 부식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부식을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10년 이하 수도관에서도 이물질이 5∼30%까지 나온다’고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녹물사고 시 부식방지된 수도관에서도 부식이 확인되고 코팅재 등에서 용출된 미량의 유기물질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적으로 관망시스템에서 방식(防蝕)코팅, 도장한 금속관의 부식사례가 △관 이음부 접합 시공과정에서 도막 파손으로 인한 부식 △관망시스템상의 수도관에 대한 다수의 천공, 절단부위의 부식 △도장재·코팅재의 박리로 인한 부식과 이물질 △관망시스템상의 볼트·너트 체결부의 부식 등으로 보고되고 있어 금속관의 내식성에 대해서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수환경의 금속관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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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관망은 지중에 매설되고 자연상태의 물을 소독하는 등 인위적으로 정수처리한 수돗물을 수송하므로 화학적·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수도관의 부식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한 재질의 수도관이라도 매설환경에 따라 수질에 미치는 영향과 수도관의 내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상수도 관망의 주 관종은 주철관으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수도관 매설환경이 금속관의 부식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첫째, 지형·지질 구조의 특수성에 의한 부식으로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변지역에서 금속관의 염해 부식을 초래할 수 있고, 지질 구조상 암석 분포가 화강암 및 화강 편마암이 50% 이상을 점하고 있어, 이들의 높은 산성도로 인해 수도 원수 자체의 부식성이 높다. 둘째는 우리나라 수돗물은 대체로 경도가 100㎎/L 이하의 연수(軟水)로 일반적으로 경수인 미국이나 유럽지역 수돗물에 비해 금속 부식성이 높다.
그리고 셋째, 우리나라의 수질기준은 잔류염소 농도를 4ppm 이하로 설정하고 있으며 소독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높은 농도를 유지하고 있다. 염소는 강력한 산화제로 금속을 부식시키며 농도가 높을수록 부식속도가 빨라진다. 넷째는 금속관의 미생물 부식과 관련해 특히 생물막은 금속의 부식을 촉진한다. 수도관 속의 생물막은 수돗물의 미생물학적 안전성을 해치는 세균 덩어리로 금속관의 부식으로 인해 조도가 크고 표면적이 넓어 관의 내면에 생물막 형성이 용이하다. 다섯째로는 위와 같은 특수성 탓에 우리나라 수돗물은 수돗물 자체만으로도 부식성이 강하고 환경부가 조사한 수계별 부식성 지수(LI)는 평균적으로 -1.5로 조사되어 강 부식성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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