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물 내리면 에어로졸 성인 호흡 높이까지…감염 위험은 아직 불확실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08 22: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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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변기 물을 내릴 때 발생한 미세한 물방울과 에어로졸이 변기 주변을 넘어 성인의 호흡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기 안에 미생물이 많거나 한 번에 사용하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공기 중에 방출되는 에어로졸 농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에어로졸이 호흡 높이에서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감염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감염 실험이 아니라 기존 연구 22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한 논문이며, 에어로졸에 포함된 미생물의 생존 여부와 실제 흡입량, 감염에 필요한 용량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호주 플린더스대학교 연구진은 관련 연구를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는 미세한 액체 또는 고체 입자를 말한다. 이 가운데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생물학적 물질을 포함한 입자를 바이오에어로졸이라고 부른다. 변기 물을 내리면 물이 빠르게 회전하고 부딪치면서 난류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변기 물과 오염물질 일부가 미세입자로 변해 주변 공기 중으로 방출될 수 있다.

미생물은 사용 과정에서 오염된 변기 내부나 물 내림에 사용되는 용수에서 유입될 수 있다. 변기 안의 미생물 농도가 높을수록 물을 내릴 때 생성되는 바이오에어로졸 농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일부 선행연구에서 변기 에어로졸이 성인의 호흡 영역에 해당하는 높이에서 검출됐다며, 이는 흡입 노출이 발생할 수 있는 하나의 경로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2년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도 레이저를 이용해 상업용 변기의 에어로졸 기둥을 관찰한 결과 입자가 초속 2m에 가까운 속도로 상승해 8초 안에 1.5m 높이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에어로졸의 움직임을 시각화한 것으로 병원성 미생물이나 감염 가능성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었다.

플린더스대 연구진은 학술자료 669건을 검토한 뒤 연구 기준에 맞고 수치화가 가능한 22편을 최종 분석했다. 여기에는 변기 물에 미생물이나 병원체 대용물질을 인위적으로 주입한 실험과 별도로 미생물을 넣지 않은 일반 조건의 연구가 모두 포함됐다.

분석 결과 변기 물에 투입된 미생물 농도가 높을수록 공기 중에서 검출되는 에어로졸과 바이오에어로졸 농도도 높아졌다. 통합분석에서는 변기 내 미생물 농도가 10배 증가할 때 공기 중 농도가 약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 번 물을 내릴 때 사용하는 물의 양도 중요한 변수였다. 물 사용량이 1ℓ 늘어날 때마다 공기 중 에어로졸과 바이오에어로졸 농도가 약 1.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물을 한꺼번에 방출할수록 변기 안에서 발생하는 수리학적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에어로졸 농도는 변기에서 가까울수록 높았으며 특히 변기 좌석 높이 부근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입자가 검출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물을 내린 뒤에도 에어로졸이 최소 20초 동안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연구별 에어로졸 농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변기의 구조와 물 내림 방식, 수압과 물 사용량, 미생물 종류와 초기 농도, 측정 위치 및 공기 채취방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변기 뚜껑을 닫거나 환기를 하면 에어로졸 노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번 종합분석에서는 뚜껑 위치와 환기 여부가 에어로졸 농도에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이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뚜껑과 환기가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해당 조건을 같은 방식으로 비교한 연구가 적고 결과도 일관되지 않아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개별 연구에서는 뚜껑을 닫으면 위쪽으로 직접 솟는 에어로졸은 줄어들지만 뚜껑과 변기 사이의 틈으로 입자가 빠져나가면서 확산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껑을 닫더라도 에어로졸 방출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환기 역시 공기 중 입자를 희석하고 외부로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환기장치의 위치와 풍량, 욕실 구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 증거만으로 뚜껑 닫기나 일반 환기의 에어로졸 저감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변기 물 내림이 미생물의 잠재적인 공기 중 이동 경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에어로졸에서 미생물이나 그 유전물질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살아 있는 병원체가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연구진은 뚜껑이 있는 변기는 물을 내리기 전에 닫는 것을 간단한 예방조치로 권고했다. 적절한 환기를 유지하고 변기와 주변 표면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며 화장실 사용 뒤 손을 씻는 것도 미생물 오염을 줄이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대·소변 구분형 절수 변기에서는 상황에 맞게 적은 양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 에어로졸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배설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을 정도로 물 사용량을 줄이면 오히려 변기 내부의 미생물 오염이 지속될 수 있어 정상적인 세척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연구진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많고 화장실 이용자가 집중되는 병원과 요양시설을 우선적인 연구 대상으로 꼽았다. 변기 자체의 구조 개선과 국소 배기장치, 물 내림 방식 변경 등 바이오에어로졸을 발생 단계에서 줄이는 공학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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