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가 변하면 생태계는 어떻게 반응할까

-구상나무림 동태 분석하여 미래 예측
-국제저널 Ecological Research에 발표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10-09 10:35:45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요즘 한라산이나 지리산 정상부를 가면 죽은 나무들이 널려 있다 (사진 1 참고). 그 대부분은 구상나무 고사목들이다.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 특산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등 몇몇 산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제한된 장소에서만 자라고 있다. 

▲ 사진 1. 한라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구상나무 고사 모습.

최근 기후변화 및 그것이 유발하는 다양한 환경변화는 이처럼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담은 수많은 구상나무를 죽음으로 몰아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국제자연보존연맹도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 또는 희귀식물로 지정하여 보호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생태계는 어떻게 반응할까? 필자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한라산, 지리산 등 몇몇 산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제한된 장소에만 성립해 있는 구상나무림을 대상으로 과거의 분포 한계 (온난지수 55℃ 선), 현재의 분포 범위 그리고 미래의 분포 범위로 구분하여 그 숲의 동태를 분석하여 그 미래를 예측하였다 (그림 1 참고). 그리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국제저널 Ecological Research에 발표하였다. 

▲ 그림 1. 한라산 정상부에서 온난지수 등치곡선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도. 온난지수 45℃는 그 이하의 온난지수에서 자라는 구상나무의 분포한계를 나타낸다. 파란 선과 붉은 선은 각각 1970년대와 2010년대의 온도로 계산된 온난지수 등치곡선을 나타낸다. 양 곡선 사이의 차이는 1970년대와 비교해 2010년대에 기온이 상승하였음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과거의 분포한계지에서는 이미 온대 숲인 신갈나무 숲 (한라산의 동북사면 성판악 코스) 및 소나무 숲 (한라산의 남산면 돈네코 코스)으로 천이가 거의 완성된 상태였다. 현재의 분포범위에 해당하는 장소에서의 분석 결과는 구상나무가 죽어 만들어진 숲 틈 사이로 산개벚지나무, 마가목, 주목, 사스레나무 등이 우선 침입하고 이어서 신갈나무가 침입하는 경향이었다. 

 

이러한 경향으로부터 교란된 장소에 우선 천이 초기 종이 침입하여 구상나무 숲을 대체하고, 뒤이어 과거의 분포한계지에서처럼 신갈나무 숲으로의 천이를 예상할 수 있다. 미래의 분포지에서는 당분간 구상나무림 숲의 유지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지만 교란 후 재생은 활발하지 않았다 (그림 2).

▲ 그림 2. 구상나무숲을 이루는 주요 식물 종의 직경급 별 빈도 분포. a: 성판악 코스의 이전 분포지, b: 성판악 코스의 현재 분포지, c: 성판악 코스의 미래 분포지, d: 돈네코 코스의 이전 분포지, e: 돈네코 코스의 현 분포지, f: 돈네코 코스의 미래 분포지. 성판악 코스의 이전 분포지 (a)에서 구상나무 (Abies koreana)는 직경급이 큰 성숙목만 일부 남아 있고 숲이 거의 신갈나무 (Quercus mongolica) 숲으로 변해 있다. 현재 분포지 (b)의 하층식생은 주목 (Taxus cuspidata) 이 우점하고, 산개벚지나무 (Prunus maxomowiczii)가 다수 침입해 있으며 고사목 (Abies koreana, D) 이 다수 출현하고 있다. 미래 분포지 (c)에서 구상나무는 직경급이 작은 개체가 많고, 큰 개체가 적은 역 J자형 분포를 보여 구상나무림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돈네코 코스의 이전 분포지 (d)에는 직경급이 큰 계급에는 소나무 (Pinus densiflora)가 많이 침입해 있고, 직경급이 작은 계급에는 산개벚지나무가 많이 침입해 있다. 돈네코 코스의 현 분포지 (e)에서 구상나무림은 소나무림으로 천이가 많이 진행되어 있고, 미래 분포지 (f)에서는 구상나무림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겠으나 추후 신갈나무림으로 천이될 가능성을 보였다.

나아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예측한 결과 2050년 구상나무숲의 면적으로 크게 감소하고 2070년경에는 그 숲이 작은 조각으로만 남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 그림 3.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상당히 실행되는 경우를 가정한 RCP 4.5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예측한 2050년 (a)과 2070년 (b) 구상나무의 분포 범위. 아래의 지도는 현재의 분포범위를 나타낸다. 향후 구상나무숲의 분포범위가 크게 위축되고 2070년경에는 구상나무숲이 작은 조각으로만 남아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 귀중한 숲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여야 할까? 논문 발표 후 필자는 다음과 같은 후속 연구를 구상해 보았다. 미래의 분포지부터 구상나무 숲의 재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상나무 숲의 분포한계를 넘어서면 주목군락, 눈향나무군락, 초지 등이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기후변화를 피해 구상나무숲의 이동을 도울 수 있는 방법, 즉 도움이동 (assisted migration)이 요구된다. 눈향나무군락이나 초지에 구상나무를 바로 도입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선다. 

 

따라서 우선 주목군락 쯤에 실험적 도입을 시도하고, 눈향나무군락이나 초지에는 주목을 도입하여 그들을 먼저 정착시킨 다음에 구상나무를 도입하는 단계적 복원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진 2 참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멸종위기 식물의 보존을 위해 이런 식의 복원을 추구하고 있다.

▲ 사진 2. 한라산 정상부에서 구상나무 숲의 변화와 도움이동 전략.

그리고 다른 지소에서의 복원은 조금 다른 차원에서 검토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한라산의 경우는 과거 과도한 인간 간섭으로 아직 천이의 진행이 후기단계로 접어들지 않아 소나무군락이 성립되는 단계나 구상나무군락이 성립되는 단계에 있는 장소도 있다. 그 중 후자의 장소를 구상나무 숲 복원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특히 그런 장소는 계류 변에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한라산에서 구상나무의 고사 유형을 보면 뿌리가 뽑히는 유형이 많다. 이는 바람에 의한 피해가 컸음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결과는 기후변화에 기인하여 발생한 강한 바람이 구상나무 고사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고 바로 고사하지 않는 경우도 뿌리가 손상을 입어 그 후 수분부족으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기온상승에 따른 강설량 감소, 이른 광합성의 시작으로 인한 수분 이용 증가,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량 증가, 가뭄기간의 연장 등이 그들의 고사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그 복원은 수분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계류나 계곡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복원도 철저히 이전 천이단계의 식물들과 혼식하는 방법이 구상나무의 활착과 생존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구상나무 숲을 보존하고 훼손된 장소에서 복원하려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기후공간에 대한 검토조차 없이 이미 그들의 분포한계를 넘어 선 곳에 도입하거나 함께 살아가는 숲의 구성원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구상나무만 불쑥 들여오는 시대에 뒤떨어진 방법으로 구상나무 조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투자하고도 구상나무 숲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생태학적 지혜와 지식을 모아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구상나무를 붙잡아 둘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이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뉴스댓글 >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