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온실가스검증협회, 탄소 규제 시대의 ‘신뢰 인프라’를 묻다

수출 데이터가 관건…CBAM 앞두고 검증 품질이 국익 변수로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2-23 11: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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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사)한국온실가스검증협회는 온실가스 검증기관들이 모인 협회로 2012년 10월에 설립됐다. 설립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제 협회의 역할을 재정비할 때라고 송준일 회장은 말한다.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중심으로 굴러가던 국내 온실가스 검증 시장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대외 규제와 맞물리면서, 검증의 신뢰성과 관리체계가 수출 경쟁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3개 중 국내 10개만 참여… 운영비는 회원사 분담

▲송준일 회장
한국온실가스검증협회(이하 협회)는 2012년 10월 설립됐다. 검증제도가 막 출범하던 초기, 환경부와 검증기관, 심사원, 기업 현장이 잦은 오류와 해석 차이로 혼선을 겪자 이를 조정할 ‘중간 허브’가 필요했다는 게 설립 취지다. 협회는 검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를 취합해 환경부에 전달하고, 환경부의 해석과 지침을 다시 검증기관과 심사원, 기업으로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재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은 13개로 분류되지만, 협회에 실제 참여하는 곳은 국내 기반의 10개 업체다. 해외에 본사가 있는 3개 기관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다. 운영 재원은 회원사 분담금에 의존한다. 원칙상 검증 1건당 10만 원 수준의 분담금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로는 참여한 10개 회원사가 부담을 나누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배출권거래제 813개 기업이 배출 74% 차지
검증 시장 규모는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실시에서 볼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연 2회 검증이 이뤄진다. 하반기에는 배출량 산정 계획서 검증을 통해 기업이 배출량 집계를 제대로 하는지 현장 확인이 진행되고, 연말에는 최종 결과를 명세서 형태로 검증한다. 목표관리제는 상대적으로 간소해 연 1회 검증이 일반적이다. 송 회장은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를 합치면 연간 검증이 1,951회 정도 돌아가고, 전체 시장 매출은 150억 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은 2025년 7월 기준 813개에 달한다. 이 813개 기업이 국가 전체 배출량 6억8000만 톤 중 약 74%를 배출하는 셈이다. 여기에 ESG 홍보나 투자자 대응 차원에서 스스로 검증을 받는 자발적 참여 기업도 일부 존재한다.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제도권 검증은 법에 근거해 거짓 보고가 드러나면 제재가 가능하지만, 제도 밖 자발적 검증은 정부 통제가 어렵고, 데이터의 신뢰성도 균일하게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CBAM 들어오면 제도 밖 검증 늘고, 가짜 데이터 리스크 커져
송 회장은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EU의 기후정책 패키지 ‘Fit for 55’와 그 연장선에 있는 CBAM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Fit for 55는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위해 기후·에너지·수송·산업 전반의 규제를 강화해왔다. CBAM은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EU 기업의 역내 경쟁력을 보호하고 탄소 누출(규제를 피해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송 회장은 “수출기업이 부품·제품의 배출량 데이터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반드시 한국 정부가 인정한 검증기관을 통해서만 검증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면 기업끼리 임의로 ‘자발적 검증’을 했다고 주장하며 가짜 데이터를 제출할 여지가 생긴다”며 “CBAM 대응이 본격화될수록 검증 품질을 통제할 장치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협회가 이를 통제할 경우 제도 밖 검증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관리·감독 근거가 생기고, 특히 CBAM처럼 정부 통제 밖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검증 수요에 대한 품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검증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단가 대비 요구 수준이다. 결국 회계사급 인력이 기대하는 연봉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전문 인력이 유입되지 않고, 과거 일부 참여했던 회계법인들이 수익성이 낮아 빠져나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국제호환성 막히면 한국은 고립돼
그가 반복해서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국제호환성’이다. 배출량 검정 시스템의 검증기관 관리와 심사원 자격 제도가 국제적으로 호환되는 체계로 운영되느냐가 더 본질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국제적으로는 가능한 한 ISO 인증 및 검증을 할 때는 현재 국가간 상호 평가를 하는 1국가 1인정기관 원칙을 지향하는데, 국내에선 부처 간 역할 분담과 제도 설계가 엇갈리면서 국제 정합성이 약해졌고, 그 결과 해외의 우수한 심사원·검증 인력이 국내로 들어오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 한국품질보증원이 201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오스트리아표준협회(ASI)에서 CSR Company 등과 ISO26000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제공=한국품질보증원)

그는 “수출을 해야 하는 산업부에겐 시스템의 국제호환이 중요하지만, 규제를 집행하는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그 감각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은 결국 “누가 온실가스 검증의 ‘키’를 쥐고 있느냐”라는 부처 갈등 프레임으로 이어졌고, 국내 제도가 국제 기준과 어긋나면 CBAM 같은 외부 규제 국면에서 기업이 더 큰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검증업이 작은 시장임에도 국가 감축의 현장을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집단이라는 자의식이다. 배출권거래제 기업과 목표관리제 기업을 합쳐 1,000곳이 넘는 사업장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면서 설비·공정·감축 기술의 현실을 축적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검증은 국가 전체가 움직이는 작업인데 시장은 150억밖에 안 된다”며 “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현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환경 기본소득’ 태양광·풍력·양수·매립장까지 확장
인터뷰 말미에는 제도 비판을 넘어 ‘환경 기본소득’이라는 구상도 제안됐다. 지역의 태양광(햇빛 기본소득), 풍력(바람 기본소득), 양수발전, 그리고 사고 매립장 정비·추가 매립 사업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자는 모델이다. 그는 “핵심은 지역의 환경·자원이 만들어내는 이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태양광, 풍력, 양수발전, 그리고 사고 매립장 정비·추가매립 같은 사업도 포함된다. 수익 배분은 주민 몫을 50~70%로 두고, 나머지를 투자·운영 쪽이 가져가는 구상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 문제는 “향후 사회적 대참사로 번질 수 있는 전국적 위험”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악취, 침출수 유출, 붕괴 위험 매립장을 차단형 구조로 안전하게 보강하고 추가 매립을 통해 매립 수수료 수익을 만들면, 그 수익을 주민에게 배분해 ‘안전·정화·지역환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다. 소각장 인근 장기 거주 위험에 대해서도 강한 경고를 덧붙이며, 환경 이슈가 ‘시설 입지 갈등’ 수준을 넘어 보건·안전 문제로 관리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CBAM 시대, 검증의 질이 수출과 직결
송 회장은 환경운동연합의 초창기 멤버로 활동해왔으며 안양환경운동연합을 적극 지원해왔다. 2000년부터 한국품질보증원에도 근무하며 ISO(국제표준화기구) TC207(환경경영 인증, 온실가스배출량 검증) 국제회의에도 참가해왔다. 또한 국제 조림사업에도 참여해 2050년까지 카자흐스탄, 앙골라 일대에 나무를 심고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각각 연간 6억 톤을 45년간 우리나라로 가져온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안목을 키운 그는 CBAM 시대에는 검증의 질이 국익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검증협회가 법정협회로 전환해 제도 밖 검증을 통제할 근거를 마련해야 하며 검증기관·심사원 체계의 국제호환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렇다. CBAM 대응에서 ‘검증의 신뢰’가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제도의 설계·감독·국제정합성을 어디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가 가장 중차대한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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