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환경권피해의 입증,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 사례 (2)

-진해화학 폐수배출로 인한 해양오염 사고

글. 법무법인 이신 김성덕 대표변호사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08-08 11: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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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이신 김성덕 대표변호사
이른바 ‘진해화학 폐수배출 손해배상 사건’(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은 대한민국의 식량 자급자족 및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에 따라 설립, 운영되고 있던 진해화학 주식회사로부터 발생한 해양오염 사고에 관한 사건입니다.

진해화학은 1967. 4. 9. 비료공장을 준공하고, 같은 해 7.9.부터 암모니아 비료를 생산하면서 인광석, 유황, 염화칼륨, 나프타 등 화학약품과 복합비료, 요소비료 등을 생산하였고, 진해화학이 제조하는 제품들의 생산량은 매년 증가하였는데, 이에 따라 진해화학은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하였습니다. 진해화학의 공장 전체가 완전히 가동할 경우, 1970년대에 1일에 130,000톤에 이르는 물을 사용하였던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진해화학은 위와 같은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면서 비료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등 물을 순환시키는 공법을 사용하였는데, 1일 보충수 약 8,500톤 중 기계냉각용 공장용수, 보일러용수 등 증발 소모분과 목욕 및 취사용수 사용분을 제외한 나머지 약 2,000톤 내지 3,000톤의 순환되지 않는 물을 폐수로 행암만 바다에 유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폐수에는 불소, 납, 구리, 아연, 시안, 폐놀, 수은, 카드뮴 등의 물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진해화학이 생산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폐수는 진해시 행암동 및 장천동 쪽에서 각각 행암만으로 유출이 된 사실이 인정되었는데, 이 폐수가 혼입된 행암만의 해수는 바다의 조석이 거듭되는 동안에 창조류(밀물 때에 유속이 가장 강하게 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조류)가 흐르는 때에는 창조류를 타고 웅동만으로 유입이 되었습니다. 또한 진해화학의 폐수는 바다에서 북서풍 또는 서풍이 강하게 불 때에 취송류(바람의 영향으로 바다의 표층에 생기는 넓고 느린 해류)의 영향으로 그 폐수 중 일부가 희석된 채 웅동만으로 유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원고는 1969년도 및 1970년도에 경상남도 농어민 소득증대 사업에 따라 경상남도 창원군(사건 당시 의창군)이 진해화학 공장으로부터 동쪽에 떨어진 바다의 어장에 대규모 김양식 시설을 조성하고, 망홍식 방법에 의한 김양식 사업을 벌였습니다. 원고의 어장에서는 양식 김에 김 갯병(김의 색깔이나 윤기가 나빠지고, 발에서 쉽게 떨어지거나 녹아 없어지는 질병) 증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원고는 막심한 피해를 보고 김양식 사업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건 당시에도 김 갯병의 여러 원인 중에 임해공업에 의한 산업폐수가 있다는 점이 공인되어 있었습니다. 

 

산업폐수가 김의 생리적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판정하는 방법 중에는 김의 광합성능의 측정이 당시에 가장 효과적이었는데, 폐수의 농도가 김의 광합성능 50퍼센트를 저해하는 경우에 그 농도가 김의 치사한계 농도로 인정되었고, 안전기준은 치사한계 농도의 10분의 1이었습니다. 

 

이러한 당시 지식에 따라 위 사건에서는 정상해수에 진해화학 공장 폐수를 희석하여 김의 광합성능을 측정하는 실험이 시도가 되었는데, 실험 결과는 공장폐수가 함유된 비율이 높을수록 광합성능이 저하되었고, 그 공장 폐수가 광합성능 50퍼센트를 저해하는 농도(치사농도)가 1,416 ppm이고 그 안전농도는 약 140 ppm이란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또한 폐수 중 불소 이온은 해수에 유입되더라도 비교적 변화 없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불소 이온을 기초로 폐수가 혼합되는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는 이유로 불소 이온을 추적자로 하여 원심 법원(대구고등법원 1981. 1. 29. 선고 79나249 판결)에 의하여 채택된 공식에 따라 폐수혼합율을 계산하여 그 혼합율이 160.4 ppm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 법원은 위 160.4 ppm의 수치가 형식적인 수치로서 안전농도인 140 ppm을 약간 상회하지만, 그 수치는 결국 안전농도의 범위 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진해화학 폐수와 원고의 어장의 김의 피해는 인과관계의 개연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반면에 대법원은 이와 같이 어장의 해수에 공장폐수가 혼합된 비율이 안전농도 이내라고 판단하고, 이를 이유로 공장폐수와 김 갯병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진해화학의 환경오염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사실로 인정한 김의 치사농도 1,416 ppm, 안전농도 140 ppm 수치 자체가 잘못 인정된 수치일 가능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원심 판결이 판단의 기초로 삼은 진해화학 공장의 배출 폐수로 실험한 결과는 공장폐수를 1,000 ppm을 혼합하여, 광합성능 저하율 43.55%를 얻은 값이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결과값도 실험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실제로 1,416 ppm이 치사농도인지 알 수가 없으며, 정작 1,416 ppm까지 직접 실험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었고, 폐수의 혼합율 계산 방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도 아니라 해당 재판에서 독자적으로 처음 시도한 것이었으며, 계산 방식의 원리는 폐쇄계(실험실 등)에서 적용되는 것이지 매일 조수간만에 의하여 바닷물이 혼합되고 변동이 일어나는 개방계에서는 적용될 수도 없는 것임을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공장폐수의 안전농도 수치와 공장폐수의 실제 혼합율 수치 모두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① 진해화학 공장에서 원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폐수를 배출하고 있고, ② 그 폐수 중 일부가 원고의 어장에 실제로 도달하였으며, ③ 공장폐수의 도달 이후에 어장의 양식 김에 갯병이 발생하여 원고에게 피해가 발생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고, 원심이 ④ 어장의 해수에 혼합된 폐수의 비율이 안전농도 이내라고 판단한 것이 위법하며, 이에 따라 김 어장에 도달한 공장폐수가 원고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무해하다는 입증이 없는 한 진해화학의 폐수 배출과 원고의 양식 김 피해는 서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진해화학은 원고의 김 양식장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입증할 책임을 부담하지마녀, 이른바 ‘공해소송’에서는 기업이 배출한 오염물질이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칠 수 있고, 공해피해는 현재의 과학수준으로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으므로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고리 전부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우려가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가해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고,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으므로, 가해기업이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이 무해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며, 폐수를 배출하는 기업인 진해화학은 공장폐수에 김에 피해를 끼칠 원인물질이 없다거나, 그 원인물질이 있더라도 그것이 안전한 농도 범위 내에 속한다는 반증을 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공해피해에 관한 소송에서는 폐수와 공해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정당한 법적 가치 판단이라고 정면으로 판시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의 인과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는 향후 모든 환경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의 인정 기준이 되는 법리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2014. 12. 31. 법률 제12949호로 제정이 되어, 2016. 1. 1.부로 시행이 되면서 입법에 의하여 환경소송에서는 환경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인과관계가 추정되는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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