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환경한림원 허탁 회장_탄소·자원·생물다양성 통합 관리, 지속가능성의 핵심

대외적 환경 규제 변화 속… 한국, 선제 대응 필요해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5-09-29 11: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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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한국환경한림원(이하 환경한림원)은 환경정책에 대한 통찰력있는 조언과 전문성에 기초해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해있으며 다양한 제안을 통해 책임있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 및 이해관계 기관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주요 환경 아젠다에 대한 해법과 문제해결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본지는 환경한림원의 허탁 회장을 만나 향후 비전과 과제, 환경문제 해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환경문제, 지속가능성 체계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야
 

▲허탁 회장
현재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다양한 환경 현안에 직면해 있다. 환경한림원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논의와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환경 문제의 해법과 정책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있다. 더불어 공개 토론회를 열어 일반 시민들에게 환경 현안을 알리고 정부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장을 만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환경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 실행 현황, 저탄소 기술 개발 방향, 실천 방안 등을 논의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 원탁 토론회’, ‘환경 리더스포럼’ 등을 통해 주요 환경 의제에 대해 폭넓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 분야의 거대 흐름은 ▲기후변화 대응과 적응 ▲탄소 감축 ▲자원 이슈 ▲플라스틱을 포함한 순환경제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요약된다. 특히 순환경제는 단순히 자원 재활용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공유·리스 같은 서비스 모델도 대표적인 순환경제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아젠다와 관련해 허 회장은 새 정부 들어 탄소중립, 자원순환, 기후적응, 생물다양성, 물 관리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존 환경 위험 관리와 더불어 글로벌 차원의 기후·에너지·통상 문제와 결합되며 지속가능성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장 단위에서 제품 단위로 중심축 이동

그러나 전 세계는 좀처럼 환경 문제 해법에 대한 합일점을 찾지 못한 채 몇 년째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그렇다. 회의에 참석한 관련 국가 관계자들은 이해관계에 얽혀 생산 감축, 유해물질 관리, 비용 분담 문제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제 방식으로 인해 일부 국가의 반대로 논의가 지연되고 있으며, 다수결 전환 논의도 제기되고 있다. 허 회장은 “다소 결과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졸속 합의보다는 추가 논의가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플라스틱에 대한 대체 소재 개발과 재활용 설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체 사진 
최근 환경정책은 사업장 단위에서 제품 단위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는 무역과 직결되는 기후·통상 문제 때문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따라 제품 전 과정 배출량을 평가하는 생애주기분석(LCA)과 공급망 관리(Scope 3)가 국제 기준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전략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유럽은 환경 공시 의무화 일정을 일부 유예했지만, “Stop the clock(잠시 멈춤)” 상태일 뿐 장기적으로는 강화될 전망이다. 허 회장은 “국내 기업은 측정 역량·인력·인프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조기 대응 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배출량이 큰 산업부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EU의 CBAM은 2026년부터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적용되며, 향후 석유화학 확대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맞춰 국내 4차 배출권거래제는 무상할당 비율 축소와 유상할당 확대를 통해 탄소 가격을 정상화할 예정이다. 국내 탄소가격이 국제 수준과 격차를 줄여야 CBAM 대응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정교화’된 규제, 한국의 대응은 어디에

또한 2027년부터 EU는 지속가능제품규제(ESPR)와 디지털 제품 여권(DPP)을 전면 도입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 규제를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 판도를 재편하는 강력한 카드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가능성, 자원 효율성, 공급망의 투명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며, 그 결과는 디지털 여권에 기록돼 국경을 넘을 때 즉시 검증된다.  

▲포럼 단체 사진 

이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허 회장은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언이나 CSR의 영역이 아니다. 배터리, 철강, 섬유, 알루미늄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이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배제된다.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유럽보다 낮아 오히려 해외 부담금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탄소 가격의 정상화와 유상할당 확대가 시급히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제 정세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 이후 기후변화 공시, 그린딜, 다양성 정책 등 주요 환경·사회 정책을 줄줄이 철회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청정수소 지원을 중단하고, ESG 공시 의무도 축소했다. 그럼에도 허 회장은 “이 흐름이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고 본다. 정권 교체, 전쟁의 전개 등 변수에 따라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교육에서 시작하는 순환경제 

▲토론회 단체사진 
정책과 제도만큼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폐기물은 잘못된 장소에 있는 자원”이라는 말처럼, 순환경제의 관점은 제품 설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이를 뒷받침할 교육이 필요하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초·중등 과정에서 환경 교육을 강화해왔다. 어린 시절 경험한 환경 인식이 정치인·기업인·소비자로 성장한 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몰돼 있다. 지속가능성 교육의 공백이 결국 미래 정책과 산업 경쟁력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 회장은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에코 프로덕트 전시회’를 열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전시회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아이들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이 많길래, 왜 이런 걸 하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그들의 논리가 아주 명쾌하더라. 여기서 대통령이 나오고, 여기서 국회의원이 나오고, 사업가와 소비자가 나온다.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자라 정치인이 되면 정책을 만들고, 기업인이 되면 경영에 반영하며, 소비자가 되면 생활 속에서 선택을 하게 되죠. 결국 사회 전체가 변한다”고 그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지금 필요한 선택은 인식전환


국내 기업 일부는 이미 ESG 조직을 해체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유럽이 정교화된 규제를 들고 나오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비용이 훨씬 크다. 지금이야말로 대비의 시간이다. 탄소 가격 정상화, 환경 싱크탱크 법정화, 초·중등 환경 교육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국제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탐방

그는 “임기 중 또 하나의 과제는 환경 정책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다. 과학기술, 의학, 공학 분야에는 이미 국가 법정 싱크탱크가 운영되고 있으나, 환경 분야는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 환경한림원이 법정 기구로 자리 잡아야만, 명실상부한 정책 브레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유럽은 환경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고 있고, 미국은 정치적 혼선 속에서도 결국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의 무관심과 지연이 미래의 비용으로 돌아올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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