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
얼마 전까지 기후변화의 주요 관심은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 대한 감축의 문제였다(우리나라는 아직도 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기정사실화된 현시점에서 감축과 함께 변화하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악영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평균기온 2℃ 상승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위기관리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에 따라 지난 2010년에 수립한 「제1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1~2015)」에 이어 기상청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제2차 적응대책을 마련하고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심의·확정(2015.12.22.)하여 수립한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6~2020)」이 그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연구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해 약 800조원이 넘는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지만 사전대응 시 그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대책은 환경부 장관이 관계부처와 협의하여 5년 단위로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관계부처 및 지자체는 소관사항에 대해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13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 범부처 공동 적응대책을 보면, 환경부를 총괄부서로 하고 13개 부처가 참여하여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마련하고 부처 공동으로 건강, 재해 등 7개 부문별 적응대책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3개 적응기반 대책이 수립되어 있다 (표 1 참고).
기후변화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일찍 찾아오는 봄, 이른 개화, 생육기간의 연장, 새와 곤충을 비롯한 동물개체군의 이동, 산지 빙하의 퇴각 등이 이러한 징후를 대변하고 있다. 가뭄, 홍수, 질병, 해충 발생, 산불 등의 기상이변과 재해도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로 교란이 늘어나면서 CO2의 고정원 (sink)이었던 삼림이 발생원 (source)으로 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습지에 대한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미 인간 간섭으로 심하게 훼손된 습지가 기후변화에 따른 증발량 증가로 더 큰 영향이 예상된다. 기후와 탄소순환의 상호작용에 의한 영향도 예상된다.
대기 중의 CO2 농도 증가는 몇몇 식물의 생장 증가를 가져오지만 그 농도가 더 증가하거나 온도 증가가 병행될 때 생장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그 영향은 물질순화체계에도 미쳐 증가된 CO2 농도가 질소 흡수를 억제하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환경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분야에 대해 국내에서 이루어진 결과는 거의 없다. 기온 및 해수 온도 변화, CO2 농도 변화, 식생대 변화, 해산물 분포 변화 등과 같은 기초정보가 일부 수집되고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이미 이러한 수준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비한 생태계의 적응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기체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여 일단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50~300년 정도 대기 중에 정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설령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상당기간에 걸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인류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교토의정서 체제 이후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약속하였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한 후발 개도국의 폭발적인 배출량 증가로 인해 그 이후에도 그 양은 계속 증가해 왔고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기여한 양도 매우 많다. 따라서 온실가스 저감을 통하여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노력과 병행하여 지역별로 미래에 숙명적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IPCC의 공식적인 권유사항이기도 하다.
이번에 우리에게 큰 피해를 안겨 준 물관리 분야를 검토해보자. 표 1에 제시된 적응대책을 보면, 영향 및 취약성평가, 홍수 및 가뭄,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 및 복원을 대책으로 삼고,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모니터링 보강,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분야의 영향 분석 및 취약성 평가,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조성, 물이용 효율화를 통한 수요 관리, 안정적 수자원 확보, 대체 수원 기술개발과 시설 확충, 하천의 기후변화 적응능력 극대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물관리 선진화 및 해외진출, 기후변화로 인한 하천 및 호소 수질악화 관리대책,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하천 수질개선 및 수생태계 보전·복원 등을 세부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가 겪은 홍수 피해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모니터링 보강,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분야의 영향 분석 및 취약성 평가, 홍수에 강한 국토기반 조성, 하천의 기후변화 적응능력 극대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물관리 선진화 등의 세부과제는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과제에 해당함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다. 준비한 대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세부과제 수행을 통한 기술의 진전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 ▲ 지난 8월 7일 청평댐 방류 모습 <사진=송명숙 기자> |
댐의 관리자들은 기존 저수량을 파악하고, 강수량이 몇 mm가 되면 그 저수량이 얼마가 되는지를 계산하여 어느 정도 강수가 이루어졌을 때 방류를 시작할 것인가를 준비하여야 했다. 모두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의 일환으로 준비된 물관리 대책에 포함된 내용이다.
다만 그 대책이 준비만 되어 있고 실행에 옮기지 않아 피해를 키웠을 뿐이다. 물관리 부서는 이 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또 국가행정을 감시하고 조율하여야 할 국회는 금년 국정감사에서 이 점에 대한 깊이 있는 감사와 함께 해결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점 강해지고, 그 영향 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1_부처별 추진과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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