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법률] 환경권피해의 입증,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 사례 (3)

"환경 분야는 오염유발 기업이 책임 없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김한결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4-09-09 12: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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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분야는 오염유발 기업이 책임 없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 법무법인 이신 대표변호사 김성덕.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가해행위 때문에 자신이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해화학 폐수배출로 인한 해양오염 사고 사건(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을 계기로 환경 분야 소송(이른바 ‘공해소송’)에서는 기업이 유해한 물질을 배출한 사실, 유해한 물질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였다는 사실만 증명이 되면, 기업이 그 물질이 피해자에게 무해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기업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인정됩니다. 이를 ‘개연성 이론’이라고 합니다.

즉, 불법행위 손해배상 중 환경 분야는 예외적으로 가해자에게 일정한 “인과관계가 없음”의 증명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입니다. 대법원 1984. 6. 12. 선고 81다558 판결은 이른바 공해소송에 대하여 가해자가 자신의 책임 없음에 관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개연성 이론’을 적용하였고, 그 판례는 이후의 환경소송에 계속 적용되었습니다. ‘개연성 이론’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거부하였던 대법원 1973. 11. 27. 선고 73다919 판결 이후 대법원의 판례는 약 10년 만에 극적으로 변경된 것이지요.

대법원은 ‘개연성 이론’의 적용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①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배출한 물질이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고, ② 환경문제는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으며, ③ 기업의 배출 물질과 개개의 피해자의 피해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의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④ 환경소송에 있어서 피해자에게 사실적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증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사법적 구제를 거부하는 결과가 되며, ⑤ 가해기업은 기술적,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용이하게 원인조사를 할 수 있고, 그 원인을 은폐할 염려도 있다. 그러므로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자 측에게 도달하였으며, 피해자에게 어떤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기업이 도달한 물질이 피해자에게 무해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사회 형평에 적합하고, 정당하다는 것입니다.

진해화학 폐수배출 해양오염 사건의 법리를 그대로 따른 대법원 1997. 6. 27. 선고 95다2692 판결(주행시험장 오염 사건)은 현대자동차의 주행시험장 설치공사 현장에서 농어 양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황토와 폐수를 배출하고, 그 물질의 일부가 물을 통하여 피해자의 양식어장에 도달되었으며, 그 후 양식 농어에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으므로, 현대자동차가 자신이 배출한 황토와 폐수가 양식 농어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물질이 들어 있지 않다고 입증하거나, 악영향을 끼치는 물질이 들어 있어도 그 혼합률이 안전한 농도 범위 내에 속한다는 사실에 관하여 반증을 들어 인과관계를 부정하지 못하는 이상 현대자동차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주행시험장 설치공사 이전에는 원고가 양식하던 농어는 폐사하는 경우가 없었다가 위 공사가 시작되고부터 폐사하였는데, 일반적으로 황토와 폐수는 양식어장의 농어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쳐 집단폐사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으로 현대자동차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하천 상류 근처에 있던 축산농가들의 축산폐수 등이 농어의 폐사 원인이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농어 폐사 결과가 주행시험장 설치 공사 이후에 발생한 사정 등을 이유로 현대자동차의 주장을 배척하고, 현대자동차는 주행시험장 공사 중 황토 유출방지 시설(석축 등) 책임, 하수 유출 방지 책임 및 하수 정화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례 법리는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인과관계의 추정)로 명시적으로 입법화되었습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1, 2항은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시설과 환경오염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그 시설의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 제공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상당한 개연성’은 시설의 가동과정, 사용된 설비, 투입되거나 배출된 물질의 종류와 농도, 기상조건, 피해발생의 시간과 장소, 피해의 상태와 기타 사정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사업자가 ① 환경오염피해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발생하였거나, ② 환경오염피해 발생 원인 관련 환경·안전 관계 법령 및 인허가조건을 모두 준수하고, 환경오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사고 발생시 피해경감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는 등 법령상 사업자의 책무를 다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때에 인과관계가 추정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법 노력에 따라 환경오염 피해사건은 위 법률 규정을 직접 적용하여 책임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면 됩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를 실제 사건에 최초로 적용한 대법원 판례는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19다300866 판결입니다. 

 

위 사건은 램테크놀러지가 충남 금산군 일원에 반도체용 식각액, 박리액 및 OLED 마스크 세정액 등을 제조하기 위하여 설치·운영하던 공장에서 대량으로 불산(Hydrofluoric acid, 불화수소 농도 55%의 수용액)이 누출되고, 불산이 증발된 약 33.04kg 상당의 불화수소(Hydrogen fluoride)가 기체 상태로 대기 중으로 확산되어, 충남 금산군 일대에 살던 마을 주민들이 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하였고, 일부는 두통,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여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며, 상당한 기간 기침,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두통, 안구통증 등의 증상으로 진료를 받게 되었던 사건입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물질인데,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하여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를 해석함에 있어서 시설에서 오염물질 등이 유출되었고,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증명만 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때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물건에 도달한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적어도 ‘도달’ 증명을 요구하던 판례보다 더욱 원고에게 유리하게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률을 해석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주민들의 소변검사에서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고, 화학물질안전원이 작성한 화학사고 원인조사 보고서가 대기 중 확산된 불화수소의 영향 범위가 102~149m라고 예측을 하였는데 반하여 주민들은 300~5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였기 때문에 불화수소가 주민들에게 도달한 것이 맞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사람의 체내에 유입된 불화수소는 대부분 24 시간 이내에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되고, 불화수소 대피반경이 밤에 0.5km이며, 사고 당시에 밤이었고, 주민들의 증상이 불화수소 노출시의 증상이며, 불화수소 외에 다른 원인이 없다는 등의 사정 등으로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고, 기업 측은 인과관계를 반증하지 못하였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원은 진해화학 해양오염 사건 판결 이래로 환경오염 사건에 대하여 상당한 개연성에 따라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여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하여 왔고, 나아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기업에게 종래 판례보다 더욱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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