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수해 원인 알면 기후변화 청사진이 보인다

2020 수해가 남긴 교훈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9-04 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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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환 대진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국가수자원관리위원 


기후변화와 집중호우
올해 장마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긴 장마 기간을 기록했다. 특히 중부지방은 54일 동안 강수량은 기상청 관측치 851.7㎜로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이는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 1,300mm의 65%에 해당한다. 한 달 사이에 일 년 치 반 이상 쏟아부었고 홍수를 일으키는 시간당 30mm 이상의 집중호우 일수도 가장 많았다. 약 50명의 사상자와 700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중국도 두 달 정도 지속된 폭우로 중국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수천만 명의 이재민이 생기고 샨샤댐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있었다. 일본도 지난 7월 10일 규슈지방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7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다면 올해 동아시아의 이러한 홍수는 우연인가? 올해 폭우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는 동태평양 그러니까 중남미 쪽 바다가 뜨거운 엘리뇨 기간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어 2016부터 2018년까지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눈이 없는 겨울이 연속되었다.


그런데 이제 엘리뇨는 끝나고 무서운 라니냐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30도가 넘어 기록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기억하는 라니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지속되었는데 그때 우면산 산사태를 비롯한 광화문 침수, 1m의 강릉 폭설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올해 바로 그 라니냐 현상인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서태평양의 해수면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홍수는 기후변화 특히 라니냐 현상에 기인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지속적이고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올해 수해가 컸던 지류 지천, 댐 관리와 홍수 그리고 집중호우와 산사태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류 지천
매년 홍수 피해가 일어나는 경우 공통적으로 본류보다 지류, 지천에서 더 큰 피해가 나고 있다. 하동의 화개장터, 철원의 비무장지대, 구례읍 내 등의 피해는 지천의 범람에서 기인한다. 제방이나 교량 같은 홍수방어 시설물 설계기준은 한강과 같은 대하천은 국가하천으로 200년에 한 번 오는 정도의 큰 홍수에 대비해서 설계를 하고 중랑천과 같은 중간규모 하천은 지자체에서 100년에 한 번 정도 오는 홍수에 대비해서 설계를 한다.


그보다 작은 지류나 지천은 더 작은 규모의 홍수에 대비해서 설계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본류에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반면에 지류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게 이루어지는 투자의 불균형이 홍수에 취약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인체에 비유하면 대동맥은 튼튼하게 관리하는데 작은 혈관이나 실핏줄은 쉽게 터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뇌졸중이나 중풍과 같은 혈관 질환이 대동맥에서만 터지는 것이 아니듯 침수피해의 대부분은 지류 지천에서 발생한다.
 

▲ 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도심이 침수돼 있다.


댐 관리와 홍수
올해 수해의 또 다른 특징은 댐의 방류로 인한 하류지역 침수피해다. 우리나라 댐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관리하는 발전용 댐은 홍수조절 기능이 거의 없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다목적 댐에서 홍수조절을 담당한다.

 

다목적 댐은 평상시에 용수공급을 위한 상시만수위와, 홍수기 대비를 위해 미리 물을 빼서 관리하는 제한수위와, 설계홍수가 왔을 때까지 조절하는 계획홍수위가 있다. 댐 관리 규정에 따르면 홍수기 때 제한수위 아래로 댐을 운영하도록 규정 되어있다. 방류의 양과 시기의 결정은 댐관리자인 수자원공사의 요청에 의해 홍수통제소의 승인으로 이루어진다.


안타깝게도 선진강댐, 용담댐, 합천댐 등 올해 댐 방류로 인한 하류 피해 원인에 대해 책임 공방이 많다.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와서 경험하지 못한 홍수가 유입되고 긴박한 상황에서 댐 방류가 이루어졌으리라 판단되지만, 제한기 홍수위를 지키지 못한 점이나 유입량을 전량 방류해서 홍수 조절기능을 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보다 원론적으로 홍수조절 능력과 용수 공급위주의 댐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 검토가 필요하다.
 

▲ 우리나라 5대강 다목적 댐 홍수조절 용량 /댐의 단위면적 당 홍수조절 용량


집중호우와 산사태
올해 장마에는 산사태가 유독 많았다. 이번처럼 긴 장마에는 지반에 지하수가 포화되어 있고 물의 부력에 의해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지하수의 흐름이나 외부의 충격이 가해지면 안식각(자연상태의 안전한 사면의 경사) 이하에서도 지반이 물과 흙과 돌이 혼합된 상태인 토석류(土石流)가 발생한다. 이러한 산사태나 토석류의 발생은 주로 인공 절개지나 절토와 성토가 이루어진 곳에서 더 가능성이 많다. 태양광, 도로나 임도, 팬션, 고압 철탑 등 산지가 훼손된 지역에서 충분한 배수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위험성이 증가한다. 곡성의 산사태도 사고지점 상부 도로 공사로 인한 성토구간을 검토해봐야 한다.

 
그런데 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는 인위적 훼손구간인 인공사면은 빠져 있고 토석류 위험지역도 빠져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 위험지구 지정을 강화해서 가능하면 위험한 곳에 주택이나 펜션 등을 짓지 않도록 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만일 애매한 곳이라면 1층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그림1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발생 원리
▲ 산사태 토석류 발생위치 위험지도(예시)


기후변화 대응 청사진 제시돼야
우려스러운 점은 올해도 장마가 끝나고 나면 늘 그렇듯이 금방 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해는 복구위주로 정책이 수립되고 예방적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관심과 정책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에 몇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치수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 500조가 넘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 중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계되는 치수에 대한 예산은 국토부, 환경부 예산을 다 합쳐도 0.2%인 1조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도로, 철도분야는 약 16조, 도시재생 사업 예산은 48조 등으로 SOC 예산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환경부 내에서도 수자원국 예산은 약 3천억이 채 안된다. 물관련 예산은 주로 대부분 수도와 수질관리에 치우쳐 있다.


둘째는 전문가 시스템의 확립이다. 치수를 비롯한 물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현재 물관리 담당하는 환경부는 과거 국토부만큼 경험이 부족하다. 지자체 하천 및 방재 담당부서는 기피직종에다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많이 떨어진다. 중요한 홍수통제소장조차 비 전문가인 경우가 있다. 기상을 포함한 효율적인 물관리를 위하여 IoT, ICT, big data, AI 등 많은 기술과 연구가 필요하다. 정책과 의사결정은 전문가에게, 견제와 검증은 주민과 NGO와 함께 하는 협치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물관리 일원화 검토이다. 아직도 물관리 주체는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다. 전반적 수량과 수질은 환경부가, 하천관리는 국토부가 담당하고 있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농업용 댐과 수로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수력발전 댐은 산업자원부가, 지자체에 산재되어 있는 소하천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은 통폐합을 통한 관리가 최선이지만 어렵다면 강력한 통합·조정 기능을 가진 기관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예측하지 못한‘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하고 경고해왔다. 기후변화시대에 국민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대비해야 한다. 올해 수해가 주는 교훈이 제발 잊혀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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