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전자담배 잔류 액상서 납·구리·아연 고농도 검출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9-11 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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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버려진 일회용 전자담배의 잔류 액상에서 납과 구리, 아연 등 금속이 고농도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액상 속 금속이 실제 사용자가 들이마시는 에어로졸로 얼마나 이동하는지는 직접 측정하지 않아, 검출 결과만으로 인체 노출량이나 건강 위해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 플리머스대학교 앤드루 터너 교수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존 스콧·마야 다브로스키 연구원은 일회용 전자담배 액상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Environmental Monitoring and Assessment’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수거한 사용 후 일회용 전자담배 44개와 비교를 위해 구입한 새 제품 3개의 액상을 분석했다. 액상을 묽은 질산으로 추출한 뒤 유도결합플라스마 광방출분광법(ICP-OES)을 이용해 금속과 준금속의 농도를 측정했다.

분석 결과 비소와 바륨, 카드뮴, 코발트, 크롬, 망간, 바나듐은 검출 빈도가 낮았으며 농도도 액상 ㎏당 10㎎을 넘지 않았다. 반면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 납, 아연 농도는 제품에 따라 수백∼수천 배까지 차이가 났다. 일부 제품에서는 니켈과 납이 ㎏당 100㎎을, 구리와 아연은 ㎏당 1000㎎을 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납 농도는 기존 전자담배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 가운데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니켈은 액상과 접촉하는 금속 부품에서 용출됐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구리와 납·아연은 납땜 부위나 발열체 등 기기 부품의 조성만으로는 검출 농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 새 제품에서도 비슷한 금속이 확인된 점을 고려하면 제조 단계에서 액상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사용하고 남은 액상의 양이 적을수록 구리, 납, 아연 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사용 과정에서 액상은 줄어들지만 금속 성분 일부가 남아 잔류 액상에 농축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동일 브랜드·향의 새 제품과 사용 제품에 남은 금속량을 비교하는 물질수지 계산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기 한 개당 최대 구리 8000마이크로그램(㎍), 납 500㎍, 아연 6000㎍이 사용 과정에서 액상과 함께 사라져 흡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는 새 제품과 사용 제품의 잔류량 차이를 이용한 간접 계산이다. 연구진은 전자담배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을 포집해 금속을 측정하거나,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해당 금속이 폐에 얼마나 도달하는지는 조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일회용 전자담배 사용이 특정 수준의 금속 노출이나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의 전체적인 건강 위해성을 직접 비교한 연구도 아니어서, 이를 근거로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똑같거나 더 해롭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분석 제품도 사용 제품 44개와 새 제품 3개에 한정됐다. 특정 저가 제품에서 금속 농도가 두드러졌지만 표본 규모가 작고 구매자의 소득이나 실제 흡입량을 조사하지 않아, 저소득층이 중금속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결론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환경 측면에서는 사용 후에도 액상이 기기 내부에 남아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회용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액상뿐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와 회로, 플라스틱, 금속 부품이 작은 본체 안에 밀집돼 있다. 접착하거나 밀봉한 제품이 많아 배터리와 액상 용기를 분리하기도 어렵다.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면 잔류 액상의 납·구리·아연·니켈이 매립지 침출수로 이동할 수 있다. 침출수가 제대로 수집·처리되지 않을 경우 주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가 실제 매립지나 지하수에서 전자담배 유래 중금속을 측정한 것은 아니므로, 이는 성분과 폐기 경로에 근거한 잠재적 위험으로 해석해야 한다.

연구진은 배터리를 손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일회용 제품을 리필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판매점 회수와 유해폐기물 처리체계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회용 제품뿐 아니라 리필형 전자담배 액상도 납·니켈·구리·아연 등 유해 금속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성분과 폐기 방법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일회용 전자담배가 단순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배터리와 전자회로, 니코틴 액상과 중금속이 결합된 복합 전자폐기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인체 흡입 위해성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용 후 제품의 회수와 안전한 분해·처리 대책은 별도로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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