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수피해 교훈, 꾸준히 대비해 반복피해 막아야

김명화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0-08-10 15:25:47
  • 글자크기
  • -
  • +
  • 인쇄
▲ 이창석 교수_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금년 장마는 내리는 비의 양도 많고 시간도 오래 끌면서 우리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우리보다 몇 주 또는 며칠 앞서 심각한 비 피해를 경험하였다. 흔히 주변국에서 이러한 재해가 발생하면 그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가 올 피해에 대비하여 그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한 것인가. 산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산사태로 떠내려 온 토사에 매몰되어 사라지는 인명과 재산, 하천이 범람하고, 침수된 농경지와 도심지 재난 모습은 늘 보아온대로다. 언제나처럼 예방은 없고 사후 약방문식 땜질처방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금년 장마 역시 예년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다만 그것을 보고 배우거나 인식한들 실천을 하지 않으니 반복적인 재해를 면하지 못한다. 우선 상처입은 자연은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산은 보통 시작 부분에서는 경사가 급하지 않다. 

 

이 부분을 우리는 산자락이라 부른다. 우리의 몸으로 치면 발등과 같은 부분으로 발등이 우리를 곧추 설 수 있게 하듯이 산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산의 버팀목인 산자락이 잘린 산에 대해서는 그것을 대신하여 힘을 보태줄 수 있도록 산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산자락을 잘라내 길을 내고 집도 짓고 농경지와 도시도 만들면서 우리는 이러한 준비를 아주 소홀히 하고 있다. 상처입은 산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교란을 견디지 못하고 재해로 이어지게 하지 않으려면 산자락에 낸 도로와 철로 주변, 주거지를 비롯한 건물 주변의 절개사면에 대한 상처를 자연의 이치, 즉 생태적 원리를 반영하여 치료해 주어야 한다. 

 

현재의 방법은 기존의 사면 경사보다 훨씬 더 급하게 경사를 내고 도입하는 식물은 그 장소에 본래 정착하여야 할 식물과는 전혀 무관한 외래 식물, 그것도 뿌리가 깊지 않고 안정된 환경을 이루는데 기여 정도가 낮은 풀 중심으로 식재를 하여 피해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 피해를 줄이려면, 가능한 한 사면 경사는 남겨진 부분과 유사한 경사의 안식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도입하는 식생은 자연적으로 교란된 장소에서 자연 스스로가 상처를 치유해 낸 차일과 망토군락을 모방하여 조성하여야 한다. 


골짜기도 마찬가지다. 

 

골짜기는 본래 물이 모이는 지역이기 때문에 교란이 빈번하여 취약하기 마련이다. 덩굴식물을 중심으로 한 천이 초기종이 많이 자리 잡아 그곳의 상태를 대변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접근도 용이하여 인위적 간섭 또한 잦고 심해 자연재해의 강도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곳 또한 철저한 생태적 원리가 반영된 복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위적으로 설치된 콘크리트 옹벽이 그 주변이 무너져 내리니 속절없이 쓸려 내려가며 피해를 키운 우면산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골짜기에는 흔히 뿌리가 깊고 잘 발달하는 식물이 자리잡게 마련이다. 그들을 도입하여 자연의 상처를 바르게 치료해 주는 것이 콘크리트 옹벽보다 더 안전하게 계곡을 지켜 낼 수 있다. 이에 앞서 계곡의 돌들을 걷어 내 다른 곳으로 가져가는 것은 반드시 삼가야 할 자연에 대한 기본적 예의다. 

 

산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분별한 등산로가 여기저기 나 있고, 인간의 편리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각종 인위시설이 자연에게는 상처로 남아 그런 상처가 산사태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병이 큰 병의 시작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말도 있다. 우리들의 지나친 간섭으로 상처받은 자연이 그들에게는 일상이었던 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재해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요즘 실감하는 말들이다. 


장마가 가르쳐주고 있는 또 하나는 하천의 공간적 범위다. 하천은 흔히 물이 흐르는 장소와 그것이 흘러넘치는 범위, 즉 홍수터를 포괄하여 지칭한다. 

 

▲ 장마로 침수된 비닐하우스 모습 <캡처화면> 

 

즉, 하천의 공간적 범위는 수로와 범람원을 포괄한다. 지형에 의해 그 범위를 구분하면, 수로로부터 양 방향으로 수평으로 이동하여 경사가 급해지는 부분까지다. 다시말해 산과 산 사이가 하천의 공간적 범위가 된다. 지질학적으로 이 범위에는 충적토가 존재하여 주변과 구분이 되고, 생태학적으로는 강변식생이 분포하여 주변지역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습한 지소를 선호하는 우리의 주식인 벼를 재배하기 위해 옛날부터 하천 변을 논으로 개발해 온 우리는 하천의 이러한 공간적 범위를 잊고 살아온 지 오래다. 더구나 도시에서는 이러한 논의 대부분이 다시 주거지를 비롯한 우리의 생활공간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살고 있다. 


필자가 농사일을 중단한 논을 다년간 살펴보니 그곳에서 하천 변에 살고 있는 식물들이 되살아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6.25 전쟁 후 인간 출입을 통제하고 70여년의 세월을 보낸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민통선 북방지역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서는 과거의 논이 하천 변에 자라는 식물들로 뒤덮여 그곳이 본래 하천이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밖에 하천에 인접한 아파트단지나 주택의 뜰에서 돋아나는 버드나무를 비롯한 식물들 또한 그곳의 원 모습을 알리기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선진사회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하천의 본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폭을 넓혀 다가올 재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천에서는 우리가 개선해야 할 숙제가 더 있다. 복단면이다. 복단면은 그 자체로도 통수단면을 좁게 만드는 효과가 있고, 식물의 정착에도 영향을 미쳐 하천에 외래종이나 육상식물의 정착을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홍수 소통에 영향을 미치며 그 피해를 키우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도입하는 식물도 문제다. 하천에 자라는 수생식물 및 습지식물은 흔히 조직이 연하여 분해가 빠를 뿐만 아니라 홍수 시에 물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육상식물은 조직이 강하여 분해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유연성이 부족하여 홍수 시 물의 흐름을 방해하며 홍수 피해를 키운다. 

 

메타세쿼이아 같은 경우는 외래종일 뿐만 아니라 특히 키가 커서 홍수 소통에 극히 위험한 식물임에도 청계천이나 중랑천 같은 도심하천에 심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 및 지방 행정기관들의 책임이 무겁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홍수 피해를 줄이고, 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토양오염 상태도 만만치 않아 하천변 경작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이를 감독하여야 할 지자체들이 앞 다퉈 하천변 경작을 시도하면서 그곳이 하천의 일부인 범람원인지, 경작지 인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그러한 경작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과도한 양의 비료까지 투입하고 있으니 수질 오염의 책임도 면하기 어렵다. 


쓸려내려 온 쓰레기가 주는 교훈도 있다. 

 

물줄기 타고 엄청나게 쓸려 내려오는 쓰레기는 아직도 우리가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수준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그 쓰레기는 또 우리의 자연관리 수준의 후진성도 인식시켜주어 해당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반성의 시간도 갖게 해주고 있다. 국립공원처럼 잘 보존된 산에서 내려오는 물에는 쓰레기도 많지 않고 흙탕물의 색깔도 진하지 않다. 

 

이처럼 강변식생을 잘 갖추고 있는 자연하천에서는 주변에서 많은 쓰레기가 밀려와도 그것이 강변식생에 걸려 수로로 들어오는 쓰레기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강물에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밀려내려 온다는 것은 우리가 산도 하천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이처럼 자연 관리를 잘못하는 것일까? 

 

이번 장마는 이것에 대해서도 답을 주고 있다. 강어귀에 모인 쓰레기는 산에서 내려온 것도 있고 들에서 내려온 것도 있으며 우리가 거주하는 주거 환경에서 내려온 것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쓸려온 쓰레기가 함께 모여 있다는 것은 그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생태학 교과서에서는 자연을 구성하는 모든 생태계는 개방계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처럼 서로 연결된 자연을 우리들 나름대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도 있고,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자연만 피해를 입고 만다. 이제라도 장마라는 자연의 한 현상이 전해주는 생태정보를 하찮게 보지 말고 받아들여 우리의 자연 관리도 통합관리라는 선진체계로 전환하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지금까지 환경관리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보면 환경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에 대한 인식부재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많다. 이런 점에서 그러한 기본 원리를 다루는 생태직의 신설을 제안하고 싶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저작권자ⓒ 환경미디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 보내기
  • 글자크기
  • +
  • -
  • 인쇄
  • 내용복사

헤드라인

섹션별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

오늘의 핫 이슈

ECO 뉴스

more

환경신문고

more

HOT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