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무연휘발유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은 납

황원희 기자 | eco@ecomedia.co.kr | 입력 2026-05-01 22: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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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납 휘발유가 단계적으로 퇴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필리핀 국가 수도지역인 메트로 마닐라의 대기 중에는 여전히 유독성 납이 남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교 물리학과와 마닐라 천문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2018~2019년 수집된 에어로졸 자료를 납 동위원소 분석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메트로 마닐라의 납 오염이 과거와 다른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Atmospheric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납 휘발유 퇴출이 주요 오염원을 줄이는 데 기여했지만, 전자폐기물 재활용, 제련 등 산업 공정이 새로운 납 배출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산업 활동은 메트로 마닐라 대기 중 납의 45~6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화석연료 사용도 여전히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디젤 연소와 무연휘발유에 포함된 미량의 납 성분 등은 대기 중 납 오염의 30~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재의 납 오염은 주로 전자폐기물 처리와 같은 산업 활동, 디젤 사용, 무연휘발유 연소 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트로 마닐라의 납 오염은 외부에서 유입되기보다 지역 내 배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계절풍 변화와 관계없이 연중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도시 내부의 산업·교통·에너지 구조가 납 오염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 우려도 크다. 납은 미세입자에 농축돼 폐 깊숙이 흡입될 수 있고, 혈류로 흡수되면 신경계와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납 노출에 취약해 장기적인 발달 장애와 신경학적 손상 위험이 크다.

연구진은 납 휘발유 퇴출 이후 얻은 공중보건상의 성과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대기 중 납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의 국가 차원 혈중 납 모니터링이 오랜 기간 갱신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는 납 오염 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메트로 마닐라 사례가 “환경 개선은 한 번의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와 규제가 필요한 과제”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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